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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02. 2020

1972년도 일기 1

중학교 3학년 때


'수필가 광혁씨의 일일' 작가님의 글에서 이남지 작가님 일기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나도 일기장이 있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치. 그 많은 일기장들. 아마 1970년꺼부터 있지 않을까 싶은데 뒤적뒤적. 찾았다. 1972년이다. 쇠뿔도 단숨에 빼랬다고 하하 나도! 책장 깊숙이 들어가 있는 나의 그 옛날 일기장들을 어떻게든 꺼내봐야겠다. 순차적으로 할지 뜬금없이 80년대로 갈지 90년대로 갈지 그러다 다시 70년대로 돌아올지 그건 알 수 없다. 쓰는 방식도 그때 일기를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 올릴지 아님 글로 써나갈지 아님 소설로 만들지 히히 그것도 알 수 없다.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 해보자. 나의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가득한 저 일기장들을 어두컴컴한 책장 깊은 곳에서 활짝 빛나는 햇빛 찬란한 곳으로 꺼내오자. 그래. 해보는 거다. 파이팅!!!



한 해가 저물어갈 즈음이면 나에겐 특별한 행사가 있었으니 책방에 가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는 온갖 일기장들 중에서 내 맘에 꼭 드는 것을 고른다. 그때만큼은 아무리 비싸도 가장 맘에 드는 걸 택한다. 그렇게 골라낸 일기장을 만지작만지작 새해를 기다리다 드디어 마지막 날, 보신각 타종행사가 시작되면 나도 헌 일기장과 새 일기장을 갖고 TV 앞에 앉는다. 지난 일기장에 마구 써나가다가 댕 댕 댕 댕~ 보신각 타종이 시작되면 후다닥 새 일기장으로 옮겨 적는 나만의 송구영신 행사다.  



기다려진다. 쓰고 싶다. (71. 12.26.)


1972년 1월 1일!  새해 아침!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러한 오늘 어젯밤 너무 많이 먹은 탓으로 배탈이 나 일찍 일어나려던 생각도 다 깨져 버리고 9시에나 겨우 일어나게 되었다. 아직도 배가 아프다. 실망이 크다. 지난 71년도에는 너무도 미움만을 받고 뜻 없는 한 해였다. 아직 아무런 실수, 실패가 없는 72년도 한 해는 보람 있게 보내리다. 항상 맑은 생각. 굳은 마음으로...


홍은택 선생님 말씀대로 하루하루의 생활을 보람 있게 보냈다고 생각하면 동그라미를 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세모, 엑스로써 표시하겠다. 달력에... 


아무튼 이번 한 해는 기대가 크다. 이 기대에 어그러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71년도에 매일매일 이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던 일!  71년도에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면 한 친구를 사귀어 특이하게 놀았던 일이라 할까. 이번 해에는 그런 부질없는 일, 생각 등을 버리고 고등학교 입시 준비위해 공부에 전념을 다 하겠다. 공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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