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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28. 2019

태풍

옛날 글을 뒤적여보는 이 재미~


<태 풍>이라는 제목으로 나는 2016년 10월 5일 오후 3시 31분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태풍과 전혀 상관없는 봄을 코앞에 둔 이월 마지막 날에 나는 왜 태풍에 끌렸을까? 1월도 아니고 2월도 아닌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은 만물이 소생하는 3월이라고 느껴서일까? 3월 이전의 것들은 태풍에 모두 깡그리 쓸려갈지어닷. 모 요렁거.

자바 태풍을 영어로 어떻게 쓸까? 하면서 뒤적이다 알게 된 태풍 정보. 아시아 쪽 태풍은 typhoon 

북미 쪽 태풍은 hurricane 인도양 쪽 태풍은 cyclone 오호. 몰랐네. 그냥 모두 태풍인지 알았쓰. 



태풍은 또 와이 태풍 일꼬? 영어의 typhoon과 무언가 비슷해 보이는 우리나라 태풍. 그리스 신화에 보면 Typhon이라는 매우 파괴적이고 아주 못된 용이 나온다. 제우스가 이를 가만히 두겠는가? 너무 포악한
요놈에게서 불 뿜는 능력을 뺏아 버렸겠다. 결국 폭풍우만 일으킬 수 있게 된 티폰. 그것이 변하여 typhoon 이 되었다는... ㅎㅎ



계속 식탁 위 설치된 아파트 내 방송에서 재난 경보입니다. 재난 경보입니다. 꼭 북한 여자 같은 말투의 방송이 쩌렁쩌렁 집안 전체를 울리고 계속 켜 놓으라는 TV 에선 홍수 경보. 둥둥 떠내려가는 자동차며 물에 잠긴 집들. 우리가 늘 다니던 익숙한 도로가 황토색 진흙탕 물에 푹 잠긴 모습이 오래오래 방송된다. 


창문 바로 앞에서 거인이 커다란 양동이로 물을 팍팍 끼얹듯 창을 두드리는 물세례. 거센 바람에 그 커다란 유리 창문이 흔들흔들. 창문을 열 수도 밖에 나갈 수도 없다.



창문을 열면 휘이익 휘이익 무시무시한 바람 소리. 바람 따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거대한 나무 행렬. 사방팔방이 걱정과 두려움으로 휩싸이는데 아. 이것이 웬 말인가. 아주 깜짝 사이에 반짝 해님이 등장한다. 



거짓말처럼 베란다 창문 풍경이 변한다. 아주 갑자기. 모든 것이 그러하리라.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고통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다 지나간다. 그렇게 태풍은 지나갔다. 

겨울 내내 봉오리만 보여주던 동백이 드디어 빨간 꽃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봄이 코 앞에 다가온 것이다. 2019년 이제 진짜 시작이다. 2월의 마지막이여 어서 가랏. 그리고 3월 어서 오너라. 힘차게 살리라!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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