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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23. 2020

여보~ 나 빗소리 듣고 싶어

은퇴한 남편과 스물네 시간 함께

비가 쏟아진다

쏴아 쏴아 

투두둑 쏴아 쏴아

19층에서 들으니 

음악보다 더 음악 같다


안방 베란다 문을 연다

빗소리도 듣고 시원도 하려고

번쩍번쩍 빛이 환하더니

우루룽쾅쾅 소리가 요란하다 


쏴아 쏴아 쏴아 쏴아

소리가 커진다

빗줄기가 굵어진다

장대 같은 비다


누가 여기 문 열었어? 


헉! 남편이 문을 닫으며 찡그린다

앗! 화려하게 들리던 빗소리가 사라진다

하나도 안 들린다


빗소리 좋지 않아?
집이 너무 습기 차게 돼
나중에 닦으면 되지 빗소리 듣자
저 쏟아지는 비를 들이닥치는 비를 어쩌려고
나중에 깨끗이 닦으면 되지
안돼! 너무 습기 차


난 참 착한 여자일까 바보일까

빗소리가 더욱 듣고 싶지만

그냥 그 하는 대로 둔다 


그는 거실에

나는 안방에


빗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습기는 안차겠지만 

그래도 이 비가 쏟아지는데


살짝 베란다 문을 연다

그래도 그가 일부러 닫았는데?


여보~ 나 안방 베란다 문
잠깐만 아주 잠깐만 열어도 될까? 
빗소리 듣고 싶어 


그냥 열어도 되겠지만 그래도 

그가 닫았는데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목소리를 예쁘게 해서일까

문 닫은 게 미안해서일까


그래~


다정한 오케이 소리가 들려온다 하하

그에게 말하길 잘했다

바보면 어떻고 너무 착하면 어떠랴

그가 좋고 내가 좋으면 되는 거지

우리! 파이팅!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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