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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07. 2020

1972년도 일기 6

중학교 3학년 때 


1월 17일 월요일 날씨 맑음


내일이 고등학교 입학 시험일이라 한다. 내년 오늘이라면 난 지금 어떤 상태에 있을까? 개학도 가까워진다. 이제 난 3학년. 정신을 차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내일은 Love Story를 볼 생각이다. 과외수업이 끝난 후 어두워질 때까지 혼자 앉아 감상할 예정인데 잘하는 짓인지...?? 부모님, 형제들껜 일단 비밀로 했다. 내 돈으로 가기로 했다. 단 혼자서. 약간 떨리지만. 잠자리에 누워 내일의 가고 안 감의 여부를 결정짓겠다. 


1월 18일 화요일 날씨 맑음


<일간 서기 1972년 1월 18일 (화요일) 마음의 등대>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은 공부하는 동안은 성심 성의껏 노력하여야 한다. 공부하는 도중 여러 가지 쓸데없는 생각에 휘말려서는 학문의 높고 큰 뜻과 진리를 이해할 수 없으며, 학문으로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이율곡> 조선 시대의 유학자(1936~ 1584)


오늘 '러브스토리'를 보러 국제극장에 갔다. 혼자 갔다. Love Story 내가 꽤나 보고 싶어 하던 영화이다. 사랑하는 그 두 사람. 경험 없이는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 에릭 시갈의 작품이다. 소설책으로 너무도 재미있게 읽은 결과 용기를 내어 보러 간 것이다. 혼자 그런 곳에 가보긴 처음이었다. 어딘가 불안했다. 하지만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것을 비록 비싸나마 본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한마디로 영화가 잘됐다고 말할까? 특히 눈 오는 곳에서 눈 위에 눕기도 하고 눈을 먹기도 하던 장면! 잊을 수가 없다. 눈 온 경치가 너무도 좋았다. 하얀 그곳이. 처음 그들 둘이 만났을 때부터. 사랑이란 우연에서 싹트기 마련인가 보다. 서로의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 영화의 특징은 서로의 말솜씨랄까. 재치 있는 유모어로 서로의 말을 받아넘기는데 또한 놀랐다. 책에서도 느꼈지만. 


1월 19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부터는 내가 좀 사회에 밝은 눈을 뜨기 위해서인지 신문을 보기로 했다. 모두 보자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 아침마다 1,2면과 사설만을 보겠다. 또 어린이 신문의 마음의 등대의 말이  좋아 매일 오려 붙여 놓고 읽어 보기로 했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제 본 Love Story 생각이 자꾸 나 미치겠다. 누군가 하고 말하고 싶어, 지껄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경화이다. 그 애와 함께 자주 영화감상도 하고 책도 사 읽겠다. 신문도 열심히 읽고... 그러면 그 애와 심심찮게 재미있는 얘기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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