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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09. 2020

남편 몰래 주식투자

나도작가다공모전

안돼! 절대 안 돼!



그럼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어. 흥! 그렇다고 얌전히 꽁지 내릴 나?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흥!  요즘 누구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일까? 아니면 많이 떨어진 주가 때문일까? 공을 치러 나가면 카트 안의 네 명이 모두 주식 이야기다.


"아니, 주식해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분들까지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그뿐인가. 갑자기 우리 동네로 몰려와 함께 산행을 한 후배들까지도 주식 이야기 일색이다. 산길을 걸으며 입으로는 조잘조잘 어느 종목이 어떻고 수익이 어떻고. 그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슬금슬금 고개를 쳐드는 생각 


'나도 다시 해봐?


집에 와 남편에게 딱 천만 원으로 주식 투자해보면 어떨까. 그 과정을 글로 남기면서 하면 실패도 않고 괜찮을 것 같은데... 조심조심 운을 떼 본다. 제대로 말을 마치기도 전에 들려오는 단호한 그의 목소리 안돼! 절대 안 돼! 씨도 안 멕힌다. 단칼에 거절이다. 나의 남편은 왜?


이십여 년 전 남편이 승진하면서 지방 공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이제 시간이 없다며 집안 경제를 나보고 맡으란다. 이천만 원을 주며 다 없애도 좋으니 주식 세계에 입문하란다. 룰루랄라 그저 구름 쫓는 여인이었던 내가 주식투자를! 지방에 가면 친구도 없을 테니 이 참에 주식에 입문하라는 것이다. 고뤠? 오케이 접수. 내가 관심을 안 가져서 그렇지 일단 시작하면 본 떼를 보여주리라. 우선 도서관으로 직행  주식 코너로 가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책(거의? 그 당시에는 주식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을 독파할 즈음 어렸던 아들을 끌고(와이? 낯선 지방이라 어린 그 애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어딜 가건 달고 다닐 밖에) 증권회사에 가 일단 계좌를 트고 남편이 준 이천만 원을 넣었다. 하하 그렇게 나의 주식투자는 아주 오래전 시작되었다.


서울로 비싼 강좌를 들으려도 가고, 증권사에 매일 가기도 했던 그 많은 세월들. '우와 이렇게 쉽게 돈 버는 방법이 있었네?' 수익이 날 땐 내가 너무 멋진 여자 같아 기세 등등했고 '아니 내 돈이 다 어디로?' 손실이 클 땐 눈물이 주르륵 세상 쓸모없는 여자 같아 기가 팍 죽었다. 그런 기쁨과 슬픔을 반복하면서 주식투자 그리고 선물투자를 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흘러 남편이 은퇴하게 되었다.


내가 그래도 경력이 얼만데? 남편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은퇴해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된 남편은 이게 웬 횡재냐? 오호 돈이 이렇게 쉽게 벌려? 신나게 합류했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났을 때다. 공학도인 그는 여기서도 나와 많은 차이가 났으니 모든 건 차트가 말해준다며 오로지 차트만 보는 나를 못마땅해했다. 어떻게 선물투자를 한다는 사람이 뉴스에 귀 막고 수급에 신경을 안 쓸 수 있느냐며 다그쳤다. 뉴스를 보아라, 수급을 적어라, 분석해라. 아, 못살겠다. 티격태격 중에 손실이 크면 언성도 높아졌고 싸움도 커졌다. 


"이런 폭락에선 반드시 브이 자 반등이 있어."

"일단 끊고 봐야 할 거 아냐."

"끊으면 다시 못 들어간다고."


아 미치겠다. 주식 입문 얼마 안 되는 그가 큰소리 내는 게 싫고 조금의 손실도 허용 못하는 그가 너무 쪼잔해 보였다. 싸우다 싸우다 에잇 몰라 맘대로 해 결국 최저 바닥에서 내던지는 결과가 되고 으아아악 보란 듯 튕겨져 올라오시뻘건 행진에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모든 게 상대방 탓. 소리는 더 커져가고 악 아악 저런 남자였어? 이혼 소리까지 나오는 최악의 상황. 아 이거 아니다. 한참을 둘이 씩씩거리다 결론을 냈다. 이런 거 하지 말자고. 정말 못할 짓이라고. 그래서 주식투자 딱 끊어버렸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렀다.


남편과 주식투자를 끝내고는 크게 싸울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동안 투자한 돈, 시간, 그 모든 게 아까워 나는 남편 몰래 딱 한 계약으로 선물투자를 하며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주변의 너도 나도 주식투자를 한다 하니 나의 마음도 꿈틀댄다. 주식투자를 해봐? 선물 투자로 그래프를 수도 없이 보아온 내가 주식투자를 못할 건 또 무얼까? 나도 해볼까? 그런 속마음을 내비치니 난리들 난다. 


"언니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주식강의 많이 해요."

"아주 쉽게 가르쳐 주어요. 좋은 프로가 너무 많아요."

"귀한 정보를 알려주는 프로가 얼마나 많다고요."


그러나 노노노! 난 그런 건 다 멀리한다. 이거 저거를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주식투자에서 실패는 나름의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일어난다. 너무 내려서 원칙 무시하고 매수를 한다든가 그럴 때 사고가 난다. 난 선물처럼 지극히 단순한 원칙으로 해보련다. 모든 이평선을 없애고 5일선과 20일선만 굵게 그려놓고 5일선이 위로 가면 매수하고 아래로 가면 그 매수분을 팔고 기다리다 5일선이 다시 20일선을 뚫고 올라갈 때 매수하고. 그렇게 안전한 종목 10개 또는 5개 정도만 골라 돌아가면서 해보면 큰돈은 못 벌어도 용돈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신경을 쓰는 것과 완전 몰라라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난 신경을 쓰기 시작하겠다는 거다. 그러면 반은 한 거다. 그래. 시작이 반이다. 비자금 생기는 대로 오홋 아주 조금씩 시작해보리라. 남편 몰래 주식투자.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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