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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21. 2019

강릉 여행 6

1970년 배화여중을 함께 다닌 친구들과



<2018년 8월 16일>


강릉에 가면 아주 유명한 커피 공장이 두 곳 있는데 그 하나가 테라로사로 우리가 작년에 갔다 너무너무 사람이 많아 커피도 못 마시고 나왔던 곳. 그리고 또 하나가 여기 보헤미안 로스터즈 박이추 커피공장. 새카만 곳에큼지막한 로고. 와우 멋지다. 줄들 쫘악 서 보셔.





배가 좀 꺼졌으려나? 커피도 마셔야 하고 옹심이 수제비도 먹어야 하고 감자전도 먹어야 하고. 하하 드디어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지만 사람이 많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우리 번호가 불리면 그때에야 비로소 2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커피공장마다 정말 가득가득 사람들 북적북적이다. 커피 전문가 박이추 선생님께서 매일 나와계신다는 곳. 바다가 보이는 곳. 그 2층에 우리는 자리를 잡는다. 배가 너무 부른 관계로 커피 짝지를 정해 둘이 한 잔씩. 나는 미리랑 짝이 되어 따듯한 아메리카노.





 M이 슬그머니 꽈리를 한 개 준다. 어릴 때 우리 집 커다란 마당 한편에 작은 나만의 밭이 있었다. 거기서 너무도 정성껏 꽈리를 키웠기에 감회가 새롭다. 열매가 열리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그걸 받아 손으로 조물조물 계속 만지니 알이 말랑말랑해진다. 그러나 꽈리를 불 자신이 없어 M에게 살그머니 다시 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맛있다. 빵도 맛있다. 감자전 먹어야 하는데. 그건 그때 일이고. 지금 맛있는데 배는 가득 부르지만 일단 먹고 볼 일. 헤헤. Y가 나랑 YS 손을 끌어가더니 오마 낫. 커다란 다이아반지를 하나식 껴주네. 머여? 너희들 멀리서 왔잖아. 울산, 제주도. 그래서 우리 둘만 살짝 주는 거란다. 곁에 있던 M. 우리도 울산 이사 갈래. 하하 YS는 다이아 많다고 더 이쁜 걸로 바꽜쓰~ ㅎㅎ반지 같은 거 걸리적거려서 잘 안 하는 나 열심히 끼기로 약속. 근데 그거 힘들다. 매번 끼고 다니기.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맛을 음미하며 조곤조곤 대화~ 그런 걸 기대했으나 택도 없다. 와이?





우리는 열차 시간이 임박하고 강릉에서 맛봐야 할 것은 많아 음미~  는커녕 후루룩후루룩 수준이랄까? 하하

호홋 아직 배가 불러. 우리 방금 산나물 정식 그득 먹었는데 또 먹을 수 있을까? 있어. 먹을 수 있고 말고. 그런 거 들어가는 배는 다 따로 있는 법. 





잽싸게 뛰쳐나와 달려간 곳. 감자적 본부. 허름한 집인데 사람들로 북적북적. 그 많은 사람들 뚫고 자리 안착에 성공. 오예. 사람이 너무 많아 앉아서 기다리다가는 우리 열차 놓칠까 K가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왔다 갔다. 그 덕에 재빨리 챙긴 감자전. 오홋. 맛있겠다. 





그리고 등장하는 강릉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감자 옹심이 수제비. 오예. 아흥 맛있다. 그러니까 요 알갱이가 모두 감자로 만들어진 수제비 떡이란 말이렷다? 앗 뜨거워. 후후 후후 불어가며 정신없이 흡입. 아~ 배불러~ 열차 시간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오고. 아무래도 우리 늦겠다. 빨리 달려라 달려~ 서둘러~ 어서어서!!! 헐레벌떡 강완이네 오피스로 다시들 와서 그녀가 준비해 둔 커다란 가방 안에 히비스커스 코디얼이며 히비스커스 우린 물이며 옥수수며 메밀국수며 계피며 정말 가득가득 한가득 담아간다. 열차 놓치겠어. 빨리들 떠나. 빨리!!!! 옛쏠 후다 다다다닥 달려들 차에 탑승! 오라 잇! 출바아아알~






헉헉 헉헉 아직 안 늦었지? 그래 아직 시간 있어. 여기서 잠깐 앉아 기다리자. 흐유. 한 숨들 돌리고. 이제 들어오라는 시간에 열차 타러 지하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마지막 남은 돈으로 케텤 껌까지. 하하. 모든 비용을 N분의 1로 나누어 내고 마지막 한 푼까지 탈탈 털어 다 쓰고 끝낸다. 호홋. 이제 드디어 서울행 열차 타러 갑니다. 우리들의 특별한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다. 새거라 아주 깨끗한 강릉선. 거기 모두 함께 자리를 잡는다. 중학교 때 단짝 E랑 KJ. 지금도 다니다 보면 어느새 E 곁엔 KJ가. 한 번 짝지는 영원한 짝지. 하하.





하루가 이렇게 길 수도 있는 거구나. 하하. 출바아 아아 알~ 강릉이여 안녕. 한참 가다 보니 우리보다 많이 앞자리에 앉아있던 Y가 벌떡 일어나며 입을 오므렸다 벌렸다. 오잉? 옥수수 먹을래? 그러는 거 같지 않아? 하하. 오케이 오케이 K가 싸준 옥수수 들고 즐겁게 달려오는 Y. 우리들 챙겨 먹이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 호홋. 우린 Y가 있어 언제나 배가 두둑. 그렇게 꾸역꾸역 많이 먹고도 우리들의 배는 옥수수 들어갈 자리가 또 남아있었으니 하하. 한 개씩 안겨주는 옥수수를 순식간에 다 해치운다. 우아아아 놀라운 우리들 식욕. 톡~ 튀어나오는 똥배. 흑. 




반토막 줄어들어 광명팀과 울산. 함께 열차를 타니 시간이 일러 아직 아무도~ 우리 앞자리에 아가씨 한 명. 살짝 부탁한다. 우리 사진 좀~ 기꺼이 즐겁게 찍어주는 예쁜 아가씨. 할머니들의 나들이가 즐겁게 보였나 보다. 계속 생글생글 웃으며 우리를 찍어준다. 고마워요 예쁜 아가씨~ 아, 그리고 이제 광명역이 다가오니 엉엉 이제부턴 나 혼자 울산까지 쓸쓸히~ 앉아서 배웅할 순 없지. 출입구에 함께 서서 잘 가~ 잘 지내~ 강하기야~ 헤어짐이 아쉬워 아쉬워~ 우리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렇게 찐하게 만나니 참 좋다. 다음엔 꼭 일박하자꾸나. H 서방님께서 광명팀 모두를 모시러 오신다 하고.





드디어 드디어 광명역에서 모두 모두 내리고 엉엉 나 혼자 쓸쓸히 울산까지. 밤 12시까지만 운행하는 리무진. 나의 열차는 12시 13분 도착. 이미 리무진 운행 종료. 특별히 나의 서방님께서 역까지 마중을 나오신다. 이 모임의 특징은 서방님들이 그렇게 적극적이라는 것. 마중에 배웅은 기본. 이것저것 찬조에 지극한 배려. 호홋. 배화여중 우리들 영원하여랏~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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