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모종이 얼어 죽었다

은퇴한 남편과 어설픈 밭농사

by 꽃뜰


한 개에 오백 원씩 아홉 개의 호박 모종을 사다 정성껏 심었는데 오늘 가보니 몽땅 죽었다. 아주 처참하게. 종묘상 사장님은 말했었다. 봄날인데 너무 추우니 집에 두었다가 따뜻해지면 심으라고. 아니면 위에 부직포를 덮어주라고. 날씨가 너무 춥다고. 그 말을 전했지만 이런 걸 잘 아는 S는 괜찮다고 했고 그래서 그냥 심었다. 봄인데 날씨는 곧 풀릴 테니까 하면서. 그래도 위에 덮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 오늘만 추운 거지 내일이면 곧 따뜻해질 텐데 그러면 또 그걸 걷으러 어떻게 오겠느냐며 괜찮을 거라 하여 그래 언제 또 오겠어. 우린 그냥 왔다. 그리고 4월도 한참 지나 오월로 다가가는데 그럼 따뜻하면 그 덮어놓은 걸 어쩌겠어. 그렇게 그냥 왔더니 아흑. 다 죽어버렸다. 따뜻한 부직포를 위에 덮어줄걸 후회가 막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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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은 걸까. 심으면서 거름을 함께 주어 타버린 걸까. 남편은 후자를 의심한다. 심을 때 거름을 주어도 되는 걸까? 어쨌든 호박은 몽땅 죽어버렸다. 에고 미안하고 불쌍하고. 저 새파랗던 잎이 까맣게 타들어간 모습이라니. 우리는 밭농사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너무나 많이 하고 있다. 다행히 머위 잎은 살아있지만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물만 살짝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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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직포 밑에서도 끈질긴 생명력 잡초는 살고 있나 보다. 밑에서 안간힘을 쓰는 듯 위에서 보는 부직포는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콱콱 박아놓은 핀은 위로 솟아있기도 하고 바람에 날아갔는지 주변에 널브러져 있기도 하다. 주워서 다시 망치로 콱콱 박아놓고 삐죽이 솟은 놈들도 망치로 쾅쾅 두들겨 박아준다. 땅 속에 오래오래 콱 박혀있으라. 그깟 잡초의 안간힘에 맥없이 뽑혀버린단 말이냐. 힘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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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나무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보기 좋게 가지치기한다. 나무 아래 잡초들도 제거한다. 그이나 나나 어설픈 농부의 손길은 바쁘다. 어색하다. 그래도 무럭무럭 나무들은 잘 자라고 있다. 햇빛은 쨍쨍 바람은 쌩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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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를 뿌린 것들은 무언가 조금씩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볼수록 호박 모종 모두 죽은 게 안타깝다. 그날 부직포를 덮어주기만 했어도 추위에서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을. 아, 무슨 봄 날씨가 이렇단 말인가. 아쉽고 미안하고.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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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에는 다시 초록 잎이 났지만 그때 막 올라오는 새순을 땄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이것도 먹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조금 따 본다. 똑똑 기분 좋게 떨어지던 그때와 많이 다르다. 때를 맞추어 많이 따주어야 하나 보다. 이젠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억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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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에서 탕탕탕탕 듣기 좋은 소리가 들린다. 목조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온통 나무라서였을까? 망치를 두들기는 소리가 쨍쨍 앙칼지지 않고 부드럽다. 목조건물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끼리 짜 맞춘다더니 혹시 그런 식으로 짓는 걸까? 분명 쇠못 박는 소리는 아니다. 퉁퉁 퉁퉁 나무 두들기는 소리일까. 하하 아, 참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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