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C.C. 울산 컨트리클럽
코로나도 위험하고 너무 덥기도 하고 취소합시다
힘들게 부킹 한 것을 취소하자는 데에 남편들 이야기가 모아진다. 마침 나의 남편이 예약한 것으로 그의 작장 동료와 아내 그리고 나까지 넷이 공을 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계속되는 폭염 뉴스와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 때문에 남편들이 힘들게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취소하기로. 남편이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취소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마지막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정말 취소되는 순간 잠깐!!! 나는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으니 그래도 아무리 더워도 태국에 가서도 해봤는데 그거 못할까 아까운 생각이 들어 남편의 손가락을 잠시 멈추게 하고 함께 치기로 한 그분의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마지막 버튼을 누르려니 너무 아까워서요. 우리 칩시다.
태국에서도 쳐봤는데 이깟 더위쯤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요~
자신 있게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차분하게 조곤조곤 말하는 그녀의 말솜씨에 내가 도리어 설득당하고 말았으니 긴 시간의 통화 끝에 그럽시다. 네. 계절 좋을 때 많이 치기로 해요. 취소로 결론 낸다. 그래서 남편에게 할 수 없네 취소해야겠어. 해서 다시 남편이 취소 절차를 밟아 나간다. 마지막 버튼을 누른다~ 응. 그래 이 폭염에. 이 코로나 위기에. 그렇게 남편이 마지막 버튼을 누르는 순간.
하하 그동안의 고민과 갈등이 전혀 쓸데없는 게 되었으니 취소가 안 되는 것이다. 옛날엔 3일 전에 취소가 가능했는데 언젠가부터 4일 전이라야 취소가 가능하게 된 것을 남편도 그의 직장 동료도 몰랐던 것이다. 줄기차게 하던 고민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나고 폭염과 코로나 속에 우리는 오늘 폭염주의보와 외출을 자제하라는 방송이 계속되는 중에 라운딩을 하게 된 것이다. 하. 어떡하지?
일단 태국에서 공칠 때 사용하던 커다란 보온 통을 꺼내 얼음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작은 보냉 가방에 아이스팩을 넣고 싱싱한 토마토를 예쁘게 잘라 담는다. 에너지바도 넣는다. 요구르트도 넣는다. 커피는 따로 믹스커피 8개를 챙긴다. 그렇게 완전 무장을 하고 넷이 만난다. 노캐디니까 시작부터 우리가 카트를 운전하고 가야 한다. 8시 24분 티오프. 이미 해는 중천에 떴고 그 열기가 대단하다. 이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열기 속에 공을 쳐나간다. 찜질방 들어왔다 치지 뭐. 그러나 나무 그늘 아래만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시원하다. 거기 바람까지 불면 그땐 행복 그 자체다. 사람 마음 간사하기가 이를 데 없다. 행복과 불행이 해님과 그늘 따라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한다. 헉헉. 그러나 몸은 휙휙 잘도 돌아간다. 파란 잔디는 아주 곱게 깔려 있다. 휙휙 신나게 휙휙.
자, 에어컨 가동 시작합니다~ 앞에 앉아 교대로 운전을 하고 있는 남편들은 달려라 달려 액셀 레타를 밟으며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킨다. 하하 달리며 얼굴에 맞게 되는 그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우리는 카트에 탈 때마다 에어컨 켜주세요~ 하며 손잡이를 꽉 잡는다. 예~이 하면서 쌩쌩 달려주는 카트 속에서 우리는 즐겁다.
버디 찬스~ 숏홀에서 나의 볼이 한 일 미터 정도에 붙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 볼은 2미터 3미터 그렇게 떨어져 있었다. 남들이 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말한다. 빨리 치라고. 내가 먼저? 그러고 보니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이리저리 라이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도 나름 나만 버디 펏인데 신중하게 마지막에 땡그랑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그녀가 빨리 치라니까 나도 모르게 서둘러 치게 되었다. 문제는, 그리 급하게 치니 살짝 비껴가 땡그랑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버디 펏은 나중에 해야지. 혹시 다른 사람들 신경 쓰다 서두를 까 봐 일부러 버디 펏은 나중에 하게 하지. 남자들 이야기에 그녀가 너무나 미안해한다. 그러면서 내 공을 원위치에 가져다 놓고 다시 하라 한다. 빨리 치라해서 미안하다고. 마침 뒷팀이 보이지 않는다. 한 번쯤 다시 해도 될 것 같다. 난 씩 웃으며 고뤠요? 헤헤 그럼 한 번 더 치겠습니다~ 하고 신중하게 치는 순간 땡그랑~ 나이스 버디! 그녀가 크게 소리치며 기뻐해 준다. 아이, 억지 버디네. 아니 아니 내가 괜히 빨리 치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남편은 스코어카드에 반짝반짝 나비를 그려준다. 하하 그렇게 우리는 순간순간 많은 따뜻함을 나눈다.
남편이랑 같이 치니 좀 좋아? 자동차 운전 안 해. 카트 운전도 안 해. 돈도 안 내. 푸하하하 쉿 속닥속닥 어떻게든 남편들을 잘 구슬려 수시로 우리 넷이 치도록 합시다. 오예. 네네네~ 하핫 그녀와 함께 비밀 회담을 마치고 남편들을 잘 구스르기 위해 방긋방긋 웃으며 시원한 물 드릴까요? 과일 드시겠어요? 온갖 애교를 떤다. 푸하하하 물도 대령 맛난 간식도 대령. 음하하하 영악한 그녀와 나.
우리 이거 용역 줄까?
푸하하하 그럴까요? 이 무더위에 무슨 고생이지? 헉헉. 아, 정말 덥다. 너무 더워요. 우리도 참 대단합니다. 그도 남편도 그녀도 나도 땀을 비 오듯 흘린다. 다른 먹을 거는 다 필요 없다. 그저 얼음물만이 벌컥벌컥 먹힌다. 캬~ 시원해. 에어컨 가동 실시! 쌩쌩 달려라 달려 바람아 불어라 불어~
코로나가 위험한데 탕에 들어가긴 쫌~
네. 그래요. 목욕하지 맙시다. 그대로 운동복 입은 채로 집에 가서 샤워합시다. 네네네. 우리 의견은 순식간에 합치되었으니 밥은 그냥 그늘집에서 간단히 콩국수로 먹고 샤워조차 하지 않은 채 옷만 들고 그대로 집으로 고우 고우. 야외니까 괜찮을 거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