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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03. 2020

1972년도 일기 2

중학교 3학년 때

1월 1일 토요일


기대에 찬 새해! 1월 1일 오늘 하루를 무척이나 기다렸다. 보람 있게 보내려고... 하나 얼마 공부는 하지 못했다. 엄마 아빠와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이제 놀았으니 내일 시험공부를 해야겠지? 일아! 첫날 너와 여기에서 새로운 곳에서 만나게 되었어. 기뻐하는지? 착한 일이 많이 있어야 너는 좋겠지?


일! 항상 널 생각하며 하루를 헛되이 안 보내도록 다시 한번 다짐하며 노력하겠어. 일아! 오늘 한 밤 내내 너와 얘기만 하고 싶구나. 하지만 2일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지? 일! 내일은 무엇인가 보람된 일을 해 놓도록 노력할게. 네가 기뻐하도록 말이야. 안녕!


  

1월 2일 일요일 


일아!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는데 문득 어젯밤 꿈이 생각나는구나. 령이 나의 물건을 모두 되돌려 주며

울고 가는 꿈이었어. 새해 아침에 이런 생각 않기로 결심했는데... 4일 학교 가는 날에 명작 집을 갖다 주겠어.

우리 집에 있는 그의 모든 것을. 아직껏 안 갖다 주었으니 내가 참 나쁜 아이가 되어 있었겠지? 이젠 그런 흐지부지한 일은 안 할 테야. 


일아! 또 미안한 소리를 하게 되었어. 지금은 3일 아침이야. 어젯밤 일기도 안 쓰고 누웠단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과 만화를 즐겼지. 그러려고 하진 않았는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 너무 허황된 하루를 보냈어. 일. 미안해. 3일엔 생활계획표도 지키겠어. 


1월 3일 월요일 날씨 맑음


일아! 오늘은 자신 있게 달력에 동그라미를 칠 수 있게 되었어. 계획표를 짜서 그대로 지켰거든? 조금 시간은 늦어졌지만 계획했던 공부는 모두 마쳤어. 기뻐. 내일도 계획을 짜 실천해야겠지? 오늘은 말이야 시간이 없어 계획표를 못 짰었거든? 그래서 어떻게 하니. 덜렁거리는 버스 안에서 만년필을 들고 메모지에 썼어. 그런데 옆에 앉은 아저씨가 자꾸 쳐다보면서 웃지 않겠어? 덜렁거리는 대로 제멋대로 글씨를 써서인지... 아니면 버스 안에서 계획표를 짠다는 것이 우스워서였는지... 아무튼 그 아저씨가 생활계획표인지를 못 알아보게 쓰느라고 별별 이상한 글자를 다 늘어놓았었단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도 우스워. 안녕. 


1월 4일 화요일 날씨 눈


일아! 난 지금도 아파 죽겠어. 오늘 내내 치과에 다녀와서부터 이가 아파 난리를 피웠단다. 정말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 소리소리 지르며 울었단다. 그래서 계획이고 뭐고 공부는 한 글자도 못했어. 아픈데 어디 정신이 있어야 말이지?


일아! 오늘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단다. 웃어른들께 연하장 등을 안 보낸다고... 정말 난 사놓은 카드가 있으면서도 게을러서 보내질 않았어. 오늘 아침 지각하느라 허둥 댄 꼴을 생각하면... 내일부턴 일찍 나가겠어. 일아! 전교에서 10등까지 만을 경기에 보낸다는구나. 노력해야지. 경기를 목표로. 꼭, 꼭, 성공할 테야. 꼭. 꼭. 


1월 5일 수요일 날씨 추움


일아. 자꾸 이상한 마음이 생기는구나. 난 이제 3학년이야. 너에게 공부만을 가지고 이래 저래 할 순 없어. 일아. 난 너무도 마음이 약한 아이야. 아니 결단성이 없는 애라고도 할 수 있어. 일. 자꾸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어와.  항상 머릿속에 공부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할 텐데...


일아! 요사이 며칠 너도 공부로만 시달렸지? 다른 얘긴 없고 말이야. 오늘은 별로 얘기 하고프지도 않아. 벌써 72년도 5일이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껴볼 뿐이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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