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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Dec 18. 2023

어쩌다 도미빵도 팝니다.

도전정신


만약 그대가(무슨 창업일지라도) 창업을 시작했다면 시작이 끝? 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때부터 더 발품을 팔고 더 많은 생각들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젤라또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젤라또와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는 무엇이 있을까? 젤라또 가게에서 손님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끝없이 고민하다 보면 저절로 젤라또 인기도 매출도 오를 것이다. 젤라또 가게라고 해서 젤라또만 팔면 전문성은 있겠지만 상권분석을 통해 손님이 원하는 니즈를 파악하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한 발 내딛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단일 메뉴로 전문성도 좋지만 한 번쯤은 손님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함께 온 일행이 젤라또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를 대비해 선택지를 하나쯤 더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젤라또, 겨울, 붕어빵, 호두과자, 크로플, 추로스, 호빵, 소금빵, 음료, 마카롱, 휘낭시에, 물, 음료수, 젤리

젤라또와 어울리는 디저트나 특수상권인 푸드코트 안에서 손님들이 원할 것 같은 것이 무엇일까 브레인스토밍을 적용해 떠올려본다. 이때 상권분석도 필수다. 우리 젤라또매장은 특수상권이라는 점과 쇼핑몰 특성상 지나다니는 다양한 연령층의 인구가 많다. 손님들의 연령층을 고려해 인기가 많을 디저트나 간식은 무엇인가 생각해내야 한다. 매대위치도 중요하다. 특히 아이 손님이 지나갈 때 눈길을 사로잡을 귀여운 인테리어도 포인트가 된다.(아이스크림 모형 같은)

다시 메뉴로 돌아가보자. 많은 디저트들이 있지만 우선 푸드코트 내에 있는 같은 메뉴들은 뺀다. 그러다 보니 추로스가 남았다. 추로스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기도 하다.(가장 조심해야 할 이유다) 그래서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갑자기 추로스에 꽂혀서 젤라또에 추로스를 꽂아 팔아도 맛있을 것 같고 세트로 팔기에도 좋아 보였다. 기본추로스, 생크림 추로스, 사과잼 추로스, 딸기잼 추로스, 초코맛 추로스까지 아이디어도 척척 떠올랐다. 추로스를 종류별 사이즈별로 구입하고 젤라또와 함께했을 때 가장 맛있는 크기와 구움 정도를 연구했다. 사실 추로스는 기름에 튀기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팝업매장 특성상 튀길 수 없었기 때문에 구움 정도를 파악해야 했다. 16cm, 30cm, 32cm짜리를 사서 반으로 잘라도 보고 다섯 토막으로 소분도 해 보았다. 다양한 브랜드의 추로스를 사서 젤라또와의 궁합도 보았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그 이유는 갓 구운 추로스는 맛있지만 식은 추로스는 너무 맛이 없었다. 한마디로 상품성이 없었다. 아무리 설탕에 굴려도 젤라또와 함께 내어줄 수 없는 맛이었다. 그렇다고 주문과 즉시 매번 굽기에는 시간도 꽤 걸렸다. 이미 사놓은 추로스는 안타깝지만 손님에게 맛 보이기도 전에 나와 가족들 뱃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결과는 대실패지만 추로스로 이 맛 저 맛 연구하는 일은 꽤 재미있었다. 1분 차이의 구움 정도로 바삭과 빠작의 차이를 찾아내는 일도 꽤 흥미로웠다. 상상만 했던 다양한 맛의 토핑을 실제로 올려 먹어보는 일이 가장 재미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도전이 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그 안에 분명 남는 것이 있을 테니까. 이 도전으로 나는 어디 브랜드의 추로스가 몇 분 구우면 맛이 최상인지 알게 되었다. 추로스가 모양과 길이에 따라 식감과 맛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추러스와 어울리는 토핑은 딸기잼은 생각보다 별로고 사과잼과는 꽤 잘 어울리고 역시 최고는 생크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추로스는 기름에 튀겨야 가장 맛있다. 훗날 내가 언제 어디에서 추로스를 팔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지금 도미빵을 파는 것처럼 말이다) 팝업매장에서 추로스를 팔지는 못하지만 꽤 괜찮은 도전이었다.


