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울 Jan 16. 2024

내가, 조금 이상하다.

- 내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언제부터 아팠던 걸까?'

'이 고통은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걸까..?'


내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았다.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던 금요일의 출근길.

아니, 그날은 일찍부터 바지런을 떠는 아침 햇살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눈을 떴다.

여느 날보다 한결 여유 있게 출근 준비를 하고, 간단히 배를 채울 두유를 한 팩 챙기고, 한풀 꺾인 더위에 산뜻한 기분을 느끼며 평소와는 다른 마음으로 집을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뜨겁고 시끄러웠던 8월의 끝자락. 조금 특별했던 출근길에. 나는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걸 알았다.




출근 후에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전 날의 회의 내용을 복기하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도착 시간을 재차 확인하고, 음악 재생 어플에서 취향에 맞게 추천해 준 음악에 간간이 귀를 기울이며. 익숙한 길을 따라 운전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왜인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한 번 시작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무언가, 눈가를 막고 있던 장막이 툭! 하고 끊어진 것만 같았다.

얼마나 많은 눈물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던 걸까.

또렷한 이유도 모른 채, 출근길에 그렇게 엉엉 울기 시작했다.

소리 없던 울음은 어느새 끅, 꺼억, 목놓아 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흠씬 혼난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어깨까지 들썩이며 펑펑 울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더는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일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울음이 멈추지 않아서, 벌겋게 충혈된 눈을 누가 알아볼까 봐,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주차장 구석에서, 차 안에 덩그러니 앉아 20여 분을 더 울다가, 친한 선배 언니에게 전화를 했고, 그날 통화의 첫마디는 '언니, 내가 좀 이상해...'로 시작했던 것 같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뜨고, 여유 있게 출근길에 오른 덕분에 지각은 면할 수 있었던...

특별한 날의 아침이었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틈틈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지만,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이유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퇴근 후에 남편에게 아침의 일을 이야기하다가 또 한 번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고, 울다 지쳐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베갯잇을 적시며 눈치 없이 흐르는 눈물에 또 한 번 놀랐고, 바로 병원을 예약했다.

그렇게, 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이전 01화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