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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04. 2020

1972년도 일기 3

중학교 3학년 때


1월 6일 목요일 날씨 맑음


일아! '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 오 요사이 내게 '잠'이라는 의식이 강해지는 것일까? 꼭 자야만 한다는 그러한 생각이 강해지는 것일까? 자고 미루고 자고 미루고... 너무도 보잘것없는 시시한 하루야. 과외수업도 없이 일찍 온 오늘 하루를 그렇게 보냈단다. 양심이 살아날 땐 일! 너와 만날 때와 버스 안 뿐이야. 그 외에는 마음뿐이지 악마란 놈의 방해로 실천이 안돼. 3학년... 자꾸 되풀이해 새겨야겠어. 


1월 7일 금요일 날씨 맑음


일아! 오늘은 지각할까 taxi를 탔단다. 250원. 너무도 아까왔어. 조금만 더 일찍 깼더라도... 가시 방석에 앉아 가는 것 같이 마음이 조마조마했단다. 미안해서 식구들에게 말도 못 했어. 일찍 일찍 서둘러야겠어. 나, 요새 와서 웃음이 흔해졌단다. 쓸개 빠진 애같이 말이야. 좀 침착하게 웃음이 나와도 참고 쓸데없는 웃음과 수다는 삼가야겠어. 혼자 묵묵히 해 나가는 거야. 나의 계획 등도 실행하기 전에는 입밖에 내놓지 않겠어. 침착한 생활...


1월 8일 토요일 날씨 맑음


요즘 자신이 생겨난다. 어딘가 과외수업이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차과에는 화요일까지 다녀야 한다고 한다. 지겹게 생각이 든다. 학교가 끝나고 애들과 함께 과외까지 같이 못 가기 때문이다. 요즘 난 웃음이 흔해졌다. 왜 그리 과외 수업할 때 웃음이 나오는 것일까? 석주와 나는 너무 웃다 배가 아파 허리띠까지 끌러놓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 통에도 영어 단어만 외우는 경화가 얄미워 석주와 나와 혜성이가 책을 뺏으며 방해를 했지만 웃으며 조금씩 외우더니 결국 우리 과외에서 제일 좋은 성적을 받았다. 약이 올랐다. 석주와 난 왜 그리 웃음이 나왔을까...??


1월 9일 일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과외 애들 모두가 함께 스케이트장엘 갔다. 태능으로 갔다. 다른 곳은 얼음이 모두 녹았기 때문이다. 3명 이상이면 단체라고 150원씩만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50명 이상이 단체라 하여 기가 막혀 나오는 건 웃음뿐이었다. 경화와 짝지어 얼음 깎는 기계 뒤를 졸졸 쫓아다닐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그렇게도 넘어지고 싶어 하던 내가 소원 성취도 하였고 못 타는 혜성이를 서로 교대 교대 붙잡고 타며 많은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식당에서  싸움도 하고 아무튼 너무도 즐거웠던 하루이다. 경화와 난 마음이 잘 맞는 것 같다. 나와 토요일 또 가자고 한다. 승낙을 했다. 기다려진다. 오늘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 비록 다리가 아파 오자마자 눕는 신세가 되었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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