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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14. 2020

1972년도 일기 13

중학교 3학년 때

2월 6일 일요일


실컷 '잠'이라는 존재에 취했었는가 보다. 엄마, 아빠의 억척스레 깨우는 소리. 모 반갑다. 더 듣고 싶었다. 못 들은 척하며 누워 버틴 결과 엄마가 방에까지 날 깨우러 오셨다. 정말 내 일생 처음의 일일지도 모른다. 나의 공부에 그렇게도 관심이 있을 줄이야... 물론 흐드러진 나의 정신상태에 무척이나 고민을 하시며 괴로워하셨을 것이다. '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지만 난 할 수 있다. 잠깐 악마의 눌림에 기를 못 폈던 나이지만 하루 1시간씩 수련. 다짐하는 나의 정신상태에는 바라는 '경기'에 도달할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


2월 7일 월요일 날씨 맑음


고등학교 입학고사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요사이. 뒤범벅의  마음. 나의 신조가 후회 없는 생활인 듯 그것만을 실행하기 위하여 생활 해 간다. 12시. 밤샘! 밤. 조용한 시간의 단어이다. 잠에 조금이라도 도취되면 안 된다. 오늘 벌써 실수 2개. 입학 고사라면 지금쯤 불합격의 기분을 느끼고 있겠지? 모든 일에 신중히. 참고 견디며, 모든 일에 힘을 내어 열성을 다하자. 마음의 판단을 잘 결정하고...


2월 8일 화요일 날씨 맑음


참다운 행복은 값비싼 귀중품을 많이 갖는데서 얻어지는 것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바라며, 그 목표를 위하여 어떻게 실천하여 나아가는가에 따라서 참다운 행복이 결정된다. <로버트 스티븐슨> 영국의 소설가 시인 (1850 ~ 1894)


부지런한 생활. 정신적으로 쓸데없는 휴식의 시간을 주지말자. 나중에의 괴로움을 맛보지 않기 위하여... 나의 정신 지배. 단단히. 단단히 결심해야지.


못 잊 어
               -김 소월-
못 잊어 생각 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2월 9일 수요일 날씨 맑음


선생님의 나를 제외한 반장, 경화, 석주의 부름 소리. 나로 하여금 걱정과 불안을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왜 나만 제외인가? 이미 난 신용을 잃은 것인가? 안 하려 한 걱정 이건만 자꾸자꾸 내 머리를 스쳐온다. 명언들을 다시 한번 뒤적여 본다. 종잡을 수 없는 허전한 마음이다. 어서 3학년이 되길... 과외문제... 엄마에게 결심을 말은 했지만 점점 불안해진다. 경화에게 이번 시험이 끝나는 토요일 '송 오브 노르웨이'를 구경시켜줘야겠다. 그전에 그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하여. 돈으로 안 받겠다니 더욱 곤란. 모든 일에 걱정은 않겠다. 바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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