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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Jun 07. 2022

서열정리

깍쟁이 짱아의 아부

한별이가 처음 외할머니 집을 방문한 날

외할머니가 키우는 단모 치와와 짱아는

한별이의 울음소리에 맞춰서 짖어대기 시작했다.

짱아는 자기 외에 누군가가 나대는걸 못 보고 관심받기를 무척 좋아하는 댕댕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족들의 모든 관심이 한별이에게 쏠리자, 아의 심기가 무척 불편해졌다.

가끔 언니네 강아지들이 오는 날이면

짱아는 3kg의 작은 체구로 8kg의 푸들 두 마리를 물고 뜯더라도 끝끝내 이겨먹고야마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결국 두 모녀 푸들은 짱아가 지켜보는 내내 큰 식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처량한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자기 몸의 세배나 큰 우리 집 댕댕이 단비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쌘 녀석이다.


그런 짱아가 한별이게도 호락호락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7개월이 되니 갓난이였던 한별이의 몸도 커지고  짱아처럼 네발로 기어 다니기도 하니 짱아는 슬슬 한별이가 동급이 아니라는 감을 잡았나 보다.


짱아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들이 와도 한별이를 서로 안아주느라 바빴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별이를 얼마나 예뻐하는지를 몇 달간 지켜보더니

어느 날은 한별이한테 짱아의 최애 인형을 가져다주는 게 아닌가!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는 올 때마다 아가에게 자기 인형을 가져다준다.

그리고는 한별이 볼에 뽀뽀까지 해댄다.

한별이를 예뻐해 주면 식구들이 좋아한다는 알아챈 모양이다.


그리고는 서열정리가 시작되었다.

짱아의 간식을 한별이 손에 쥐어주고

간식을 주게 했다.

영리한 짱아는 한별이한테 뽀뽀를 하

한별이가 간식을 주는 걸로 이해를 했는지 시도 때도 없이 뽀뽀를 해댄다.


렇다

우리 집안의 서열 넘버원은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큰 이모도 아닌, 바로 갓난아기 한별이였다!


신생아 아기와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훈련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항상 "아기"가 있고 아기가 일순위다!

신기하게도 똑똑한 댕댕이들은 단 몇 번의 훈련만으로도 우리의 삶에서 아기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알아차리고는 아기를 얕보거나 무시하지 않고 어른들이 아기를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따라하기도 한다.


물론 아기 중심으로 환경이 바뀌고 보니 관심, 공간도, 시간도 아기에게 양보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고, 아기가 우리의 가족이 되기 전의 삶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낯설기도하고 때론 서러울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댕댕이와 함께 아기를 육아한 지도 벌써 7개월이 되었고 아기와 반려동물들은 생각보다도 더 잘 지내주고 있다.


단비야, 짱아야! 한별이가 크면 지금 양보해준 시간들보다 더 많이 공놀이도 해주고 산책도 시켜줄테니까 우리, 지금처럼 아기랑 잘 지내보자!


_봄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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