슈크림맛 도미빵


막연히 겨울이 되면 붕어빵 장사를 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겨울철만 되면 붕어빵을 찾아 헤매다가 ‘하~내가 그냥 차려버려?’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지 않은가? 그러다 저기서부터 줄이 서있고 정말 잘되고 있는 붕어빵가게를 보면 ‘아~진짜 하나 차려봐?’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했을 수 도 있다. 겨울의 붕어빵 장사는 정말 인기 많아 보인다. 아니 진짜 잘된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줄이 서있고 조금만 늦게 가면 벌써 매진이다. 요즘 붕세권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만큼 붕어빵이 희귀해졌다는 것인데 붕어빵집을 찾는 어플도 나올 정도니까. 그런데 누군가 젤라또가게에서 붕어빵을 팔아보라는 말을 했을 때 주춤했다. 젤라또와 붕어빵?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불안한 생각이 앞섰다. ‘내가 구운 붕어빵이 과연 잘 팔릴까?’, ‘붕어빵은 따뜻한 실내가 아니라 추운 겨울날 밖에서 추위에 떨다가 먹는 간식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 평남짓 작은 공간에서 젤라또도 담아야 하고 붕어빵도 구워하는 일이 부담스러웠다.  붕어빵의 더운 열기가 혹시나 젤라또를 녹게 하진 않을까 걱정도 들었다.(그렇다. 사실 이건 핑계다.) 붕어빵이 잘 나가면 모르겠지만 혹시나 안 나가면 반죽과 그 부재료들은?  아깝게 버려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추로스에 도전했을 때와는 다른 망설임이었다. (추로스는 집에서 간식으로 종종 만들어 먹어보았다.) 그리고 젤라또가게에서 팔 빵은 우리가 흔히 보는  붕어빵이 아니라 난생처음 본 도미빵이었다. 붕어빵도 아니고 도미빵이라는 것이었다.

‘붕어빵 짝퉁도 아니고 도미빵이라고? 그게 뭔데?‘ 팝업 오픈 일주일 전부터 도미빵 연습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반죽의 양과 부재료의 양이 잘 어우러지도록 비율을 신경 써야 하는데 반죽이 멋대로 막 흘러나온다. 특히 초코잼은 잘 터져서 양을 못 맞추면 반죽 사이로 삐져나와 까맣게 타버리기 일쑤였다. 연습한 결과물을 집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웬걸? 가족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았다. 다 식은 도미빵이었는데 순식간에 없어져버렸다. ‘이 정도면 갓 구운 도미빵은 손님들이 꽤 좋아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희망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젤라또가게의 도미빵은 대성공적이었다. 이제 한 손으로 도미빵을 굽는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 도미빵 장인이라고 할 정도의 실력이 됐다.(2천 개 이상을 구웠다.) 이제 포장주문으로 한 번에 도미빵 16개 굽기도 자신 있다. 아무리 많은 도미빵 주문이 들어와도 문제없다. 불판 옆에서 약간의 땀이 맺힐 뿐.


도미빵은 틀 모양이 도미라서 도미빵이며 반죽은 일반 밀가루반죽이 아닌 식어도 쫄깃한 그 비법이 숨어있는 수제 반죽이다. 갓 나온 것은 당연히 맛있지만 식어도 겉바속촉 그 쫄깃한 맛이 살아있다. 그래서 나도 매일 1일 1 도미빵 하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는 알바 한 명이 도미빵 공장이 된다. 수십 개씩 쌓아놓아도 다 팔린다. 만들어 놓는 만큼 팔린다. 그러니 계속 구울 수밖에… 하나에 1500원 4개 세트에 5500원으로 대부분 세트로 사간다. 맛은 팥, 슈크림, 고구마, 악마의 잼, 총 네 가지다. 도미빵은 처음 모습이 낯설어서 그렇지 한 번 먹어본 사람이 두 번, 세 번, 네 번, 매일도 먹는다. 주말에 낱개로 사드시는 분들은 꼭 세트로 다시 찾는다. 평일에는 도미빵 단골 직원분들이 많다. 미리 예약하고 찾으러 오시는 분, 퇴근시간 맞춰서 예약하고 가시는 분, 아침부터 도미빵 드시러 오시는 분들 참 감사한 분들이 많다.

이런 손님들도 있었다. “어머 이게 도미야? 너무 귀엽다~팥 2개 슈크림 2개 세트로 한 봉지 주세요. 근데 좀 비싸다~” 잠시 후 너무 맛있다며 1세트를 추가로 포장하셨다. 이런 케이스가 꽤 있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망설이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또 사간다.

‘수제 반죽으로 만든 쫄깃한 도미빵이에요~진짜 맛있어요~’라고 말을 하면 반신반의로 사간 손님들은 다시 돌아와서  한 마디씩 한다. “진짜 맛있네요~”“다음에 또 살게요~” 엄지 척과 쌍엄지 척까지도 받아 보았다.

도미빵 단골손님도 생겼다.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도미빵을 사 먹으러 오신다. 귀여운 커플인데 아침마다 커피와 도미빵을 사간다. 오픈을 그 단골손님의 도미빵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어느 날은 며칠 동안 그 손님이 안 보여서 생각났는데 갑자기 맹장 때문에 입원했다며 병원에서 도미빵이 너무 생각나서 퇴원하자마자 왔다고 했다. 그 손님은 아침에 안 보이면 서운할 정도로 혼자 내적친밀감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단골손님이 귤 2개를 주고 갔는데 감동이었다. 누군가는 고작 귤 2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료도 누구도 아무도 없는 팝업매장 안에서 그 손님은 나에게 둘도 없는 직장 동료이자 단골손님이시다.   

