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핫 사과나무도 감나무도 복숭아나무도 아닌 호박도 아닌 꼴랑 호박잎 성공이다. 푸하하하 나와 S의 밭농사가 요지경이다. 오랜만에 와보니 잡초는 무성한데 호박잎도 무성한데 호박은 온데간데없다. 열매가 열렸음직한 자리에는 똑똑 부러진 자국이 있다. 흠. 고라니 짓이야. 그래서 우리는 호박은 못 건지고 그러나 무성한 호박잎은 수확한다. 집에 와서 쪄 먹으니 그렇게 부드럽고 맛있을 수가 없다. 많이 따왔다 싶었는데 두 끼니에 몽땅 사라진다. 조만간 다시 가서 무성한 호박잎을 많이 따와야겠다. 큼지막한 것들도 보들보들 보드라우며 그 옛날 먹던 호박잎 냄새가 물씬 난다. 호박잎 쌈.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이게 어디냐.
청정지역인 이 곳엔 그야말로 청개구리가 천지 빼 깔이다. 하하. 나뭇잎 색과 꼭 닮은 이 청개구리는 핸드폰 카메라를 아무리 곁에 갖다 대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도 나뭇잎 인양 들키지 않으려 나름 노력하는 중인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옆에서 그렇게 난리를 치는데 전혀 꼼짝을 않다니. 나뭇잎인줄 속아주기로한다.푸하하하.
사과도 주렁주렁 열렸다. 그러나 이것을 성공이라 말하기엔 사과가 너무 작고 그리고 그나마 새가 콕콕 맛있게 생긴 건 모두 쪼아 먹었다. 그래도 그중 가장 큰 것을 하나 따서 쓰윽 옷에 문질러 한 입씩 나랑 남편이랑 S랑 S 남편이랑 먹어본다. 3년 만에 첫 수확이네. 해가면서. 맛있다. 하하 괜찮다. 그러나 그때뿐 열려있는 것들을 좀 딴다 해놓고 깜빡 잊고 그대로 농약을 쳐버렸다. 그래서 수확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성공이라 할 수도 없다. 다음에 가면 과연 새나 고라니에게 뺏기지 않고 우리 차례가 될 수 있을까? 과일나무에 농약을 뿌리지 않고는 열매가 될 수가 없단다. 주변의 성화에 S남편이 농약 치는 법을 배워오고 통도 얻어와 등 뒤에 메고 농약을 뿌린다. 우리는 낫을 들고 풀을 베고 호미로 아예 뿌리째 뽑아내고 있다. 우리 모두 괜찮은 농부가 된 느낌이다.
언니 이거 다 뽑아버리자. 그나마 몽땅 고라니에게 상납하겠어. 자주 못 오니 할 수 없다. S의 권유대로 얌전히 모두 뽑아놓고 다른 일 하면서 까맣게 잊고 그대로 밭에 두고 왔다. 고라니님께서 잘 드시리라. 매일 가서 물 주고 풀 뽑아주지 않으면 이런 야채는 실패가 확실하다. 그나마 예쁘게 자란 몇 송이 건지려다 망했다. 깻잎도 있었는데. 에고. 어떻게 그걸 잊을까?
엄마 개구리 아가 개구리일까? 비를 머금은 거미줄은 보석처럼 빛난다. 룰루랄라 어쩌다 와서 풀 베어주는 우리. 이렇게 하면서도 밭농사한다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시간 되는 대로 적당히 와서 하루 힘껏 일하고 자연을 만끽한다. 과일농사가 풍년을 이루면 좋고 빈약하면 다시 노력하면 되고. 밭에서의 커피는 일품이다. 끝나고는 언양 시장 유명한 소머리 국밥집에서 한 그릇씩 뚝딱이다. 밥 맛이 일을 하고 나서인지 기가 막히게 좋다.
감나무일까? 복숭아나무일까? 부끄러운 듯 살짝 열매를 맺고 있는 기다란 잎의 나무. 더 커지면 알겠지. 요 거이 자두인지 복숭아인지 감인지. 푸하하하 어느 순간 난 과일나무고 꽃나무고 이름 알기를 안 한다. 있는 대로 인터넷으로 찾아내어 외우고 했는데 그 또한 어느새 스트레스가 되더라. 스트레스? 그런 건 안 키웁니다. 빵~ 내버렸다. 그래서 난 과일나무고 꽃나무고 이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지내리라. 무럭무럭 자라거라. 그것이 감이건 사과건 복숭아건 자두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