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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28. 2019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과자 먹는 것과 무슨 상관? 

그렇다. 뜬금없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니? 난 지금부터 과자 먹는 이야기를 하려는데 왜 느닷없이 제목으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딱 떠오르냐 말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사실 그 뜻도 모르고 어릴 때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시험 가리개를 꼭 갖고 다녔는데 왜냐하면 꼭 시험 볼 때만 쓰는 게 아니라 옆에 짝과 영역을 확실히 구분할 때도 사용했으니까 그 시험 가리개 안에 멋지게 써넣은 글귀가 바로 저거였기 때문이다.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그럼 지금은 그 뜻을 알까? 과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일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난 문득 떠오른 저 멋진 글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를 오늘의 제목으로 탁 뽑아 놓는다. 

아. 오레오. 새카맣고 가운데는 새하얀 크림이 들어있는 미제 과자. 난 또 그 유혹에 못 이겨 봉지를 뜯는다. 오레오 바로 요거 5개가 들어있는 작은 은박지 봉지를. 요 과자는 코스트코에서 파는 게 제일 맛있다. 빠삭! 아 맛있어. 난 오레오 중독일까? 어릴 때 한 번의 충격은 그렇게 평생을 따라다닌다. 난 뺑뺑이로 배화여중을 다녔는데 그곳에는 그 옛날에 육영수 여사가 지어주셨다는 매우 커다란 강당이 있었다. 거기서 매주 예배를 드렸는데 그때마다 우린 공부하던 신관을 떠나 왁자지껄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며 이 강당에 오곤 했다. 잠깐의 자유시간이랄까. 친한 친구들 몇몇이 와와 몰려다니며 예배드리게 되는 그 순간까지 어딘가 예배드리는 본당 아닌 곳에서 신나게 떠들던 우리들. 그곳은 강당 2층 돌기둥이 커다랗게 있는 곳이기도 했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기도 했다. 여하튼 너무도 커다란 그 강당은 곳곳에 우리들이 숨어 이야기할 곳이 많았다. 그때 한 아이에게 얻어먹은 오레오 한 개. 딱 한 개. 동그랗고 새카맣고 새하얗고. 그때가 1970년 또는 1971년이었을 테니 거의 50년 전. 난 그때까지 그렇게 맛있는 과자를 먹어보지 못했다. 아 한 입 콱 무는 순간 으아아아아 아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맛이 있단 말인가. 빠삭 그 감도 그렇지만 새하얀 크림의 그 달콤함 하며 도대체 무슨 과자지? 너무너무 궁금했고 들어도 무슨 과자인지 어디서 구하는 지 알 수가 없었고 꽤 훗날에야 찾아낸 오레오 그 과자. 그래서 난 오레오에 특별한 감정이 있다. 오레오 과자만 보면 난 막 그때가 생각나고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꽤 나이가 든 지금까지도. 그래서 코스트코에 가면 난 꼭 오레오 한 박스를 산다. 물론 떨어졌을 때만. 하하. 코스트코 한 박스는 정말 많다. 게다가 남편과 딱 둘이 살고 있는 지금은 그 한 박스면 꽤 오래 먹는다. 그래도 난 하루 꼭 한 번 그것을 먹어야만 하는 때가 있다.  


코스트코 꺼는 요렇게 은박지로 쌓여 안에 5개의 새카만 오레오가 들어 있다. 가끔 사람들이 물어올 때가 있다. 스트레스 그런 거 어떻게 풀어요? 그러면 난 자신 있게 말한다. 오레오 과자를 커피에 찍어 먹으며 재밌는 소설을 읽어요~ 그렇다. 오랜 기간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요거다. 커피랑 오레오랑 소설! 하하 아 그런데 이 과자의 문제는 일단 먹으면 입이 시커메지고 어딘가 구석구석 박혀 당장 이를 닦지 않으면 안 된 다는 것. 그리고 식사시간 전혀 상관없이 먹기 때문에 뱃속이 무언가 지저분해진다는 것. 깨끗한 블랙커피 또는 깔끔한 허브차 그런 것들과 달리 이건 잠시 먹을 때 그뿐이지 먹고 나면 곧 후회를 몰고 온다. 무언가 똥배에 일조했을 것만 같은 불안감. 지저분한 뱃속. 오염된 잇속. 오레오로 손이 가는 순간만 참을 수 있다면 나의 정신은 항상 맑을 텐데. 그게 참 그렇다. 깔끔하게 괜찮게 시작된 하루. 그건 뱃속이 깔끔해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오레오가 들어가고 커피가 들어가고 하는 순간 깔끔한 정신은 무너지며 에라 모르겠다. 과자는 과자를 끌고 커피는 또 커피를 끌고 책을 읽으려는 것인지 먹으려는 것인지 뱃속은 지저분해지고 심지어 배가 빵빵해지고 정신 맑게 시작한 하루는 오레오로 인해 무너지기 십상이다. 그렇게 배가 지저분하게 불러오기 시작하면 에고 책이고 뭐고 쏘파에 누워 TV 나 볼까. 에라 모르겠다. 모 요렇게 되어버린다. 십중팔구다. 그래서 난 도서관에 온다. 도서관에 오면 먹고 싶다고 맘대로 오레오로 손이 갈 수 없다. 와이? 도서관 안에서는 먹는 거 절대 금지다. 그래서 깔끔한 상태를 꽤 유지할 수 있다. 

아. 새카만 속에 들어있는 새하얀 속을 보라. 이 맛있는 것의 유혹을 어찌 저버릴 수 있을까. 그런데 혼자 집에서는 절대로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종종 도서관에 온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것은 바로바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되는 것일까? 하하 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 도서관에 온다. 오늘도 그렇게 도서관으로 와서 오레오의 유혹에 난 빠지지 않고 있다. 머리가 말갛고 온통 책으로 가득 찬 이 멋진 곳에서 보고 싶은 책들 맘껏 빼 보며 글도 쓰고 있다. 그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깔끔한 정신 유지에 종종 실패하던 내가 그 해법으로 찾아낸 도서관. 대단한 성공 아닌가. 음하하하하하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시작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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