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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Aug 31. 2020

언니, 우리 오늘 중고거래 코스가 어떻게 되죠?

함께하는 미니멀 라이프


나랑 잘 맞는 언니

 

 나에겐 군인인 남편 덕분에 알게 된 소중한 인연이 있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군인가족의 단점이자 장점으로  이사로 헤어졌던 군인 가족들은 운이 좋으면 이사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언니남편의 6개월 교육 중에 만난 선배 와이프다. 6개월의 짧은 교육기간 동안 친해졌다가 남편들의 부대 이동으로 헤어졌다. 그리고1년 후, 다시 남편의 부대이동으로 만나게 되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우리는 운이 참 좋았다.


 우리는 더욱 돈독해졌다.

언니는 나의 육아 동지였으며, 하루 중 남편보다도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육아를 하고, 살림도 했다. 바쁜 남편들을 대신 해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베프였다. 동네 사람들은 내 옆에 언니가 안 보이면 언니의 안부를 나에게 물었다.


 언니는 101동, 나는 107동. 가까운 듯 멀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놀이터를 지나오면 2분거리가 20분이 된다.)같은 단지 내에서도 서로 왜 이렇게 머냐며, 옆집이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아쉬운  불만이  있었다. 언니가 없는 나는 언니가 생겨서 좋았다.


 이렇게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너무 잘 맞아서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서로 조언과 충고는 아낌없이 주었으며, 솔직하게 대했다. 


  어느 날, 육아와 살림에 대해 함께 고민하던 중 우리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생겼다.(지금은 제로 웨이스트도 함께 실천 중이다.) 우리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고민도 하며 함께 실천을 했다. 비울지 말지 고민이 되면 같이 대책도 세웠다. 우리에게 비움은 곧 팔기였다. 집도 비우고 돈도 생기고, 그 돈으로 정말 필요했던 물건을 사기도 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방법을 추천해 주었다.


"언니, 이제 이건 팔아도 될 거 같은데요?"

 우리는 각자의 집에 가서 중고로 팔 물건들을 선별해주기도 하고, 가격도 함께 정해주었다. 다행히 언니도 중고 거래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다.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사고, 불필요한 물건 중고로 팔고. 우리는 한창 중고거래에 빠졌다.


서로 책 드림하기
언니네서 빌려 온 블럭-장난감 바꿔서 놀기

 우리는 필요 없는 물건을 서로에게 주기도 하고 팔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책비움을 시작하고 우리 집에선 책장이 필요 없게 되었다. 마침 책 육아를 실천하는 언니 집에선 책장이 필요했다. 언니에게 지인 할인으로 우리 집의 5단 책장을 저렴히 넘겼다. 


쿵짝이 참 잘맞는 우리

 우리의 중고거래가 확정되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5단 책장을 어떻게 거래할 것인가.


 나는 비움을 결정했기에 어서 우리 집에서 비워내고 싶었고, 언니는 들이기로 결정했기에 어서 들이고 싶었다.


 눈이 많이 오던 날, 언니는 2단 유모차를 끌고 목장갑을 챙겨서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는 남편들의 퇴근을 못 기다리고 5단 책장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3층, 엘리베이터는 없다.  놀이터를 가로지르고, 주차장을 지나서 언니 집까지는 약 100미터. 언니 집은 2층. 물론 엘리베이터는 없다. 우리는 5단 책장을 옮기기 시작했다. 현관에서부터 막혔다. 헛웃음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눈이 오는 날, 눈을 맞으며 2단 유모차에  5단 책장을 얹어 낑낑대면서 아줌마 둘이 놀이터를 가로질러 갔다. 우리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10번을 쉬며, 옮기며, 배꼽 빠지게 웃어가며 책장을 무사히 옮겼다. 그다음 날 우리는 알 수 없는 근육통이 왔다. 지금 생각해도 5단 책장 거래는 아직도 언니와 나의 잊지 못할 하나의 추억이다. 


 나는 책장을 비워 그 공간을 잘 사용하고 있고, 언니는 책장에 책들을 꽂아놓으며 잘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중고거래의 장점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팔 수 있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저렴히 살 수 있다.(지인 찬스 할인으로 더 저렴히 살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이익이다.(저렴히 살 수 있고, 필요 없는 물건은 경제적 대가를 받고 판다. )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한 방법이다.(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팔며 비울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한 방법이다.(중고거래를 하면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지 않고 팔아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남이 필요 없는 물건은 필요한 내가 사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사지 마!  이거 결국 짐이야, 우리 이사 가야 되잖아. 항상 18평 집 기준을 맞춰야 해. "



  우리는 서로 쿵작이 잘 맞아 함께 쇼핑도 하지만, 서로의 충동구매를 잘 막아주기도 한다.


 언제 어디로 몇 평짜리 집으로 이사 가게 될지 모르는 군인 가족의 운명.(잦은 이사에 대해 불만은 없다. 친한 가족과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새로운 도시로의 이사는 설렌다.)  그래서 우리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집의 크기에 맞춰서 짐을 줄이며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짐이 편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 실현이 더 쉽게 가능했다.



"언니, 오늘 우리 중고거래 코스가 어떻게 되죠?"


  육아도 살림도 함께하고, 시간이 맞는 날은 중고거래도 함께 한다. 서로 필요한 육아용품이나 살림 템들을 중고로 구해주기도 한다. (중고거래는 선착순이기 때문에 먼저 줄 서는 게 중요하다.)그리고 아주 가끔은 쓰레기장에서 득템 하기도 한다.


함께하는 중고거래
가끔 쓰레기장에서 득템하기도 한다.
언니가 주워다 준 빨간자전거(아직까지 잘 사용하는 대박아이템)


언니, 같이 시장 갈래요?



 최근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마트보다는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 다닌다. 이 날은 언니와 함께 장을 봤다. 우리는 집에서 장바구니를 넉넉하게 챙겨갔고, 최소한의 포장들로 장보기를 성공했다.


 우리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함께 노력 중이다.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도전-내가 고른 장바구니와 언니가 고른 장바구니



수고했어, 오늘도.


필자의 미니멀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 실천 Tip.

             '미니멀 라이프 메이트를 만들자'


  다이어트도, 운동도 그렇듯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서로 으쌰 으쌰 하며 오래 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도 제로 웨이스트 도전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되면서 우리는 함께 카페도 가입하고, 어떻게 하면 비우고 정리할 수 있는지 고민도 함께 했다. 좋은 방법도 서로 공유하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도 하며,  지금까지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함께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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