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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06. 2020

1972년도 일기 19

중학교 3학년 때

2월 28일 월요일 날씨 맑음


아빠의 초대로 식구가 모두 외출을 했다. 영화 관람이다. 준호의 고집으로 '송 오브 노르웨이'를. 결국 찍 소리 못하고 난 두 번이나 본 셈이다. 그런대로 음악 감상만... 


해야 한다는 마음이 태산 같으면서도 점점 멀어져 간다 공부와... 오늘 사실은 도서실에 가려했던 것인데. 밖의 쌀쌀한 날씨에 화가 날 지경이다. 오기를 못 펴겠기 때문이다. 항상 슈 후퍼(이반 제니 소비치)를 생각하며 참기로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얌전한 태도를 갖도록 주의하겠다. 옆에 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겠다. 여자 다웁게...


2월 29일 화요일 날씨 맑음


오늘 2월 마지막 날을 기념이나 하려는 듯 친구들과 들뜬 마음에 500원을 소비하며 목격자를 관람. 죄책감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오고 도서실로 향했다. 공부로 나의 괴로운 맘을 달래 보려고... 


처음엔 손에 안 잡히던 공부가 점점 관심을 끌더니 매우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기분상으로 시간만 좀 더 있었다면 완전히 두 과를 마치는 건데... 


준호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머리가 좋은 듯 척척 알아들었다. 2월 마지막 날 실수도 했고 또한 새벽 3시까지 보람 있는 공부도 했다. 학기초의 결심은 3월 1일에 손을 대겠다. 12시의 종 울림. 지금부터 난 절정의 3학년이 되는 것이다. 온몸을 공부에 희생해야 할... 오늘 같은 일이 없도록 친구들의 말도 조심하겠다. 


학기 초에 즈음하여


기대. 기대. 기대. 기대. 또 기대했던 날이 내일로 박두했다. 두려워 펜을 못 들었던 3월 1일 페이지를 남겨두고 신학기 결심 장으로 넘어와 본다. 


중3. 떨리는 그 학년이 내게로 왔다. 이번 한 해에 부모님의 나에 대한 기대도 여간 큰 것이 아니다. 꼭 '경기'를 들어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하여 늘어난 몇 가지 좌우명을 적어본다. 


1. 끈기 있게 공부를...

2. 저금통장 불리기.


이 두 가지. 항상 머릿속에 생각하며 절약하며 참을성 있게 끈기 있는 꾸준한 공부를 하겠다. 내일부턴 완전 내 몸을 희생시키겠다. 


친구에 관한 문제... 같은 반의 짝이라든가 맘에 드는 애 하나를 골라 아끼고 위해주며 친하게 지내겠다. 너무 정신을 쏟지는 않고. 


절제 있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겠다. 항상 12시 전에 잘 생각은 않기로 하겠다. 12시 이전에 자는 날은 무서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오자마자 공부 준비는 간단히 하고 본격적 공부로 급히 들어가겠다. 나의 지금으로서 최상의 목표는 '경기 입학'이다. 이룩하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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