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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23. 2020

영남알프스 배내골

배내리란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대리, 선리와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일대와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일부를 통틀어 일컫는 자연부락명이다. 예로부터 계곡을 흐르는 단장천 주위에 야생 배나무가 많아 배나무 이梨, 내 천川 자를 써서 이천동이라고 불렸고, 점차 순 우리말로 대체되어 배내골이라는 지명을 가지게 되었다. 이천동이라는 명칭은 배내골 상류인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에 남아있다.

흔히 영남 알프스라고 불리는 영축산, 신불산, 천황산, 가지산 등의 1000m대 산맥과 배내고개, 배태고개, 밀양호 등의 자연경계로 둘러싸여 있어 인근 지역들과 떨어져 고립되어 있으며, 인근 도심인 양산시,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와 가까우면서도 지리적인 이유로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아 깨끗한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송정해수욕장과 함께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일대 대학교들의 MT 장소로 애용되어 MT철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몰리며, 겨울에는 영남권의 유일한 스키장인 인근 에덴밸리 리조트를 즐기기 위해 관광객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          <출처 나무 위키>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재약산, 고헌산... 해발 1000 미터가 넘는 산들이 두루두루 있는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산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영남 알프스. 이곳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골짜기 배내골이 오늘의 우리 산행 목표지다. 펜션들이 빽빽한 곳 길가에 차를 세우고 계곡 안으로 들어서니 출렁출렁 기다란 다리가 나온다. 다리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는데 얼마나 깨끗한지 휴지에 비누에 콸콸 나오는 세면기 수도에 없는 게 없다. 아, 우리나라 화장실. 멋져라. 출렁출렁 짓궂은 S는 다리 위에서 발을 구르며 더욱 출렁거리게 만든다. 악 무서워. 내가 제일 겁쟁이다. 출렁출렁 콩당콩당



까르르 웃음을 쏟아내며 공부한다는 언니를 불러내 뜻밖의 등산을 시킨 작은 애 학교 때 엄마들 중 S와 L이 오늘도 산에 가잔다. 배내골이라는 말에 "아, 지리산?" 하하 길치인 나는 우매한 질문을 던지고 "언니~ 지리산엔 뱀사골이지!" 까르르 또 웃음을 쏟아낸다. 푸하하하 배내골이라 이름도 너무 예쁘다. 그래 가자.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 밥을 하고 쪽파, 당근, 파프리카, 양파를 쫑쫑 썰어 그 위에 달걀을 풀고 소금과 후추를 넣어 마구 저어주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파팍 쏟아 넣는다. 치지직 소리가 나며 맛있게 달걀부침이 구워진다. 한쪽 끝부터 조심조심 말아준다. 얌전하게. 하하 그렇게 완성된 달걀말이와 남편과 새벽 5시까지 담근 총각김치와 새빨간 파프리카를 썰어 담는다. 커피물과 커피믹스를 챙기고 토마토와 바나나도 챙긴다. 등산스틱과 등산방석 물도 챙긴다. 준비 완료.




계곡 따라 걷다가 걷다가 지쳐갈 즈음 우리 먹으면서 쉬면서 가자. 나의 하소연에 널찍한 바위 발견. 물 졸졸 흘러가는 계곡에 앉아 바나나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커피에 어울릴 과자를 아차 안 가져온 것에 너무 아쉬워한다. 다음엔 꼭 챙기자. 네~ 하하  다시 툭툭 털고 산행~ 으쌰 으쌰 휴식은 달콤해.



언니 이렇게 되면 이건 흉기야 흉기!


배낭에 등산 스틱을 꼽고 등장한 나에게 동생들이 제일 먼저 화들짝 놀라며 해준 말들이다. 나의 배낭을 끌러 내려 스틱을 빼내고 다시 장착시키며 알려준다. 언니, 이렇게 손잡이가 위로 가게 해야 해. 뾰족한 바닥이 위로 가게 되면 그건 흉기가 된단 말이야. 하하 그래? 난 왜 아직까지도 모든 걸 동생들에게 배워야 할까? 에고 참 아는 것도 많은 동생들.





사람들 거의 없는 계곡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룰루랄라 걸어간다. 어쩜 이렇게 아무도 없을까? 출렁다리 입구에서 와르르 몰려온 아줌마들을 보았는데 금방 사라진 것 보아 어딘가 낮은 곳 치마바위에서 맛있는 것 먹으며 놀고 있는가 보다. 여름엔 이곳에 사람이 바글바글이란다. 사방팔방에 치마바위가 그야말로 천지빼깔이다. 푸하하하 천지빼깔? 무척 많다는 뜻이다. 천지빼깔 아까맹키로 쐐가 빠지게 하하 내가 무척 재밌어하며 배운 말들이다. 어쨌든 1시가 다 되어 배꼽시계도 꼬르륵 난리가 날 즈음 우리의 밥상이 되어줄 평평한 바위를 찾기란 아주 쉬웠다. 준비성 완벽한 S는 식탁보도 준비해와 아주 깔끔하게 우리의 식사를 차린다.




