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부터 시작한 '브런치에 1일 1 글 올리려던 계획'이 틀어졌어요.
1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보름 가까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브런치 북 AI 클래스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 와중에 블로그 글쓰기, 그림 그리기, 작품 홍보 및 클래스 진행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공모전 광고를 발견하다
1월 29일, 마지막 글을 쓰고 난 후 오탈자는 없는지, 흐름이 매끄러운 지 다시 한번 읽어보는데 글의 하단에 브런치 북 AI클래스 공모전 광고글이 달려 있는 거예요.
브런치에 들어온 이유가 종이책 출간을 위함이어서 일반 브런치 북 공모전인 줄 알고 써놓은 글을 '브런치 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 수정 - 분량 조절
그런데 가만 보니, 일반 종이책은 에피소드가 보통 40여 개 되는데 이것은 20개가 최대이고, 리딩 타임 가이드도 있더라고요. 흐름과 상관없이 20개를 끼워 맞춰 보았는데 제안하는 리딩 타임 60분을 훌쩍 넘었습니다.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겠다 싶어 글 하나, 하나를 절반 정도로 뚝 잘라내고 흐름이 자연스럽게 다듬는 작업을 했어요.
블로그에 초고를 쓸 때에는 체류시간 때문에 글 하나당 리딩 타임을 길게 잡으려고 노력했거든요.
초고 쓸 때 자료 조사하면서 개념 설명해놓은 것이 '에세이'를 많이 내놓는 브런치 북 성격에 맞지 않겠다 싶어 제 경험 위주로 수정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 수정 - 콘셉트 잡기
중간에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공모전의 내용은 일반 브런치 북이 아니라 'AI 클래스' 브런치 북입니다.
AI가 책의 내용을 읽어주고, 화면의 표 등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세요.'라고 가르쳐줘야 하는데,
제 경험이 담긴 에세이가 이번 공모전의 '클래스' 성격에 맞을까 하는 고민이 그것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처음 하는 공모전이라 샘플도 하나밖에 없어요.
클래스 101 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몇 가지 미리보기 편을 살펴보았습니다.
나름의 분석을 해보니 '학습 지도'의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따라 해보고 그 행동으로 인해 변화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이요.
그러기엔 차라리 블로그에 올려놓은 정보글을 정리해 엮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자료조사 또 해야 돼?
선배 작가님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제가 쓰려는 책의 콘셉트가 몇 가지 되긴 하지만 이 클래스 북에 맞는 콘셉트는 'NFT로 돈 벌기'정도가 되겠는데 그러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관련 도서를 모두 조사하고 그것에 맞게 다시 쓰라는 것이었어요.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은 블로그용이므로 책에 맞는 글이 되지 못한다고요.
그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세 달 걸려 했던 자료조사와 초고 쓰는 작업을 새롭게 또 할 생각을 하니 현타가 왔어요.
응모 일자는 이 달 중으로 발표가 난다고 하였고, 브런치 북에 미리 응모 내용을 저장해 두어야 하고 이미 여러 번 엎었는데 완전히 갈아엎어야 된다니...
작가가 하는 일이 그거 아니야?
작가가 하는 일이 그것이 맞긴 하죠.
자료 수집하고 정리하여 작가의 통찰로 엮는 일.
전업 작가가 되면 이 일을 숨 쉬듯이 해야 되겠죠?
하지만 매 순간 숨을 힘들게 쉰다면 어떻게 살아갈까요.
궁극에는 저의 상상력과 감성이 버무려진 그림책이나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시중에 나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을 통한 'HOW TO' 전달은 그만하고 싶더라고요.
물론 처음으로 책 초고를 쓰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고 덕분에 얻은 것도 많습니다.
사람들에게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전달하는 일에 보람도 얻고 이 일이 좋아서 계속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데, 하기 싫다고?'
뭔가 이상했어요.
제가 NFT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만나게 된 콜렉터님이 하신 얘기 중에 이 한 문장이 맴돌았어요.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라.'
지속 가능한가?
책 한 권 자비 출판할 것이 아닌 '지속 가능성 있는 작가' 활동을 하려면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글을 써야 합니다. 제 경험 따위 누가 그토록 열심히 읽어주시겠냐마는, 그래도 저는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제일 잘 쓸 수가 있어요.
'작가'와 '저자'의 차이가 무엇인 지 검색을 하게 되었어요.
여러 설명글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 나온 인용문이 차이점을 쉽고 빠르게 이해시켜준다는 생각으로 가져왔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당신을 출판된 저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아무도 당신이 작가가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쓰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계속 쓰세요.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자녀를 양육하는 동안, 송어 낚시를 하는 동안 글을 쓰십시오. 당신 자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당신을 막을 수 없습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캐서린 네빌-
저는 아직 책을 내지 못했으니 저자는 아니지만,
계속 글을 쓰고 있으니 작가인가 봅니다.
검색 결과의 다른 글에서는, '작가 정신으로 시작하여 저자의 태도로 퇴고하라'는 말이 쓰여있었어요.
저에겐 작가 정신은 있지만 저자의 태도는 부족한 것을 알았습니다.
공모전 준비를 통해 배운 점
종합해 보았을 때,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 배운 점은 '지속 가능한 글쓰기'였어요.
그리고 역시나 '주제 파악'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고요.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발버둥 치며 발전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속도대로 가다 보니 어느덧 고개를 넘어있기도 하잖아요.
저의 주제를 모르고 계속해서 뛰어넘으려고만 하다 보니 용쓰다 지치는 것 같더라고요.
이 정도가 나의 최선임을 인정하고 적정한 선에서 분량을 추려 응모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