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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05. 2020

1972년도 일기 4

중학교 3학년 때

1월 10일 월요일 날씨 맑음


오늘 치과에 갔을 때 치료가 끝난 후 내일 치료비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난 불쾌했다. 왜 그런지 무척이나 마음이 언짢았다. 과외로 걸어가면서 다시금 결심이 두드러졌다. '경기'에 가야 한다는... 10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내가 그렇게 성공을 하여 서울대학 수석 합격을 한다면... 매일 상상하는 일이다. 정말 해 보고 싶은 일이다. 집에 오니 병진이와 영환이가 English를 가르쳐 달라고 야단이다. 선생 노릇을 했다. 병진이가 열성적인데 대해 적지 아니 놀랬다. 학교에서 경화에겐 실망이 갔다. 역시 혼자서만은 독차지할 수 없는 것이 친구인가 보다. 밤중에는 엄마, 아빠, 오빠와 함께 옛이야기를 했다. 상도동의 고생스러웠던 일을... 기억에 생생하다. 다시 한번 결심. 다짐해 본다. '경기'입학을...


1월 11일 화요일 날씨 맑음


작년 같으면 한창 추울 날씨에 비해 요사이 마치 봄날과 같이 따듯하다. 어제, 치과의 일과 용혜 결석의 내일이 걱정이었다. 지금은 모두 해결됐다. 가뿐하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일로 걱정했다는 것에는 불만이다. 비겁한 것 같기 때문이다. 오늘 과외에서 경화가 토요일은 과외를 하지 말자고 선생님께 말했다. 웬일인가 생각하여 나중 물었더니 나와의 약속을 잊었냐고 했다. 무안했다. 표현은 안 했지만... 일요일 너무도 좋아 돌아오던 들뜬 기분에서 한 약속을 그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가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때의 약속에 따라 비밀로 하는 것이다. 잠시나마 하나의 약속을 흐지부지한 게, 대단찮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다신 한번 반성해 본다.


1월 12일 수요일 날씨 비


오늘로써 보충수업이 끝났다. 방학식을 하는 기분이었다. 선생님의 눈초리가 싫다. 어서 3학년이 되고 싶다. 새 생활이 하고 싶다. 감투는 이제 안 쓰겠다. 개학 후의 목요일이 두려워질 뿐이다. 오늘 역사 시험을 보았는데 어제 잤던 탓으로 28점을 받았다. 내 짝 혜경은 16점. 인상을 찌푸리며 걱정만을 한다. 그가 나보다 못 봐서인지 그다지 못 본 내 점수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애들의 거의 평균점수가 60점이라는 데에 실망!~ 또 실망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과 후까지 찌푸리는 혜경이의 행동에는 싫증이 났다. 방과 후 오랜만에 조성희를 만나 매우 반가웠다. 그는 고등학교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다. 침착하게 공부를 잘해 나가는 그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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