예약손님이 생겼다. “퇴근할 때 가져갈 건데 팥으로 2세트 미리 결제하고 갈게요~떨어졌다고 하면 안 돼요~ 8시쯤 올게요.”라던지 “7시까지 도미빵 팥, 슈크림 세트 2 봉지 예약하고 갈게요~”라는 손님들의 센스가 기가 막히다. 도미빵은 바로 구워드리는 게 맛있어서 평일에는 하나라도 여유롭게 구워드린다. 이렇게 예약을 해주시면 주문 즉시 12개를 바로 굽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만약 도미빵 12개 8시 예약이라면 3번 정도 구우면 되는데 한번 틀에 구울 때 약 4분 정도 걸리니까 7시 45분쯤 굽기 시작하면 된다. 나도 여유롭고 손님도 시간 맞추어 가져가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센스 있는 예약주문인가.

소문 듣고 오는 손님이 생겼다. “저번에~우리 직원이 도미빵 사 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찾아왔어요. 한 봉지 포장해 주세요~”,“우리 직원이 도미빵 좋아해서 2 봉지만 포장해 줘요~”,“여기에 붕어빵 판대서 올라왔어요~팥으로 4개만 싸줘요~”,“저번에 맛있더라고요. 16개 포장해 줘요~밥 먹고 찾으러 올게요”

냄새를 맡고 온 손님도 있고, 굽는 거 구경하다가 주문하는 손님도 많다. 사실 푸드코트다 보니 온갖 음식점 냄새가 뒤섞여 냄새 없는 젤라또는 냄새로 유혹할 수 없고 그나마 도미빵은 냄새가 나는데 너무 구석인 자리라 유혹이 힘들다, 하지만 퍼포먼스로 유혹할 수가 있다. 바로 손님 바로 앞에서 도미빵을 굽는다. 반죽도 위에서 한번 따라보고 속도도 빠르게 해 본다. 손님들은 눈빛으로 말한다. ‘저게 뭐야?’‘저게 뭔데?’ 홀린 듯 구경하다가 “그거 한 봉지 줘봐요~” 도미빵 퍼포먼스 성공이다.

한번 맛본 손님이 화를 내며 빈봉지를 가지고 다시 온 날도 있다. ”아~뭐야 괜히 다른 빵도 샀네~ 다시 좀 구워줘 봐요! 너무 맛있네~ 자 여기 돈!!! “

도미빵사장으로서 화를 낼 정도로 맛있는 도미빵 비법을 풀어보겠다. 젤라또가게지만 주말에 도미빵은 매출을 올려주는 효자템이기도 하다. 추울수록 잘 팔린다. 도미빵을 할까 말까 한 고민이 무색하게 도미빵 없었으면 큰일 날뻔했을 정도다. 빵을 사랑하는 자칭 전 빵순이로서 도미빵 비법은 바로 반죽도 재료도 있겠지만(수제반죽이 쫄깃하긴 하다.) 바로바로 구워드리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은 갓 나온 빵이다. 반면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빵은 하루 지난 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오븐에 다시 되살릴 수 있겠지만 바로 먹었을 때를 말한다. 바로 드시는 분에게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갓 구워드리겠다고 이야기한다.(집에 가서 드실 분은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에 조금 돌려드시라고 한다.) 두 번째 비법은 도미빵은 동그란 모양인데 그 안에 속재료도 최대한 그 지름에 맞게 동그랗게 넣는다. 속재료를 최대한 푸짐하게 넣어 맨 빵의 비율이 적게 한다는 말이다. 팥을 넣을 때도 팥앙금을 그냥 넣는 게 아니라 손으로 둥그렇게 미리 빚어놓는다. 슈크림을 짤 때는 동그랗게 달팽이 모양으로 돌려가며 짠다. 그래야 맨 빵 부분 없이 최대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단골손님이 즉시 주문했을 때는 반죽을 틀보다 일부러 넘치게 굽는다. 그 넘친 부분이 구워지면 과자처럼 바삭바삭해서 맛있기 때문이다. 그쪽 부분을 먹으려고 주문하는 손님도 있을 정도니까. 마지막 비법은 친절이다. 무엇을 팔든 어디에서 팔든 화가 난 상태든 아니든 친절함이 빠지면 아무리 맛있는 집이라도 고객은 두 번 오기 꺼려질 것이다.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안 좋았던 손님도 무조건적인 친절을 베풀다 보면 함께 마음이 동한다.


아무튼 젤라또가게의 도미빵은 성공적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창업을 했다면 꼭 도미빵을 팔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말했다. 나는 도전한다, 고로 존재한다. 도전하는 자에게는 무엇이든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도미빵이든 실패한 추로스든.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설령 그 결과가 실패로 끝나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경험해 봤다는 것만으로 도전해 보았다는 것만으로 배움이 있다면 우리는 손해 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결과들은 무엇이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진다.


조금 실패해도 어때요? 우리를 믿어봅시다. 그리고 당장 도전해 봅시다!

‘그런데 남은 마카롱 한 박스는 누구 뱃속에 넣어야 할까요…?‘


주말엔 굽는대로 나가는 도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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