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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30. 2020

엄마다리 내다리


코로나 음성입니다. 입원하러 오세요.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우리에게 오후 한 시가 다 되어 연락이 왔다. 코로나 음성이니 입원하러 오라고. 사실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37.6도 그 온도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입원 수속 다 밟고도 취소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았으니 어제의 황당함이란 정말 대단했다. 결국 쓰러졌던 엄마에게 행해질 모든 검사가 하루 뒤로 미뤄지는가 보다. 혹시나 오후 검사라도 받을까 싶어 연락받자마자 달려왔건만 오늘 한 일이라곤 입원 밖에 없다.


엄마랑 5인실에 입원했다. 다행히 창가 자리다. 깨끗하다. 이것저것 준비해왔지만 그래도 부족한 게 많다. 발이 시리니 뜨거운 패드를 갖다 달라 여기 이불은 춥구나 우리 집 이불을 갖다 주렴. 따뜻한 물을 담아놓을 보온병이 필요하겠어요.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눈을 부릅뜨고 체크한다. 식사시간은 7시 반 12시 반 5시 반. 모든 입원 수속을 마치고 엄마가 침대에 누운 시간은 오후 세시반. 식사시간 전에 재빨리 집에 다녀올 수 있겠다. 후다다닥


저녁 같이 먹자


떠나려는 내게 엄마가 말한다. 간호사에게 보호자 식사를 신청할 수 있냐 물으니 가능하단다. 그런데 오늘 저녁 한 번 그런 식으로는 안되고 계속 먹든가 전혀 안 먹든가만 가능하단다. 그래도 여기 식사 괜찮을 테니 엄마는 보호자 식사도 함께 신청해서 매번 같이 먹자 하신다. 그런데! 보호자 밥은 보험이 안돼 비싸단다. 차라리 밖이 더 쌀 걸요? 하면서 까르르 웃는 예쁜 간호사. 의아해하는 내게 보호자가 입원한 것도 아닌데 왜 보호자 식사에 보험이 적용되겠냐며 까륵까륵 웃음을 쏟아낸다. 아, 그렇지요? 그럼 신청하지 말아 주세요. 네. 햇반을 사서 함께들 드시더라고요. 생글생글 간호사가 귀띔해준다. 그렇구나. 하하


일단 집으로 철수한 나는 준비물을 다다다닥 챙기면서 쌀도 물에 담근다. 밥만 한 그릇 해가서 엄마랑 함께 먹을 거다. 우리 집 오셨을 때 싸드렸던 총각김치랑 열무김치를 담고 미니 전기밥솥에서 딱 일 인분 갓 지어낸 밥을 담는다. 빨리빨리. 이불에 베개에 노트북에 돌 찜질기에 밥에 김치에 숟가락에 보온병에 커피에 하하 바리바리 싸들고 병원으로 향한다. 아, 비가 온다. 그러나 우산을 들을 손도, 병원 저녁 식사 시간 다되어가는데 우산 가지러 다시 돌아갈 시간도 없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에잇 그냥 맞으며 달려라 달려. 푸하하하


모든 걸 끌러놓고 드디어 식사시간. 어느새 엄마는 앞자리 젊은 여자랑 친구가 되어있다. 밥을 받아 침대 테이블에 놓고 내가 가져온 밥과 김치도 펼쳐놓는다. 동탯국에 닭튀김 샐러드에 미나리 두부무침에 마른 새우볶음에 김치에... 오마 낫. 병원밥이 이렇게 맛있다니? 거기 나의 총각김치와 열무김치가 더해지니 하하 기막힌 저녁식사다. 배부르게 먹고 양치질하고 산책하기 직전 엄마가 지극히 편안한 자세를 발견한다. 침대 팔걸이에 두툼한 베개를 대고 창을 향해 누우라는 엄마 성화에 그대로 누워보니 우아 허리가 쫙 펴지며 정말 편하다. 그뿐인가. 창을 통해 부슬부슬 비 내리는 우중충한 하늘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하하 엄마랑 나랑 구부린 다리를 가까이 모으며 하늘을 본다.


지극히 편하다. 그치? 네 엄마~
<사진:꽃뜰(엄마다리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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