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엄마가...
일요일 아침, 캐나다에서 사업차 왔다 코로나 19 때문에 발이 묶여 엄마 집에 있는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쓰러지셨다는 것이다. 뭐 뭐라고? 놀라는 내게 차분히 설명하는 동생. 거실에 있는데 엄마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 부엌을 보니 엄마가 털썩 쓰러져 꼼짝을 못 하고 계시더란다. 어쩐지 부르는 소리도 이상했다며 놀라 엄마를 부축하는데 미식미식 토하고 싶다 하시고 방귀를 뿡 크게 뀌시는데 냄새가 아주 독했다는 것이다. 싱크대에서 토하게 하려고 부축하니 화장실로 가겠다 하셔 모셔드렸다며 옷을 벗고 닦으시는 것 같다한다.
아, 그거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다던데... 기다려봐. 엄마 화장실 계셔도 주의해서 보도록 해. 하고는 의사인 시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일단 응급실로 가보라 한다. 십중팔구 별 일 아니겠지만 만에 하나 혹시 심장질환일 수도 있으니 검사를 해보면 찜찜함도 사라진다고. 그대로 동생에게 전하고 기다리는데 엄마가 무슨 응급실이냐며 가더라도 월요일 간다고 그냥 이렇게 누워서 좀 쉬면 괜찮다고 고집을 부리신단다. 다행히 무슨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니 그래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정말 응급환자들 사이에서 몇 시간을 고생하시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응급실 풍경을 이야기하며 거부하신단다. 응급도 아닌데 무슨 응급실이냐며. 하긴 지금 아무런 증상이 없고 다만 조금 미식미식하고 살짝 어지러운 정도라 하시니 일단 하룻밤은 넘기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 병원이라고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찜 찜하던 차에 아침에 일어나셔서도 약간은 어지럽고 미식거리는 감이 그대로 있다 하셔서 예약도 안돼 있는데 무조건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는 것이다. 일단 쓰러지셨으면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며 담당의사 선생님이 입원하랬다며 누나 빨리 올라와야겠다 한다. 그때부터 내 정신이 아닌 나. 남편도 덩달아 곁에서 서둔다. 어서 어서. 일단 열차를 예매하고 달려라 달려 역으로 간다. 코로나 이후 정말 오랜만에 타보는 열차다.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 평상시 같으면 내게 주어 진 큰 시간이라며 열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많이 했을텐데 오늘은 그게 안된다. 마음이 두근두근 아, 어떡하지? 전혀 집중이 안된다. 오랜만에 열차 안에서 창 밖으로 눈을 준다. 내려서 버스 안에서도 바깥 구경을 한다. 항상 스마트폰 아니면 노트북에 코 박고 있었는데. 하하
엄마 집에 오니 입원시간을 최대한 늦춰놓았다며 네시까지만 가서 수속 밟으면 된 다한다. 입원이라. 무얼 준비해야 하지? 칫솔. 비누? 비누는 있지 않을까? 수건? 수건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한번 가져가 봅시다. 아니면 내가 왔다 갔다 하고. 뭐 이렇게 일단 급한 것만 챙겨 병원으로 간다. 엄마, 마음을 편하게. 지금 무슨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나 하여 자세한 검사를 위한 거니까요. 그렇게 동생과 함께 산책하듯 병원에 간다. 다행히 엄마 집 옆에는 대형 종합병원이 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진료를 그 병원을 이용하시게 한다. 가끔 친구분들이 관절엔 어느 병원이 좋다 눈엔 어느 병원이 좋다 한다며 팔랑팔랑 팔랑귀 그런 유명하다는 병원에 가시려고 하지만 우리는 말린다. 연세 많으신 엄마에게 가장 좋은 조건은 가깝다는 게 최고라며.
산책하듯 걸어서 병원에 도착. 그러나 진입부터가 심상치 않다. 발열체크를 하고 우리 세명 모두 방명록 같은 걸 작성하고 그리고 수납으로 간다. 입원 수속으로 가고 원무과에 가서 온갖 것에 서명하고 등등 모든 걸 하고 다시 외래로 가서 발열체크와 문진표를 받으려 하니 여기서 딱! 37.6도 미열인 것이다. 어? 어? 아까도 안 그랬는데? 다시 재니 37.4도 다시 재니 37.3도 또다시 재니 37.6도 또다시 재니 37.6도. 안 되겠다고 의사 선생님께 다녀오더니 안심호흡기센터에 가란다. 즉 코로나 검사를 해야 입원할 수 있단다. 아니 겨우 0.1도 높은데요?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기준이 37.5도란다. 엄격하게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단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나온다.
하이고 멀기도 해라. 안심호흡기센터라는 곳, 병원에서 일단 나와 돌고 돌고 또 돌아 겨우 도착한다. 입구에서 안심호흡기센터라고 적힌 커다랗고 시뻘건 딱지를 우리 세명의 옷에 턱턱 붙여준다. 온갖 방위복으로 중무장한 간호사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기다려 의사 선생님을 만나니 코로나검사 결과가 나와야 입원할 수 있다며 집에 갔다가 내일 연락받고 입원하는 경우와 격리병동으로 입원하는 방법이 있단다. 급한 경우가 아니므로 전자를 택하기로 한다. 느긋하게 입원하러 왔던 우리는 그때부터 바빠진다. 이미 4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감시간 전에 동생은 엄마를 모시고 컨테이너 박스 코로나 검사하는 곳으로, 나는 서류를 들고 원무과로 달린다. 모든 입원 절차를 마친 상태였기에 그 모든 걸 취소하는 작업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이고. 어르신 혼자 와서는 절대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 그렇게 난리 버거지 속에 코로나 검사도 마치고 모든 서류 절차도 마친다. 헉헉. 아이고 힘들어.
세상에 코를 통해서 머리 끝까지 뾰족한 걸 집어넣는데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며 엄마는 계속 이마 쪽을 짚으며 괴로워하신다. 우리는 점잖게 타이른다. 하하 "엄마, 그건 누구나 아픈 거니까 참으셔야 만 합니다." 밥도 못 먹고 달려온 나. 입원 준비 다하고 온 엄마. 헐레벌떡 바빴던 동생. 모든 절차가 끝났고 우린 이제 소고기를 먹기로 한다. 엄마가 우리 수고했다고 크게 한 턱 쏘신단다. 그렇게 엄마랑 동생이랑 고기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오늘의 바쁜 하루를 마무리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