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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02. 2020

검사 검사 또 검사

지루함의 연장. 검사 검사 또 검사. 어지러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소변검사를 했고, 피를 한가득 뽑았고, 이비인후과에 가서 외계인 같은 안경을 끼고 드드드드  커다란 TV 화면에 엄마 눈동자가 나오는 이석증 검사까지 했다. "눈 똑바로 한 곳을 바라본다는 생각으로 고정하세욧" 의사가 따끔하게 지적한다. 흔들리던 엄마 눈동자가 딱 멈춘다. "엄마 참 잘하고 계세요.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내가 곁에서 막 격려한다. 당장 어지럽지 않으면 이석증은 이 검사를 해도 나타나지 않는단다. 앗 그럼 지금 전혀 어지럼이 없는데 와이 이 검사를?  다른 곳에 이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이석증이 왔다 지나갔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이비인후과에 내려갈 땐 또. 갑자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 안 갔냐는 듯 빨리 내려가라는 눈짓에 넵! 헐레벌떡 가다 보니 아뿔싸! 마스크를 안 챙겼네. 그러나 어떡하랴 빨리 내려가라 했고, 사람 가득가득으로 겨우 집어탄 엘리베이터를 되돌릴 수도 없고, 일단 이비인후과 외래로 가니 사람이 가득가득. 와우 어쩌나. 이름을 말하니 3번 방 앞에 가서 기다리란다. 그냥 가려다가 "저, 급히 오느라 마스크를 안 가지고 왔는데요 지금 올라갔다 올까요?" 하니 너무 사람이 많아 정신없는 간호사들 우리가 마스크를 안 한 것조차 인지를 못했다가 깜짝 놀라며 "안돼요 안돼요 지금 환자도 보호자도 모두 모두 아주 예민해요. 마스크 하셔야 돼요." "그쵸? 깜빡했어요. 올라가서 가지고 내려올게요." "아뇨 잠깐만요. 지금 들어가야 하거든요. 수술 마스크 드릴 테니 이거 쓰고 가세요". 그래서 얻은 마스크. 뒤로 매는 거다. 내가 내 꺼를 매고, 엄마 꺼를 그 친절한 간호사가 매 준다. 난 또 거기서 쓸데없는 말이 나왔으니 "아. 이거 드라마 수술 장면에서 종종 나오는 바로 그 마스크군요?" 푸하하하 간호사가 "네~ 바로 그 마스크요." 하면서 방긋 웃는다. "감사합니다." 하고 검사에 들어갔던 것이다.


검사 검사 또 검사. 이비인후과 검사를 마치고 병실에 있는데 또 금방 심장초음파실에 다녀오란다. 그런데 헉! 그 힘든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는데 또! 마스크를 안 했다. 하이고 내참. 병실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있으니 까맣게 잊고 또 그냥 나온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 가득한 사람들에게 죄송 죄송. 오로지 엄마랑 나만 마스크를 안 했다. 3층에 내려 "엄마 꼼짝 말고 거기 가만히 앉아 계세요." 하고는 다시 헐레벌떡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는데 홀수층 전용. 우리 병실은 짝수층. 한 층 위에서 계단으로 가려 내렸는데 아흑. 코로나 때문에 모두 막아놓았다. 그 병동에 입원 중인 사람 말고는 들어갈 수 없으니 비상계단으로 진입조차 불가능. 하이고. 다시 전층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타고 겨우겨우 병실로 돌아오니 데스크를 지나는데 간호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마스크를 잊었어요." 병실로 들어가 우리 마스크를 들고 엄마에게 간다. 내 말대로 꼼짝 않고 그 자리 앉아계신다. 헐레벌떡 후다닥 왜 이리 바쁜 거냐. 하이고 오오오 사람은 도대체 왜 이리 많을꼬.  


심장초음파실 앞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니 종종 들려오는 "응급실에서 왔습니다." 응급환자인데 어떡하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드디어 엄마 이름이 불리고 들어가신다. 보호자는 입장 노!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니 참 어려운 영어가 많다. 그 옛날 워드 파워로 공부하던 바로 그 단어들.  Cardiology Laboratory 심장검사실 Echocardiography 심장초음파실 하핫 그래 엄마 기다리는 동안 영어공부나 하자.


심장 초음파를 끝내고 병실에 돌아와 "엄마 우리 커피 한잔할까?" 하는데 MRI 촬영을 다녀오란다. 하이고 피곤해. 그래도 MRI 시간 내기가 아주 힘들다던데 게다가 응급으로 올라오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정말 다행이다. 검사 검사 거기서 엄마는 무슨 말을 하는가. "너 강원도 아저씨 알지? 그 좋은 분이 종합검진받다 돌아가셨잖아."


많은 검사가  불편하신가 보다. 보호자는 함께 들어갈 수가 없고 밖에서 TV를 보라 한다. 앞에 촬영받던 젊은이가 공황장애가 있는가 보다. 촬영이 중지되고 우리 엄마가 들어간다. 나중에 다시 와서 수면을 유도해할 거란다. 보호자를 위해 틀어놓은 TV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밖으로 나온다. 여전히 어려운 영어가 있다. Magnetic  Resonance Image Registration MRI 등록 자기 공명 영상 등록. 그래도 많은 연세에 모든 검사를 완수해내신다. X-Ray에 심전도까지. 헉헉.

 

깔깔 푸하하하 "이렇게 웃어보기 처음이어요." "배꼽이 도망가겠어요." "아이고 우스워라." 푸하하하 20대 30대 50대 60대 그리고 90대. 각 세대의 여자 다섯 명이 한방에 있다. 90대가 우리 엄마다. 주민등록이 빠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오늘 일정... 하하 일정? 검사, 치료, 식사, 샤워 등등을 마치고 동그랗게 모여 이야기가 한창이다. 깔깔 푸하하하. 어디고 삶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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