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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10. 2020

아니 엄마들 아직도요?

그래~  아직도!

아니 엄마들 아직도요? 


밴쿠버에 살고 있는 큰아들은 내가 말할 때마다 깜짝 놀라며 웃는다. 그래~ 아직도! 그렇게 난 그날의 모임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J는 어떻고 B는 어떻고 S는 어떻고. 그 애의 친구였던 애들 소식을 엄마들을 통해서 들은 대로. 누구는 장가간다더라. 누구는 아이를 낳았다더라. 누구는 승진했다더라 등등.


큰애가 고등학교 다닐 때 임원이라고 함께 모여 학교일을 하던 엄마들이다. 학교일이라는 것이 정기적으로 모여 돈을 걷어서 야간 자율 학습하는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맘 놓고 공부만 할 수 있도록 온갖 잡일을 해주는 거였다. 너무 날씨가 더우니 팥빙수가 어때요? 하는 의견이 나오면 아, 그거 좋겠어요. 하고 제과점을 뒤져 정확히 제시간에 그 많은 애들에게 팥빙수를 대령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주문하고. 어느 날 밤엔 짜장면 파티 어때요? 하면 주변 중국집을 물색해 즉석에서 짜장면을 말아줄 수 있는 집을 택하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보. 어느 과목은 어느 학원의 누가 가장 좋아요. 등의 입시정보를 나누던 엄마들이다. 엄마들이 친하다고 아이들이 친한 건 또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 때문에 만나 그렇게 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게 어느새 20년 세월이다. 


반짝 애들이 학교에 있을 때 간식이니 학원 이야기였지 다 졸업을 하고는 자연스레 우리들 이야기로 넘어왔다. 남편 이야기 살림 이야기 그러다 아이들 군대 갈 땐 군대 이야기 졸업할 땐 취업 이야기 결혼 나이엔 또 결혼 이야기로 우리의 이야기는 끝도 없다. 학교는 끝났지만 그래도 함께 모여 맛있는 것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 계속 만난다. 그러다 보니 20년 세월이 흘러가 버린 것이다. 함께 정이 들 대로 들었다. 모여서 하는 거라곤 별 거 없다. 오직 수다뿐. 그리고 맛집 순례랄까. 어디가 새로 생겼는데 잘한대요. 하면 그리로 쫙. 그렇게 한 달에 한번 맛집 나들이와 폭풍 수다. 


곰국을 그 솥에 끓여봐. 완전 때깔부터가 다르다니까. 
그래? 살까? 아, 이제 식구도 없는데 뭘. 
샐러드에 아보카도를 넣어봐. 그게 단백질 덩어리라지. 
소스는? 그냥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 식초만 해도 맛있던데. 
배 봉지를 일일이 싸주어야 하는데 딸은 말이야 
사위까지 동원해 몰려들 내려와 반짝 일을 해주는데
아들은 말도 없더라. 역시 딸이 있어야 해.
일단 며느님 눈치를 살피겠지. 
그렇지. 아드님 혼자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푸하하하
그런데 가족 단톡 방에 며느리 사위가 없어?
당연하지. 옛날부터 있던 방인데 거기 들어오라 그래?
아니, 초대를 해야지. 가족인데.
아이, 그건 이상하지.
빼놓는 게 더 이상하지. 


갑론을박. 정답은 없다. 주제도 없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튀는 대로 따라가며 줄줄줄줄 이야기한다. 해결책도 없고 해결을 바라지도 않고. 하하 그야말로 쓸데없는 수다. 그러나 지극히 편하다. 12시에 만나 2시 반 식당 브레이크 타임이 될 때까지 실컷 이야기들을 한다. 그냥 이야기하고 듣는다. 그뿐이다. 


오늘은 특별히 새로 생긴 멋진 곳이 있다 하여 약간 무리했다. 괜찮네~ 방이 따로 있어 맘껏 수다 떨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고기가 맛있고 끝나고 딸려 나오는 냉면이 또 환상적이다. 모두 합쳐서 점심 특선 이만 원 정도이니 어쩌다 한 번쯤은 더 와볼 만한 곳으로 우리 모두 결론 내린다. 아이들은 모두 커서 각자 자기 가정을 꾸리고 있어 더 이상 우리 품속의 아이들이 아니지만 그 애들로 인해 맺어진 우리는 이렇게 오래오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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