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의 봄, 겹벚꽃만 즐기고 갈 건가요?

<역사를 알면 더 재밌는 국내여행기>

by 운율



몇 년 전, 서산에 와서 겹벚꽃 구경을 했을 때만 해도 겹벚꽃은 내게 생소했다. 하지만 벚꽃보다 더 색이 짙고 풍성한 겹벚꽃 풍경을 보며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순식간에 피고 지나가는 벚꽃놀이를 즐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어졌다. 봄의 대명사인 “벚꽃” 말고도 즐길 수 있는 봄 풍경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역사적 공간에서 즐기는 꽃놀이



요즘은 어딜 가도 겹벚꽃이 피어있는 걸 볼 수 있지만 특히 수십 그루의 풍성한 겹벚꽃 풍경의 명소로 떠오르는 곳은 바로 “서산”이다. 겹벚꽃을 볼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곳으로는 청벚꽃도 함께 볼 수 있는 개심사가 있지만 꼭 가장 유명한 사람 몰리는 곳을 갈 필요가 있는가. 나는 겹벚꽃 터미널을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던 문수사를 추천하고 싶다. 문수사는 고려 충목왕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절로, 이곳에 있는 금동여래좌불상이 고려 후기 불상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겹벚꽃이 만발한 그곳에서 고려 후기 불교 문화도 감상해볼 수 있다.



서산의 산책 코스, 해미읍성

천주교 탄압의 아픔이 담긴 곳


서산은 서울에서도 차가 막히지 않으면 두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는 당일치기로도 가능한 곳이라 요즘 인기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 중 사람들이 그래도 부담없이 많이 가는 역사 유적은 “해미읍성”이다. 해미읍성 앞에 맛집도 많아지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출연한 이후 맛집도 갈겸 바로 앞에 있는 해미읍성은 서산 오는 사람들에게 필수 산책코스로 자리잡았다.


해미읍성은 고창읍성, 순천 낙안읍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보존이 나름 잘 된 읍성 중 하나이다. 조선 태종 때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하여 이후 오랫동안 충청의 군사 거점이 된 곳이다.


특히 이곳엔 옥사 근처에 “회화나무”라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병인양요”를 다루는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그 나무 사진, 그냥 산책하며 지나가다보면 오래된 특이한 나무겠거니 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자세히보면 이 나무에 철사가 매달려있는게 보인다. 이것은 조선후기 천주교가 탄압을 받을 때 그당시 고문의 흔적이다. 서산은 김대건 신부의 영향으로 천주교 신자가 많았던만큼 수 천 여 명이 넘는 순교자가 박해를 받았던 곳으로 병인양요의 원인이었던 병인박해와 연관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부러지고 쓰러졌을법한데도 꿋꿋이 지키고 있는 이 나무는 그당시 역사를 지켜내고자 하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겨져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해미읍성을 산책하며 단순히 뛰어놀기 좋은 곳, 전망 보기 좋은 곳으로만 여기기 보다는 그당시 탄압을 당했던 천주교 신자들의 아픔을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해미읍성을 본따 만든 양갱으로

당 충전



여행을 하다보면 아무리 좋더라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면 체력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당 충전. 해미읍성 바로 앞 카페, “해미당”에 들러 해미읍성 진남문을 본따 만든 양갱을 하나 사들고 베어 먹으며 해미읍성을 한 바퀴 돌면 좋다. 양갱 한 입 베어먹기 전에 해미읍성 입구 앞에서 들고 인증샷을 찍는 것을 해보는 재미도 있다.



백제의 온화한 미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유산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서산” 했을 때 “서산 마애삼존불”을 떠올릴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그 인자하게 웃고 있는 바위에 새겨진 세 부처의 모습 말이다. 그래도 서산에 왔다면 서산마애삼존불을 잠시 들러보길 권한다. 그 어떤 역사 유적이 다 귀하지 않고 의미없는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연 속에서 궃은 비바람도 피하며 버텨내고 있는 그 불상을 보면 오랜 시간이 지난 백제의 역사에게 안부를 건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백제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의 상징으로 유명한 마애삼존불을 보고 있으면 그 불상의 표정처럼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띠게 된다. 역사를 몰라도, 불교 신자가 아니여도 괜찮다. 이곳에 있는 세 부처의 온화한 미소야말로 코로나19로 인해 온 국민이 힘든 상황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전해져야할 유산 아닐까.



서산의 포토존,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밭

조상이 물려준 한옥에서 비롯된 산물


매년 봄이 되면 서산의 포토존으로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밭을 손꼽는다. 노오란 수선화가 잔뜩 피어있는 풍경은 유채꽃과는 또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유기방 가옥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100년 넘은 전통 한옥으로 그당시 소유자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은 것이다. 각 방향에 따라 조화롭게 배치하여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상이 물려준 한옥을 서산의 볼거리로 삼겠다는 후손의 뜻에 따라 주변에 수선화꽃을 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인기있는 포토존이 된 것이다. 한옥 보다 꽃 구경을 더 하러 오는 사람들로 인해 주객전도된 느낌이지만 그래도 오랜 한옥이 이렇게 퇴색되지 않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이곳에 온다면 꽃 구경도 좋지만 덤으로 그 당시 한옥 공간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면 좋겠다.



어린시절 추억 소환에 좋은 한 끼, 떡볶이


원래 여행을 오면 그 지역에서 나는 유명한 특산물을 먹어보는 것이 제대로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서산은 어리굴젓, 꽃게가 유명한만큼 어리굴젓 올려 뜨뜻한 밥 한 끼, 보글보글 끓는 꽃게탕이 생각날 것이다.


물론 이것도 좋지만 여행 중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기도 한 법. 해미읍성 건너편 허름한 골목에는 떡볶이를 파는 오래된 가게가 있다. 가게 이름은 “얄개분식”. “응답하라 1988” 속 떡볶이집이기도 한 이곳은 가게 부터가 옛날 느낌이라 가게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레트로 감성이 느껴진다. 특히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모듬 떡볶이는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먹던 옛날 떡볶이 맛이라 추억을 소환하기 좋다.



여행을 할 때 우리는 어떤 목적을 정하고 떠나게 된다. 요즘같은 5월에는 주로 꽃 구경을 하러 여행을 많이 갈 것이다. 하지만 여행엔 하나의 목적만 있을 필요는 없다. 이왕 꽃놀이 하러 떠난 여행에서 다른 곳들도 함께 둘러보며 그곳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산이 겹벚꽃 명소 그 이상의 여행지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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