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중
우리에게 서부 개척 시대를 소개해 준 것은 조 딜런이었다. 그의 작은 책장에는 유니언 잭, 플럭, 하프 페니 마블 같은 잡지의 지난 호들이 가득했다. 우리는 학교가 끝나면 저녁마다 그의 집 뒷마당에 가서 인디언 전쟁놀이를 했다. 딜런과 그의 뚱뚱한 동생인 게으름뱅이 리오가 헛간의 위층을 차지해 방어하면 우리는 그곳을 습격해 함락하려 애썼고 땅 위에서 막상막하로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잘 싸워도 우리는 요새를 함락하거나 지상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결과는 언제나 승리를 자축하는 조 딜런의 춤으로 끝나 버렸다.
나는 아무도 안 오는 뒷마당 끝 석탄재 묻는 곳 근처 풀숲에 책을 숨겨두고 운하의 강둑을 따라 서둘러 걸어갔다. 6월 첫 주의 맑고 포근한 아침이었다. 밤새 열심히 윤을 낸 캔버스 천 신발을 자랑스러워하며 나는 다리의 갓돌 위에 올라앉아 유순한 말들이 언덕 위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을 태운 마차를 끌고 가는 것을 쳐다보았다. 산책로에 줄지어 선 큰 나무들의 가지들이 작고 밝은 연녹색 잎들을 자랑하고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비스듬히 물 위를 비추고 있었다. 다리의 화강암이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나는 머릿속의 멜로디에 맞추어 손으로 그것을 두드렸다.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는 우리에게 토머스 무어의 시나 월터 스콧 경, 리턴 경의 작품을 읽어 보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가 말한 책들을 다 읽어 본 척했다. 그랬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보니 너도 나처럼 책벌레로구나.' 그러고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마호니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저 친구는 달라, 노는 것을 더 좋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