아이가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무얼 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함께 육아하는 언니들 중 한 명이 말했다.
항상 마트만 가던 아이에게 시장의 흥미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어렸을 적, 장 보러 가시는 할머니를 가끔 따라다녔는데 시장에는 병아리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빵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아이도 분명 좋아할 것 같았다. 특히 생선코너는 마트에서도 아이에게 가장 흥미로운 코스 중 하나였기에 시장의 생선가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와 항상 대형 마트만 갔다. 대형마트에 있는 카트는 짐도 싣을 수 있고 아이가 앉을 수도 있어서 편리했으니깐. 하지만 이 날은 아이와 시장에 함께 간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들떠있었다.
아이와 맛있는 간식도 하나씩 사 먹으면서 시장을 구경하는 로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 로망은 검정 비닐봉지 하나로 무산되었다.
드디어 시장에 도착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들떠있었다.
"우리 시장에 가면 닭도 볼 수 있고, 물고기도 볼 수 있다?"
"맛있는 간식도 사 먹고 오자."
시장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핫했던 생선가게
결국 사장님이 저 물고기들을 다 실은 후에 떠날 수 있었다.
거의 장이 끝날 때쯤에 도착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오늘은 장을 보는 목적이 아니었기에 엄마들도 오늘만큼은 부담이 없었다.
"시장을 즐기자~"
혹시 몰라 장바구니는 챙겨갔지만 구경이 목적이었기에장바구니는 가벼웠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나 생선 가게.
한번 멈춰 서서는 떠날 줄을 몰랐다. 결국 사장님의 마감시간에 함께 자리를 떴다. 그때 우리들의 평화도 깨졌다. 같이 온 언니가 마감과 함께 살까 말까 고민하던 조개를 샀고, 그 조개들은 검정 비닐봉지에 담겨서 언니의 큰 아들 손으로 갔다. 그게 부러웠는지 아이도 조개를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직 조개요리에 서툰 나는 조개를 선뜻 사지 못했고, 결국 남은 조개들은 사장님의 트럭 안으로 갔다. 검정 봉지를 든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생선가게를 벗어났다. 그때부터 아이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잘 잡고 다니던 내 손도 잡지 않고 떼를 쓰기 시작했고, 시장바닥에 눕기까지 했다.
'시장에 온 내 잘못이지..'
'엄마가 조개요리를 못해서 미안해'
'맛있는 거 사줄까?'
모두 안 통했다.
아이는 오로지 친구의 검정 봉지를 가리켰다. 조개를 반으로 나눌 수도 없었다.
"ㅇㅇ아, 검정 봉지 한 번만 들어보면 안 될까?"
선뜻 들어보라고 내어주었지만, 금방 다시 돌려줘야 했다. 잠깐이었지만 아이는 검정 봉지를 들고 행복해했다. 하지만 다시 돌려줄 때는 떼를 더 심하게 부렸다.
결국
우리도 샀다.
검정 봉지를..
검정봉다리를 들고 뿌듯해하는 아이..
마침 앞에 채소가게가 있었고, 우리는 아이가 좋아하는 콩나물 천원어치를 샀다.
"사장님 검정 봉지에 담아주세요. 꼭이요."
우리의 첫 시장 나들이는 내 빈 장바구니와 검정 비닐봉지 안의 콩나물과 함께 끝났다.
오늘 비닐 없이 장보기는 실패했다.(집에 가서 콩나물이 든 검정 비닐봉지를 음식물 쓰레기 봉지로 재활용했다.)
다음에 아이와 시장을 갈 땐 내 장바구니와 아이용 검정 봉지를 꼭 챙겨가야겠다.
시장에서 제로 웨이스트 장보기 tip
장바구니 하나로는 모자라다.
집에 있는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봉지들(사용했던 비닐봉지도 좋다.)도 여러 개 챙기면 여러 가지 과일, 채소들을 살 때 섞이지 않고 담을 수 있다.
집에 있는 플라스틱 통들도 작은 채소들을 살 때 유용하다.
그리고, 계산할 때에는 미리 재빠르게 말해야 한다.
"사장님~제 장바구니에 바로 담을게요!"
손이 빠르신 시장 사장님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포장하신다.
시장에서 구매를 했을 때, 이미 담고 장바구니에 담아서 갈 거라는 말에 다시 뺀 적이 여러 번 있다.
또한, 시장에는 먹음직스러운 간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포장용기를 집에서 챙겨가면 좋다. 떡볶이, 순대, 튀김, 떡, 도넛, 어묵, 종류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용기를 챙기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