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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10. 2020

1972년도 일기 20

중학교 3학년 때

오늘은 오늘로서 영원하다 


해마다 피는 꽃은 같거니와 사람은 같지 않다. 그러나 변모하는 것은 어찌하여 인간 세상뿐일까? 올해 핀 꽃도 엄밀히 따지면 지난해 피었던 꽃은 아니다. 


해마다 만물은 유전한다. 모든 것은 물처럼 흐른다. 똑같은 시냇물에 두 번 다시 발을 씻을 수 없다. 흐르는 물이 다르듯이 발을 씻는 나 자신도 늘 변모한다. 인생을 바라보고 인생의 진실을 생각하면 인생에 있어서 모두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다고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 만나면 내일은 흘러가 버린다. 그러므로 오늘은 오늘로서 영원한 것이다. 똑 같은 하루는 영영 오지 않는다. 만약 하루를 헛되게 보낸다면 그것은 영원히 헛된 자국을 남기고 흘러 가버릴 뿐이며 또다시 찾아올 수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오늘은 일기가 짧아 일기장에 적혀있는 글을 옮긴다.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던 멘트들이니까. 하하)


3월 1일 수요일 날씨 맑음


3월 첫날. 지금은 2일 저녁이다. 3월 1일 행실이 두려워 감히 pen을 들지 못했다. 첫날부터 너무너무 허송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한 일도 없이 하루 해가 지나갔다. 공부를 해야 할 이 순간에. 청계천 5가에 가서 문제집을 샀다. 혼자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히고는 싶었지만 빨리 오고픈 생각 때문에 그대로 왔다. 경화가 자기 집에 가자는데 거절을 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3월 2일 목요일 날씨 맑음


지금 심정: 내일이 기다려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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