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긴장하죠?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군인처럼 인턴처럼 우리가 왜? 교수님 회진이 곧 있다는 말에 진작부터 침구 정리하고 옷 깔끔히 입고 대기 중이건만 저만치 왕창 하얀 가운의 사람들이 모여만 있을 뿐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와요? 안쪽의 우리들은 궁금해 묻고, 바깥쪽 그녀는 고개를 삐죽 내밀고 살핀 후 아뇨 아뇨. 아직 데스크에 몰려있어요. 시작도 안 했어요. 응답한다. 아, 이렇게 한참 되었는데. 투덜투덜 다시 묻는다. 아직도요? 아, 들어갔어요. 맞은 켠 방에 모두 들어갔어요. 오호. 곧 오시겠네요. 후다닥. 하하 그러나 곧 올 듯하더니 또 한참의 기다림. 우리가 왜? 그러게 말이에요. 인턴도 아니요 군인도 아닌데 말입니다. 까르르 웃음이 터지지만 아직도 그들은 안 온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하루가 또 시작된다. 어디 문제가 있는 위급상황 아닌데 굳이 입원해야 했을까. 굳이 이런 검사를 해야만 했을까. 지루한 기다림. 수많은 외래 환자들, 그 속을 뚫고 한참을 기다려 실행하는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검사들. 꼭 이래야만 했을까. 자꾸 후회감이 몰려온다. 엄마는 멀쩡한데. 검사받다 돌아가신 강원도 아저씨가 그럴 만도 했다며 엄마랑 깔깔 웃음을 나눈다. 검사와 기다림! 아, 너무 힘드네.
누나, 나와!
결과 나오기까지 몇 시간 병실에서 기다려야 한단다. 검사에 지쳐 너무 힘들다는 나의 하소연에 동생은 호탕하게 말한다. 누나, 나와! 고뤠? 간호사에게 묻는다. 잠깐 산책하고 와도 될까요? 된단다. 오호호홋 신난다. 엄마를 모시고 신나게 쭉쭉. 엘리베이터도 이럴 땐 잘 잡히네. 룰루랄라 엄마 우리 산책! 병원 옆 공원으로 나가니 누나! 여기! 동생이 소리친다. 환자복을 입은 엄마를 모시고 병원 앞 분위기 좋은 카페로 들어간다. 세상에 동생이 엄마 손을 잡고 햇빛 환한 한가운데 자리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안돼! 동생을 확 잡아끈다. 엄마가 환자복인데 손님 없는 구석으로 가야지. 잡아끌어 한쪽 구석으로 간다. 햇빛이 안 들어 도리어 시원하다. 환하게 웃는 카페 주인. 여긴 병원 앞이라 괜찮아요. 환자복들 입고 많이 와요. 하하 그래도 그렇지요. 푸하하하 어쨌든 검사에 기다림에 지친 나와 엄마 앞에 커다란 팥빙수가 도착한다. 파팍 아 맛있어. 시원한 팥빙수가 피로를 짜증을 몽땅 몰아낸다. 엄마가 얼마나 고집이 센 줄 알아? 글쎄 말이야 어쩌고 저쩌고 난 구세주 만난 듯 나의 고충을 폭포처럼 쏟아내고 동생은 정말? 엄마! 그러시면 안 되지요. 내게 맞장구를 쳐주고 그래 니들 맘대로 날 흉봐라. 그래. 맘껏 들 해봐라. 으름짱을 놓으시고 하하 푸하하하 결국 커다란 웃음으로 마무리되며 무언가 막혔던 나의 속도 확 뚫린다. 피곤하긴 꽤 피곤했나 보다. 띵 하던 머리가 상쾌하게 맑아진다. 수다란 그런 것인가 보다.
60대로 보이시는데요.
헉. 결과를 알려주러 온 심장전문의가 엄마를 보고 깜짝이라는 듯 엄마가 뿅! 갈 인사를 한다. 게다가 심장도 지극히 정상이란다. 아니 아주 건강하단다. 쓰러질 때 어떠셨어요? 미주신경성 실신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럴 때 일부러 어떻게든 붙잡고 일어서려 하지 마세요. 몸 가는 대로 그냥 쓰러지세요. 그래야 다치지 않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신경전문의가 온다. MRI상 문제가 없습니다. 아주 건강하십니다. MRI 지극히 정상입니다. 지금도 어지러우신가요? 아니요 괜찮아요. 괜찮으면 최상입니다. 반복되지 말아야 합니다. 반복이 위험합니다. 증상이 좋아지면 그게 끝입니다. 더 이상 할 게 없어요. 검사에 따른 결과를 알려주러 오는 의사 선생님들마다 지극히 건강하십니다를 쏟아놓으니 슬슬 드는 생각. 아! 깝! 다! 그냥 가만히 계셔도 되었을 걸! 난 만사 제치고 달려왔다. 그런데 모든 게 멀쩡하시단다. 여하튼 나도 남동생도 놀라서 헐레벌떡이었지만, 그 덕에 깡그리 검사를 했으니 다행이지만 자꾸 드는 생각. 아! 깝! 다! 푸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