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상담

- 상담센터의 문을 열다.

by 너울

"너무 열심히 살아온 게 문제입니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세요. "


"마음이 약해서 우울증이 오는 게 절대 아닙니다. 환자분은 건강한 생각을 가졌으니 곧 이겨내실 수 있을 거예요."


2년 전.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던 나는 소량의 약을 복용하며 상담을 이어갔었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중에 오고 간 어떤 문장들은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투명한, 그래서 어쩌면 무채색보다도 더 별 볼 일 없이 지루한 물 위에 톡, 푸른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듯.

선생님의 몇 마디 조언에 한없이 무기력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꿈틀, 변하기 시작했다.

상담을 거듭하며 약 복용량을 줄였고, 6개월쯤 지난 어느 날에 의사 선생님은 넌지시 작별을 고하셨었다.


"이제 약을 안 드시고도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역시 잘 이겨내실 줄 알았어요. 다시 안 오시는 게 가장 좋겠지만, 또 마음이 힘들 때 다시 뵙기로 해요."




이번에는 병원을 찾기 전에 상담센터를 먼저 예약했다.

다양한 진료과목의 병원이 모여있는 건물에 위치해서 오고 가며 눈에 익었던 상담센터. 어쩐지 마음이 끌렸다.

전화로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예약을 잡았다.




상담센터. 첫 방문.

나에게 처음이란 언제나 기대보다는 긴장과 두려움이 앞선다.


오가며 눈에 익었던 상담센터.

외경은 익숙하지만 문 너머의 풍경은 나에게 '낯섦' 그 자체이리라.

첫 상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며 조심스레 상담 센터의 문을 여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센터 내부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소란스러웠다.

대기실로 보이는 홀 안쪽으로 긴 복도가 보였고, 복도 양쪽으로 문이 대략 5개쯤 보였다.

복도를 통하지 않고 홀에서 바로 이어지는 방도 있는 걸 보니, 상담실이 꽤 여러 개인 듯했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앉을자리도 없이 꽉 찬 대기실의 풍경이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듯 앉아있는 침울한 표정의 부모(아마도), 그리고 홀로 앉아있는 중년의 여성.

꼰 다리를 연신 흔들며 친구와 바짝 붙어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키득거리는 중학생(아마도).

그리고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장난을 치는 어린 형제(이 또한 아마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압도적인 '불편함' 그 자체였다.


'여기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앉을자리도 마땅치 않은데... '


고개를 돌려보니 안내 카운터가 보였다.

대기실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평온하게 앉아 있는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나는 간절히 도움을 원하는 눈빛이었으리라.


간단히 이름과 생년월일만 확인한 후, 그녀는 나를 곧장 복도 가장 끝쪽 방으로 안내했다.

다행이다.

방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깊은 안도감과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나보다 나이가 5~6살쯤 많아 보이는 남자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렇게, 상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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