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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훈 해설위원 Jun 18. 2017

세월호 민간 잠수사 고 김관홍 선생을 기리며

6월 17일은 세월호 민간 잠수사였던 고 김관홍 님의 1주기가 되는 날이다. 나는 김 선생을 2016년 4월 총선 박주민 당시 은평 갑 후보 선거운동 현장에서 만났다.

짧은 스포츠머리, 넓고 다부진 어깨, 안경 너머로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레전드 레슬러 여건부 선생을 연상시키는 매우 사내다운 분이었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선거 운동 현장에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 후보를 돕기 위해서 인형탈을 쓰고 춤을 추고 있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는 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이들의 한을 풀 수 있는 방법으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후보를 국회에 보내는 것이 사실상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에, 보통사람으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결단을 통해 그런 지원을 하신 것이다.


후보와 유권자들 간의 대면접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선거운동의 핵심이라서 김 선생은 승합차를 몰고 불광천과 은평 시내 이곳저곳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루에 수십 차례씩 돌면서 후보와 운동원들을 실어 날랐다. 

김 선생이 나를 태우고 선거사무소에서 불광천으로 향할 때 "내가 세월호 잠수사였던 김관홍이요"라고 먼저 말을 걸어주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프로레슬링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UFC에 누가누가 나가는데 누가 이길 것 같냐라는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박주민 의원을 내 어깨에 태우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시민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던 모습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팽목항에서 신발 짝짝이로 뛰어다니는 부모들을 보았고 목포신항에서 가로로 누워있는 세월호도 보았다. 저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비극의 총집합체 속으로, 오직 가족을 가족의 품 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일념 하에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었던 선생의 용기에 인간 김남훈이 드릴 수 있는 모든 수준의 경의와 존경을 드린다. 하지만 선생도 인간이었고 버틸 수 있는 역치의 한계를 벗어난 일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세상이란, 살만한 세상이란 원래 이런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와 땀이 시냇물을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위협할 정도가 되어야만 무겁고 녹슬어 도저히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거대한 수레바퀴가 아주 조금이나마 움직인다. 


그걸 보고 조급한 마음에 짜증을 내거나 포기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선 안된다. 한 발자국만 들어가서 보면 수많은 김관홍 선생 같은 분이 있었기에 자신을 쥐어짜 내는 용기와 헌신을 보였던 분들이 계셨기에, 조금이나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이 움직였던 것이다.


김관홍 선생 추모현장에서 박주민 의원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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