자기 먹을 반찬 해오기~ 에 각자 가져온 반찬이 합쳐지니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뱃속 꼬르륵 소리와 함께 시장이라는 반찬이 곁들여져 아, 얼마나 맛있는지. 아, 맛있어.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얼갈이로 담갔다며 시원한 보냉 통에 물김치를 담아온 S. 그뿐인가 우엉조림을 꺼내놓는데 윤기가 자르르~ 아니 우엉을 어떻게 이렇게 윤기가 잘잘 흐르게 만들지? 마지막에 식용유를 조금 넣어주어요. 아하 식용유. 작은 멸치조림도 먹어보니 바삭바삭 너무 맛있다. 아니 어떻게 멸치조림이 이렇게 빠삭할 수 있어? 맨 처음 멸치를 튀기듯이 일단 기름에 볶아요~ 하하 가져온 반찬들의 만드는 방법이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것 같은 세련된 외모의 L은 의외로 장아찌를 좋아한다며 지난번엔 가죽나물 장아찌를 해오더니 이번엔 제피 잎 장아찌다. 세상에 그것도 직접 담근 거란다. 하하 사람은 정말 겉만 보아선 알 수 없다. 메인 메뉴 밥이 끝나면 이젠 디저트 시간. 다도를 하는 S는 보이차와 직접 만든 다식을 예쁘게 펴놓는다. L이 옆에 나뭇잎을 놓아 장식을 마무리한다. 자색 고구마와 콩가루를 버무려 틀로 찍어냈다는 동글동글 예쁜 다식은 입안에서 살살 녹으며 보이차와 너무 잘 어울린다. 이 깊은 산속에서 우리가 이렇게 디저트까지 즐기고. 하하 너무 좋아~




주암계곡이며 철구소라는 팻말이 곳곳에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온 이 곳이 배내골 중 주암 계곡이며 끝까지 가면 철구소가 나오는가 보다. 철구소? 뒤적뒤적. 밀양의 호박소, 배내골의 파래소와 함께 영남알프스 3대 소의 하나로 이 계곡의 마지막 소란다. 전설에 따르면 이들 3대 소는 그 밑이 서로 연결돼있어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오면 이무기가 그 밑으로 내려가 자리를 피해 줬단다. 와우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던 곳이구나 하하. 철구소는 소의 모양이 좁아 절구처럼 생겼다고 절구소라고 해오다가 철구소로 변했단다. 아하. 난 무슨 철공소인가 했는데 하하 절구소가 변해 철구소가 된 거구나.




아, 너무 평탄해서 재미가 없어. 이번엔 계곡 쪽으로 내려가 볼까? 밥을 먹고 나자 산 잘 타는 동생들에겐 평평한 산책길 같은 우리가 온 길이 영 재미없었나 보다. 그래서 우리가 올라온 길 반대편으로 건너가 계곡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헉! 가도 가도 길은 나오지 않고 이거 등산로 맞아? 전혀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곳. 겨우 사람 한번 만났는데 그 사람은 우리와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그땐 우리가 아직 위기의식이 없을 때였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한참을 헤매다 보니 그때 그 남자가 생각난다. 그 남자 가는 길로 우리도 갔어야 하나 봐. 아슬아슬 발을 잠깐만 헛디뎌도 계곡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사람 발길 전혀 안 닿은 듯한 험한 곳. 으힉. 요즘 뱀 많다던데. 여기서 뱀을 만나면? 놀라서 그대로 발을 헛디딜 테고 그러면 계곡으로 추락? 안전한 길로 가자아아~ 그런데 큰길이려니 하고 낑낑 올라가면 그건 또 길이 아니고. 흐익. 어떡하냐. 우리 TV 뉴스에 나오는 거 아냐? 등산하던 세 아지메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구조되다. 모 그런 거. 나의 초등 동창 산 잘 타는 아이가 이토록 그리울 수가. 그 애가 있다면 이런 위기쯤은 아무것도 아닐 텐데.





아, 저기 우리가 바나나 먹던 곳! 아, 살았다. 하하 119 구조대 부르지 않고 익숙한 곳으로 내려왔다. 후유 다행이다. 고생고생 어마어마하게 했지만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슬아슬 계곡 위 한 사람 겨우 지나갈만한 험한 곳을 부들부들 떨며 동생들 쫓아가던 그 순간이다. 헤매다 눈을 들어보면 저만치 앞서있는 동생들. "같이 가자아아~ " 소리쳐 불러 세우고 "아니, 언니를 그렇게 내버려 두고 갈 수가 있어?" 투덜대면 "우리는 언니가 다 보이는데~ 언니가 따라오나 보면서 가는 중인데." "에구. 곁에서 같이 가아." 결국 S가 앞장서고 L이 내 뒤로 오고 나를 가운데 두고 내려온다. 하하 잠깐 헤매다 보면 멀리 있던 동생들이 나를 다 지켜보며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난 혼자 떨어진 게 무서워 같이 가아~ 불러대고. 하하 능숙한 동생들은 나처럼 겁먹지도 않았는가 보다. 하 그래도 동생들 덕에 이 멋진 경치의 감상이다. 스카이 산악회? 스카이 산방? 그래. 우리 제대로 발대식 하고 매주 등산하기다. 정식 발대식은 6월 11일 목요일 P를 합류시켜하기로 한다. 그래. 이 근방 멋진 산을 다 둘러보자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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