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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30. 2020

태국어 물 좀 세게 나오게 해 주세요

아오 남 억 랭랭

태국에 왔다. 공항에서 삼십 명을 이끌고 너무 헤맸다. 공항은 일단 빨리 빠져나가자는 주의였는데 삼십 명이 함께 움직이기란 정말 쉬운 일 아니다. 거의 삼십 명이지 정확히는 스물여섯 명이다. 연세 많으신 분은 마지막까지 갈등하다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두려워 취소하셨고 너무 임박했기에 지금 취소하면 거의 환불을 못 받기에 나머지 스물여섯 명은 그냥 강행했다. 마스크 쓰고 조심합시다! 하면서.


라차부리 이 곳은 거의 청정지역이란다. 공항만 잘 빠져나오면 되는데 관광도 모두 취소고 공만 치자고 했는데 공항에서 모든 게 겹치고 얽히고설키고 난리도 아니었다. 왜냐. 마침 태국 총리가 현장 체크 나온다 하여 모든 곳에 교통이 통제되고 4 게이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그곳으로 갈 수가 없고 카메라가 촤르르륵 대기 중이고 이십여 명이 서로 갈라져 와우 여기서 찾고 저기서 기다리고 공항에 오래오래 머물며 이러다 정말? 난리 속에 그래도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말이 호텔이지 정말 소박한 시골집이다. 도마뱀과 함께 살 생각을 해야 한단다. 나쁜 벌레를 잡아먹는 도마뱀은 아주 이로운 동물이란다. 겨우 입성했는데 아, 물이 너무 약하다. 그리고 세면기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프런트에 이야기하니 세면기 물을 잘 빠지도록 만들어줄 태국인 기사를 보낸다. 세면기 막는 곳을 아예 빼놓는 공사를 하고 나가려는 그에게 나는 잠깐만요 기다려 달라는 시늉을 하고 파파고를 켜서 물을 좀 세게 나오게 해 주세요. 음성으로 입력하니 금방 태국어가 나온다. 그래서 그대로 그에게 읽어준다.



아오 남 억 랭랭



오홋. 이 기사님, 키는 무척 크고 잘생겼지만 무뚝뚝하던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며 랭랭~ 하면서 즐겁게 다시 들어가 물이 그야말로 세게 쫙쫙 나오게 고쳐준다. 음하하하 태국 온다고 열심히 태국어 공부해서 사용한 첫 쾌거다. 음하하하 이 멋진 기분이라니. 현지어를 쓸 때의 사람들의 이 즐거운 반응이라니. 하하 파파고를 틀어 태국어가 나올 때 그걸 제대로 읽을 수 있으니 여간 편한 게 아니다. 그런데 그걸 다시 태국어 네이버 사전으로 찾아보면 다르게 나온다. 아, 모르겠다. 그건 복잡하고 어쨌든 태국 사람이 알아들은 말을 오늘은 공부해보련다.




아오 남 억 랭랭: 물 좀 세게 나오게 해 주세요.

그럼 단어를 살펴볼까?




: 물







: 나오다.



랭랭: 세게


앞의 단어는 이고 뒤의 단어는 마이 야목으로 앞의 단어를 한 번 더 반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랭랭이 된다. 강조하는 뜻이다.




아오 남 억 랭랭: 물 좀 세게 나오게 해 주세요.


내일 새벽 첫 라운딩이다. 이제 자야 한다. 오늘 공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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