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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Dec 26. 2023

손님에게 00칭찬이 아니라면 침묵이 더 낫다.

손님 유형별 칭찬 비법

젤라또 매장의 다양한 귀여운 손님들

젤라또 매장을 운영하면서 아니 더 정확히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손님들을 마주한다. 대부분 젤라또를 사 먹으러 오는 손님은 너무 귀엽다.(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진상손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정과 말투, 그리고 인사라고 생각한다. 내 기분이 좋지 않다고 손님에게 표현할 수는 없다. 그날은 연기대상감 연기를 하는 날이다.(이런 내가 가끔은 무섭다.) ‘내가 이렇게 내 감정을 잘 숨길 수 있다고? 나 연기 쫌 하네?’라는 생각을 들만큼 말이다. 이렇게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일은 없다. 첫 주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손님들과의 만남이 어색했다. 로봇처럼 인사하고 맛을 물어보고 계산을 하고 말 그대로 여유가 없었다. 손님들은 성격도 기분도 성향도 참 다양하다. 내향적인 손님, 외향적인 손님, 기분이 좋은 손님, 기분이 안 좋은 손님, 화가 난 손님, 무뚝뚝한 손님, 친절한 손님까지. 이렇게 다양한 손님들에게 나는 로봇 같은 사장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며 약 2주가 지나자 딱딱한 심장을 가진 로봇사장에서 말랑한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내 눈은 손님들의 표정을 살피고 말투에서 성향을 파악하고 기분을 궁금해하고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고 있었다. 조금 더 기분 좋은 젤라또 매장에서 맛있는 젤라또를 드리면 얼마나 더 좋을까 싶은 생각에 손님들에게 들이댄다. 손님기분에 맞춰주는 이야기도 건네보고 안부를 묻고 걱정을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사실 나는 내향인 대표로서 처음 보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참 긴장이 된다. 그리고 가끔 그것은 꽤 짜릿하다. 우리가 어떤 인연으로 만나 어느새 안부를 묻고 취향을 알아가며 다시 만날 때는 더 반가운 사람이 된다. 너무 짜릿한 일이지 않은가. 젤라또를 팔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새로운 나를 알아가고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 약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새롭게 얻은 사실이 있다. 그동안은 나만 손님들의 기분을 맞춰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건 오산이었다. 우리는 함께 맞춰나가는 것이었다.


손님들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다면, 손님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방법이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젤라또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나 모든 칭찬이 통하지는 않는다. 손님 유형별 칭찬법이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영혼이 없이 하는 칭찬은 소용없다는 것.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는 것이 칭찬이 아니다. 그 누가 들어도 그럴싸해야 하고 ‘오 정말 그렇네~’라는 공감이 가는 그런 칭찬을 해야 한다. 그런 칭찬이 아니라면 침묵이 더 낫다.


첫 번째 ‘외모칭찬 방법’이다. 남녀노소 외모칭찬은 저절로 입꼬리를 씰룩거리게 한다. 얼굴이 예쁘다, 멋있다. 귀엽게 생겼다 등 이런 영혼 없는 칭찬은 넣어두자. 받는 사람도 감흥 없고 하는 사람은 입만 아플 뿐이다. 외모칭찬을 할 때는 방법이 있다. 우선 손님을 빠르게 잘 관찰해야 한다. 옷 차림새,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 귀걸이, 신발까지 손님의 사소한 센스를 칭찬하는 것이다. 얼마 전 올블랙의 시크한 여성분이 젤라또를 사러 왔다. 주문도 시크하고 말투도 굉장히 시크했다. 아무리 밝게 웃고 인사를 하고 맛보기 서비스를 해준다고 해도 됐다고 할 만큼 포스가 있는 손님이었다. 그 포스에 짓눌려 몇 초간 침묵의 상태로 젤라또를 담았다. 그러다 우연히 올블랙 손님의 신발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통굽 워커를 신고 있었다. 한 번 더 용기를 내었다. “손님 워커가 참 멋있어요. 진자 잘 어울려요. 저도 그런 신발 사고 싶었는데” 그리고 그 손님이 활짝 웃었다. “그래요?^^” 워커를 보니 새로 산 워커 같았다. 새로 산 아이템을 칭찬하면 시크한 손님도 웃게 할 수 있다.


