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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08. 2020

1972년도 일기 7

중학교 3학년 때


서기 1972년 1월 20일 (목요일) 마음의 등대: 우리들의 행복은 건강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하면 모든 일에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건강하지 못하다면 행복도, 즐거움도 느낄 수 없으며, 뛰어난 재능까지도 그 빛을 잃게 된다. <쇼오펜 하우에르> 도이칠란트의 철학자(1788~1860)


1월 20일 목요일 날씨 맑음


경화와 르브 스토리 얘기를 한참 재미있게 했다. 그는 자기도 혼자 간 적이 있다며 자주 나와 함께 여오하 감상을 하자고 했다. 나도 물론 승낙했다. 그와 함께 무슨 영화나 책을 읽고 난 후 얘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요새 무엇이든 하고 싶고, 무엇이든 보고, 읽고 싶은 심정, 어쩔 도리가 없다.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식어져 가는 것 같기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1월 21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 전화로 경화의 약속을 취소했다. 서운했지만 요새 형편으로 내가 영화관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되려 불안했던 속이 시원해졌다고나 할까. 왜 이렇게 개학날이 두려워지는 것일까? 선생님을 무서워 말아야지. 왜 이리 떨리지? 괜찮아. 한 달 뿐이야. 부디 굳센 마음으로 한 달 무사히 보내길. 


1월 22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늘 오후 내 짝 정혜경에게서 편지가 왔다. 반가웠다. 새삼 그가 너무도 좋게 느껴졌다. 즉시 답장에 그때의 갑작스러운 감정을 모두 적어 보냈다. 너무 기분 파적으로 한 것일까..?? 오늘은 약간 추웠다.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빠, 병진이와 함께. 너무도 한 일이 없이 지저분한 하루를 보냈다. 일기장에 이런 말 다시 안 쓰려했는데... 어제 밤중에 주말의 명화 시간에서 '끝없는 창'을 보았다. 말솜씨가 제법 좋았다. 맨 나중 인디언 여자에게 찾아간 버튼에게는 좀 실망했다. 친구의 우정이 여자 일 때문에 서먹해졌다는 점도...


1월 23일 일요일 날씨 눈


무섭도록 춥고 고요한 밤이다. 어딘가 두려움이 옆에 자고 있는 일하는 언니를 헛소리처럼 몇 번 불러본다. 라디오라도 있었으면... 뺏어간 오빠에게 미움도 생겨난다. 바람소리가 너무도 거칠고 무섭다. 아빠께서 새 옷을 사 오셨다. 처음 탁 보았을 때 다른 사람 것에 비해 딱 마음에 들지 않아 싫은 감정을 그대로 표시했다. 완전 나의 실수다. 조금 후 깨닫고 다시 잘못을 말하긴 했지만... 선물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아빠의 말씀. 명심하겠다. 기현 오빠와 나나가 왔다 갔다. 머리를 꼭 그지 머리 같이 길러 논 기현이 오빠. 거기에 비하면 우리 오빤 신사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오빠만 나쁜 것은 아니었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덜렁덜렁 거리며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서울대학은 들어가겠다고... 누가 자릴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는 줄 아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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