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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13. 2020

1972년도 일기 12

중학교 3학년 때


2월 3일 목요일 날씨 맑음


경화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민회관에서 감상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본 것과는 달리 새로운 것을 느꼈다. 이번 한 달 만으로 과외수업을 끝마치기로 작정을 보았다. 3월 1일부터 새 마음, 새 결심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이제부터 아빠가 야단치시더라도 웃으며 받겠다. 아빠의 괴로운 심정을 이해해야지. 아무튼 새로운 단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마음만으로는 안된다. 실천에 옮겨야지. 노력만 한다면 나에겐 훤한 길이 열려있다. 노력! 말만으론 안 되는 일이다. 


2월 4일 금요일 날씨 눈


사람은 하루에 3번 반성하여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았나, 친구 사이에 믿지 못할 일은 없었나,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체한 일이 없는가 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반드시 올바른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공자> 중국 춘추 시대의 사상가 (기원전 552~기원전 479년)


난 지금 매우 온전 ㅎ지 못한 상태에 있다. 생각할 일이 많다. 시험 문제도 있지만 과외 문제... 그만두라니. 그럼 난 영 삐뚤어질 것만 같은데. 매일 마음을 못 잡아 허덕이며... 지금 괴롭다. 책이 읽고 싶다. 공부는 하기 싫다. 왜 이럴까. 하루 종일 흐리멍덩 보내고. 내일 시험... 끝나면 목요일이 기다리고. 왜 이리 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많을까? 내 마음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나 자신, 바보. 매일같이 후회만 하면 무얼 한단 말인가. 조금이라도 시간의 여유만 있으면 공부에서 피해보려는 그릇된 나의 마음.


2월 5일 토요일 


인간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으며, 남에게 멸시를 당하는 일도 그 사람의 행동에 달려 있다. 때문에 우리는 마음 가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삼가여야 한다. <브레즈 파스칼> 프랑스의 철학자 수학자 (1623~1662)


눈이 펑펑 쏟아진다. 괜스레 나가고 싶은 마음. 미칠 것만 같다. 공부도 안되고. 그렇게 맞아보고 싶던 눈이었건만 어찌하여 휴일에만 오는 것일까. 얄밉기 짝이 없다. 눈... 이런 것에 미칠 지금의 내가 아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정신 차려 나의 마음을 가다듬어야지. 공부한다는 마음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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