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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22. 2020

조회수 9만이라니 와우

가래떡이 주범


아, 미치겠다. 도대체 아무 일도 안된다. 보고 또 보고. 찍어보고 또 찍어보고. 그리고 우리 가족방에 올리고. 우아우아 아들들의 함성에 놀라면서 또 보고. 쭈르륵 올라간 조회수에 또 찍어보고. 세상에 9만이라니? 하루 조회수가 십만이 넘어가다니? 가래떡이 주범이라는 글에만 9만이 넘어가고 있다. 난 지금 글을 쓰게도 글을 읽게도 아아아아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 할 수가 없다. 난 오로지 무지막지 올라가는 내 글의 조회수만 체크하고 있다. 그것만 확인한다. 와우.



내 글 조회수가 6만이 넘은 적도 있어요.



하하 난 그랬다. 내 글 들 중 최고로 많이 나온 조회수를 기억하며 어쩌다 누가 나를 알아보기라도 하면 응 나 6만 넘은 적도 있어. 하하 그렇게 은근히 자랑을 하곤 했다. 6만이라니. 천을 넘기고도 정신이 그야말로 뿅~ 간 채 멍하길 얼마나 했던 가. 그런데 만을 넘겨 그것도 일만 이만 삼만... 구만까지. 와우 우아아아아아 정신이 없다. 도대체 어디서? 브런치 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찾아보니 오호 오늘의 인기 글에 그것도 맨 앞에 나와있다. 아니 어떻게 단 몇 분 만에 몇백이 오르고 한 시간도 안 되어 천이 오를 수 있는가? 와우... 아, 이건 뭐지? 별 글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꾸역꾸역 먹어대는 내가 싫어 어찌 마음 좀 잡아볼까 더부룩한 배를 쓸어안고 그 불쾌한 감정을 쭉쭉 적어 내려 간 것이 웬일? 그러니까 그 어떤 감정이고 느껴질 때는 무조건 다다다다 노트북을 껴안고 타이핑해나가는 게 좋겠다. 순식간에 써 내려간 이런 글들은 종종 메인에 오르며 이렇게 놀라운 조회수를 보여준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고치고 고치고 심사숙고하여 올린 글은 도리어 이런 조회수를 터뜨리는 적이 별로 없다. 그건 참 신기하다.


아, 그런데 지금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자꾸자꾸 그 통계만이 궁금해질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조회수가 올라갈까?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아, 쿵쿵 쾅쾅 가슴이 쿵쾅거리며 도대체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 좋다. 아. 이 글 조차도 잘 안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아아아 지금 이 순간에도 난 수시로 통계로 달려가고 그 통계는 다만 몇 분이 지났을 뿐인데도 조회수가 또 쭈욱쭉 올라가 있다. 아, 쿵쿵 쿵쿵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의 최고 기록 6만 2천을 훨씬 앞질러 가고 있다. 그것도 연짱으로 메인에 등급 되면서. 그걸 왜 버려?로 남편을 쑥스럽게 만들더니 그 조회수 만을 넘겼다고 놀라고 있는데 별생각 없이 써 내려간 가래떡 이야기가 일만은 쨉도 안되게 그야말로 쭉쭉빵빵 올라가고 있다. 만 이만 삼만 사만 와 아아아아 아 어떻게 이런 조회수가. 마치 기계가 고장이라도 난 듯 미친 듯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 세상에.  


아,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통계를 누르고 브런치 홈으로 가서 오늘 인기 있는 글을 보고 거기서 내 글을 확인하고 수치를 보고 계속 그거만 반복하고 있다. 난 바보다. 그래도 어쩌랴. 이리도 가슴이 쿵쾅거리며 좋은 걸 어떡하랴. 단 십분 만에 천명이 넘어가다니 천명이 넘는다니. 아...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보내며 맘껏 이 순간을 즐기리라. 그런 날도 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간다.


라이킷을  누른 분도 있고 댓글을 단 분도 있고 구독을 누른 분도 있다. 앗 누가? 어떤 분이 내 글에 관심을?  보통  후다닥 그분들께 달려가 가장 최신 글 한편을 읽고 나도 관심을 보이며 인사하는 게 정상인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렇게 못하고 있다. 새구자에게 달려가도 도통 그의 글에 집중할 수가 없다. 글이 안 읽어진다. 나의 마음은 여전히 통계로 달려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그저 똑같은 행위의 반복. 브런치로 달려가 통계를 누르고 늘어난 숫자를 확인하고 헉 또 천명!!! 바보 되어 입을 헤벌레 벌리고 그저 통계만 누르고 또 누르고 있다. 남의 글을 읽지도 내 글을 쓰지도 못한 채 말이다. 다른 걸 도무지 할 수가 없다. 아.


생전 처음 정말 처음으로 내가 속해있는 동창 또는 서클이 아닌 공개된 밴드에 글을 올려보고 백명의 조회수에 가슴 콩닥이며 여보 백 명이 넘었어 두근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러면서 그게 며칠 지나 천이 넘어갈 때 우아아 아 우리 가족방에서도 난리가 나고 멀리 있는 애들도 곁에 있는 남편도 덩실덩실 더덩실 신나던 때. 나보다도 남 편이 더욱 신나서 천 하고도 백이 넘었어 하던 그때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힘든 조회수가 천이 다만 몇 분 만에 채워질 수 있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아 미치겠다. 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그냥 내버려 둔 채 이 상황을 즐겨야겠다. 그래 그래도 돼. 몇 명이나 더 들어왔을까? 후다다닥 헉 이러다 십만 넘기는 거 아닐까? 우아아 아 나의 글 최고 기록이다. 만까지는 천이 넘었습니다 딩동 계속 보고가 오다 일단 만이 넘어가면 잠잠. 그 줄기차게 오던 보고가 딱 끊긴다. 그리고 오만 넘어갈 때 띵동 조회수가 오만을 넘었습니다. 보고가 오고 다시 칠만이 넘어갈 때 온다. 그리고 9만까지도 잠잠한 것 보니 십만이 넘을 때 또 딩동~ 연락이 오려나보다. 아아 이것은 그야말로 오래오래 느껴보고픈 지독한 행복이다. 언제 이 열기가 식을지 그냥 마냥 통계만 누르며 실컷 즐겨야겠다 이 놀라운 기쁨을.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태국어도 영어도 소설도 모두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딱!!! 모든 걸 끊고 난 이 기쁨만을 당분간 느끼리라. 아, 좋다.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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