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검정 비닐봉지에 싸주세요..

제로 웨이스트 장보기 실패

by 미니멀리스트 귀선

시장 에피소드 1

검정 비닐봉지가 탐나던 아이



"오늘 장호원 장날이래~이천보다 장도 크대"

"오~ 우리 애들 데리고 한 번 가볼까요?"


아이가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무얼 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함께 육아하는 언니들 중 한 명이 말했다.


항상 마트만 가던 아이에게 시장의 흥미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어렸을 적, 장 보러 가시는 할머니를 가끔 따라다녔는데 시장에는 병아리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빵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아이도 분명 좋아할 것 같았다. 특히 생선코너는 마트에서도 아이에게 가장 흥미로운 코스 중 하나였기에 시장의 생선가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와 항상 대형 마트만 갔다. 대형마트에 있는 카트는 짐도 싣을 수 있고 아이가 앉을 수도 있어서 편리했으니깐. 하지만 이 날은 아이와 시장에 함께 간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들떠있었다.

아이와 맛있는 간식도 하나씩 사 먹으면서 시장을 구경하는 로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 로망은 검정 비닐봉지 하나로 무산되었다.


드디어 시장에 도착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들떠있었다.


"우리 시장에 가면 닭도 볼 수 있고, 물고기도 볼 수 있다?"

"맛있는 간식도 사 먹고 오자."


시장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핫했던 생선가게


결국 사장님이 저 물고기들을 다 실은 후에 떠날 수 있었다.


거의 장이 끝날 때쯤에 도착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오늘은 장을 보는 목적이 아니었기에 엄마들도 오늘만큼은 부담이 없었다.


"시장을 즐기자~"


혹시 몰라 장바구니는 챙겨갔지만 구경이 목적이었기에 장바구니는 가벼웠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나 생선 가게.

한번 멈춰 서서는 떠날 줄을 몰랐다. 결국 사장님의 마감시간에 함께 자리를 떴다. 그때 우리들의 평화도 깨졌다. 같이 온 언니가 마감과 함께 살까 말까 고민하던 조개를 샀고, 그 조개들은 검정 비닐봉지에 담겨서 언니의 큰 아들 손으로 갔다. 그게 부러웠는지 아이도 조개를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직 조개요리에 서툰 나는 조개를 선뜻 사지 못했고, 결국 남은 조개들은 사장님의 트럭 안으로 갔다. 검정 봉지를 든 친구를 부러워하면서 우리는 생선가게를 벗어났다. 그때부터 아이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잘 잡고 다니던 내 손도 잡지 않고 떼를 쓰기 시작했고, 시장바닥에 눕기까지 했다.


'시장에 온 내 잘못이지..'

'엄마가 조개요리를 못해서 미안해'

'맛있는 거 사줄까?'


모두 안 통했다.

아이는 오로지 친구의 검정 봉지를 가리켰다. 조개를 반으로 나눌 수도 없었다.


"ㅇㅇ아, 검정 봉지 한 번만 들어보면 안 될까?"


선뜻 들어보라고 내어주었지만, 금방 다시 돌려줘야 했다. 잠깐이었지만 아이는 검정 봉지를 들고 행복해했다. 하지만 다시 돌려줄 때는 떼를 더 심하게 부렸다.

결국


우리도 샀다.

검정 봉지를..


검정봉다리를 들고 뿌듯해하는 아이..

마침 앞에 채소가게가 있었고, 우리는 아이가 좋아하는 콩나물 천원어치를 샀다.


"사장님 검정 봉지에 담아주세요. 꼭이요."


우리의 첫 시장 나들이는 내 빈 장바구니와 검정 비닐봉지 안의 콩나물과 함께 끝났다.

오늘 비닐 없이 장보기는 실패했다.(집에 가서 콩나물이 든 검정 비닐봉지를 음식물 쓰레기 봉지로 재활용했다.)


다음에 아이와 시장을 갈 땐 내 장바구니와 아이용 검정 봉지를 꼭 챙겨가야겠다.



시장에서 제로 웨이스트 장보기 tip

장바구니 하나로는 모자라다.


집에 있는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봉지들(사용했던 비닐봉지도 좋다.)도 여러 개 챙기면 여러 가지 과일, 채소들을 살 때 섞이지 않고 담을 수 있다.

집에 있는 플라스틱 통들도 작은 채소들을 살 때 유용하다.


그리고, 계산할 때에는 미리 재빠르게 말해야 한다.


"사장님~제 장바구니에 바로 담을게요!"


손이 빠르신 시장 사장님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포장하신다.

시장에서 구매를 했을 때, 이미 담고 장바구니에 담아서 갈 거라는 말에 다시 뺀 적이 여러 번 있다.


또한, 시장에는 먹음직스러운 간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포장용기를 집에서 챙겨가면 좋다. 떡볶이, 순대, 튀김, 떡, 도넛, 어묵, 종류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용기를 챙기면 더 좋다.

밥을 먹고 가도 유혹을 못 참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통을 하나라도 챙기자.


아이와 함께 가는 경우 아이용 장바구니를 챙기자.


통을 안가져갔는데 떡의 유혹도 못참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