두 번째 ‘엄마와 아이 손님이 왔을 때의 칭찬 방법’이다. 이 유형은 아이의 나이대에 따라 칭찬을 다르게 해야 한다. 엄마 손님은 본인 칭찬보다 아이 칭찬을 더 좋아한다. 서비스를 주더라도 아이에게 주면 더 좋아한다. 이런 것이 바로 엄마의 마음이랄까.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외모로 성별을 확신하지 못할 때는 아들 같더라도 아무리 장군감이더라도 무조건 “딸이죠? 너무 인형 같아요~유모차에 인형이 누워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진짜 딸이면 맞췄으니 상관없지만 만에 하나 아들일 경우 기분이 조금 상할 수도 있다. 딸이죠라는 말은 딸처럼 곱상하고 예쁘다는 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단 딸인데 “아들이죠?”라고 묻는 순간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아무리 딱 보아도 아들 같더라도 “아들인가요?”는 고이 접어둔다. 아이가 3~4살로 보일 때 보이는 나이보다 크게 말한다. “아이가 5살인가요? 키가 참 크네요~” 혹은 “아이가 5살인가요? 말을 어쩜 잘하네요.” 아이가 5~7살인 경우 “아이가 스타일이 좋네요. 멋쟁이네~”, “아이가 참 잘생겼어요~”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랑 데이트 너무 좋아 보여요. 부러워요~든든해 보여요.” 그리고 공통된 엄마 칭찬으로 동안미모를 칭찬한다.(단 누가보아도 동안이 아닌 분께는 하지 않는다)    


세 번째 ‘커플 칭찬 방법’이다. 이때 주의 할 점이 있다. 동성 칭찬은 아낌 없이하되 이성칭찬은 아낀다. 약간의 질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친구분 칭찬만 한다. 서비스를 주더라도 여자분께만 준다. “여자친구분이 너무 귀엽게 생기셨어요. 좋겠다~”,“여자친구분이 애교가 많으시네~좋겠어요.”,“여자친구분이 젤라또도 사주시고 좋겠어요.”등


네 번째 ‘남성 무리 칭찬 방법’이다. 가장 쉽다. 대부분 남성분들은이 함께 오면 한 분이 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쏘는 분에게 특히 많이 주거나 서비스를 듬뿍 챙겨 드린다. 칭찬이 필요없다.


다섯 번째 ‘직원분 칭찬 방법’이다. 직원분들은 가장 중요한 손님이다.(물론 모든 손님이 중요하지만!) 쇼핑몰 특성상 단골손님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직원분들에게 잘하는 것이다. 직원할인도 있는데 결제할때마다 꼭 이야기한다. “직원분들은 할인도 해드려요. 뒤에 잔돈 900원은 다 빼버린 금액!” 그리고 직원분들의 얼굴은 특히 잘 기억하고 서비스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두 번째 오는 손님부터는 무조건 단골이다. 단골손님 대하듯 잘해드린다. 먼저 아는 척도하고 화장실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 하며 안부도 묻는다. 간식거리가 있으면 나눠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부담주는 것은 금물. 사실 직원손님들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사실이다. 진한 동료애랄까? 같은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본다는 것은 굉장히 친밀감이 생기는 일이다. 어떤 인연이라도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아무튼 직원손님들은 너무 감사한 분들이다. 특히 화장실이나 주차장에서 만나면 인간적으로 너무 반갑다. “어머~여기서 보니 더 반가워요ㅎㅎㅎ”(화장실에서)   아참, 옷가게 직원분들의 옷도 잘 기억한다. 특히 스포츠매장 직원분들은 매일 같은 단체복을 입고 있는데 시즌별로 갈아입는다. 기억했다가 바뀐 코디를 잘 어울린다는 칭찬은 필수다.


여섯 번째 ‘조부모님과 손주 칭찬 방법’이다. 아이 칭찬보다 조부모님 칭찬을 먼저 한다. “할머니가 참 멋쟁이시네요. 할머니가 젤라또도 사주고 참 좋겠다.” 그리고 젤라또가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성분이 조금 더 안전하다는 것도 살짝 어필한다. “저희 젤라또는 합성첨가물, 색소, 트랜스지방이 0이에요.”


일곱 번째 ‘중년부부 유형 칭찬 방법’이다. 젤라또를 누가 먼저 먹으러 가자고 했는지 눈치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어머님일 때는 아버님을 공략한다. 맛보기 서비스를 드리면 두 분 다 기분 좋게 한스쿱씩 사가신다. 아버님일 때는 대부분 아버님만 혼자 오셔서 사가신다. 침묵이 답인 경우도 있다. 스피드 하게 듬뿍 담아드리고 스피드 하게 결제까지 완료하면 그냥 좋아하신다.


여덟 번째 ‘지나가는 손님 유형’이다. 남녀노소 먼저 인사를 한다. 젤라또 손님이든 아니든 구경하는 손님이든 잠시 서 있는 손님이든 눈이 마주치면 인사한다.  인사는 돈이 들지 않고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인사는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젤라또 매장에 들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냥 지나가다가도 밝게 인사를 나누면 “우리 젤라또나 먹을까?”하고 발길을 돌리게 된다. 구경하는 아이에게 친절하게 인사만 해도 그 아이의 어머님께서는 “젤라또 먹을래?”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젤라또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무엇보다도 진심을 담은 인사야말로 누구에게나 통하는 최고의 칭찬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젤라또매장에서 인생을 배우는 중이다.


남녀노소 인종 국가 다 다르지만 모두 귀여운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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