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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04. 2019

불꽃놀이

팡 파팡~ 

<2016년 11월 4일 오전 6시>


불꽃놀이 구경 가요. 지난주 토요일 성가대 연습이 끝난 늦은 밤 쌀쌀하기도 했지만 이른 저녁부터 시작된 유명 가수들의 노래잔치 등 온갖 행사가 모두 끝나고 이제 곧 하이라이트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때문에 난 주변에 권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하이고 청춘이어요. 이 추운데. 마트에 가야 해~ 영 들 신통치 않다. 우리도 가지 말까? 그러게. 괜히 우리만 들떴나? 교회를 나오며 대충 생각을 접으려는 찰나!!! 앗  앗 앗앗이게 머여? 우~ 몰려 가는 행렬. 수많은 사람들. 분명 불꽃놀이를 보러 가는 사람들 이렷다. 교회 앞으로도 수변 공원에 진입하는 길이 있다.

우리도 잽싸게 일단 집으로 가 차를 안전하게 주차해놓고 매일 산책하는 코스로 접어든다. 서둘러야 한다. 빨리빨리. 노래하고 어쩌고 그런 행사는 안 봐도 그만. 그러나 이 불꽃이 팡팡 터지는 하이라이트는 놓칠 수 없다. 마침 성가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하다니. 오예. 신난다. 행여 시작할까 발길을 서두른다. 후다다다다닥

앗. 그런데 수변공원에 진입하니 입구에서부터 돗자리 방석 등을 깔고 호수를 향해 쫘악 자리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 어디 낄 자리가 없다. 이미 한참 전부터 불꽃놀이가 아주 잘 보일 명당자리를 잡아놓고들 이제나저제나

시작을 기다려온 눈치다. 이제 막 들어서는 우리가 감히 낄 자리가 아닌 것이다. 기득권이라는 것. 날씨 이렇게  추운데, 불꽃놀이가 기막히게 잘 보일만한 곳엔 사람이 그야말로 가득가득이다.


그에 맞추어 이동식 트럭 카페도 와있다. 커피 향이 진동을 한다. 완전 축제 분위기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우리도 덩달아 신난다. 어디 좀 쑤시고 들어가 앉으려 하지만 꽉꽉 사람들이 많아 쉽지 않다. 걸으면서 보면 되지.
산책길을 따라 걷지만 그건 또 아니다. 제대로 불꽃을 감상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어딘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럴듯한 자리는 꽉꽉 사람들로 차 있어 발 한 짝 들이밀 수가 없다.


자리잡기를 포기하고 걷고 또 걷는다. 저 난간. 저기 괜찮겠는데. 사람들을 쑤시고 앞으로 앞으로. 히히. 앗. 그런데 휠체어. 더 이상 진전할 수가 없다. 장애인 분들이 앞을 쫘악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 빈 곳이 있었던 거구나. 그 뒤에 선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도 한참 시작하기까지 남구청장 연설에 또 누구 연설에 에고 그 늦게 합류했건만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화려한 불꽃놀이를 앞두고 뜸 들이기랄까. 뭔 뜸을 이리 많이 들일까. 기다리던 사람들이 헥헥 정말로 지쳐갈 즈음에 빵~



드디어 한 방 터지면서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아. 두구두구두구두구 빵~ 빵~ 팡~ 팡! 커다랗게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그에 맞추어 팡~ 팡~ 팡팡~ 온갖 종류의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 그것도 가을 하늘 위에서 다다다다 터진다. 어떻게 이런 걸 보자는데 시큰둥할 수 있을까?  이런 걸 어떻게 감히 안 보겠다 할 수 있을까?  우아아아아아 터져 나오는 사람들 환성, 탄성. 아~ 어쩜. 너무 멋져.



갑자기 호수 한가운데 쏟아지는 물. 엄청난 폭포수. 우아 우아아아아아 불꽃 물 폭포가 반짝반짝 곁들여지는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 아. 멋있다. 말로만 듣던 이과수 폭포 같아. 아 우아아 아. 쏟아지는 감탄. 다물어지지 않는
입들. 우리도 멍~ 헤~ 헤벌레~  히히 오길 얼마나 잘했어. 호홋.



저쪽으로 옮겨가자. 더 잘 보이는 곳으로. 남편이  손을 잡아끈다. 안돼. 그동안 못 보게 되잖아. 싫어. 단 한순간도 놓치기 싫어 난 꼼짝 않는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잡아 끄는 그의 손길 따라 옮겨 보니 세상에. 가을 낙엽 물들어 가는 나뭇잎 사이로 팡팡 파 파팡 터져 나오는 불꽃 모습이 더더욱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 아닌가.


아. 깊어가는 가을밤. 쌀쌀한 날씨. 수많은 사람들. 하늘엔 불꽃! 음악소리 쿵쿵!!!! 폭죽 소리 팡팡!!!! 아 신난다. 재밌다. 춥고 귀찮고를 떠나 역시 특별 행사엔 무조건 참여하고 볼 일이다. 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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