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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12. 2020

1972년도 일기 21

중학교 3학년 때


3월 3일 금요일 날씨 맑음


나의 아령이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왜 내가 그에게 아직까지도 관심이 있을까? 그 애는 전혀 나를 잊고 있을 텐데... 더욱이 3학년인 지금 이때에... 나에겐 그저 공부뿐이다. 다른 건 모두 소용없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만을 하여 '경기'에 철커덕 붙은 후 그와 얘기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한 해는 아예 다른 생각을 않겠다. 전혀! 그가 무슨 말을 해 온다 할지라도(할 리도 없겠지만...). 나에겐 오늘도 공부. 내일도 공부. 모레도 공부. 그저 공부뿐이다. 착실하게 시키는 일을 잘해나가기도 하겠다. 


3월 4일 토요일 날씨 맑음


석주와 아령이가 같은 반이 됐다. 새해의 나의 결심을 무너뜨리고 아령이 이름을 적게 됐다. 적고 싶었다. 마음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석주가 적극적으로 그에게 달라붙을 것이다. 아령이도 넘어가겠지. 둘이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았으니까. 아령이 생각 않기로 한지가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도 그 애를 만나면 달라진다. 생각이 아니라. 무엇인가 그 이상한 무엇이... 석주와 그가 친해질 것이 은근히 두렵다. 왜? 내 욕이 자자하게 그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이것 때문일까? 두려워할 이유가 나에겐 없다. 그완 아무 관계도 아니인데 석주와 친하면 어떻단 말인가. 나에겐 같이 공부하기로 한 경화가 있는데...


3월 5일 일요일 날씨 맑음


벌써 정신상태가 흩어(흐려) 진 것일까. 긴장이 풀린 것일까? 부끄럽게도 창피하게도 그런 몹쓸 생각이 들었던 것을 반성. 또 반성해 본다. 다시 한번 새 학기 결심을 읽어 보겠다. 요사이 기분은 침묵을 지킨다. 침묵이라 해야 할까. 무뚝이라 해야 할까. 쓸데없는 걱정만 늘고. 또 하고. 공부. 공부하고 있을 때가 가장 편하지 않은가? 그 편하고 좋은 일을 왜 못할까. 교장선생님의 말씀대로 난 지금 경주장에 있는 것이다. 아니 경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애들은 아까 내가 한눈을 팔았을 때도 계속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쉬고 있는 이 시간에도 그들 10만 명이라는 숫자의 학생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떨어져선 안된다. 


3월 6일 월요일 날씨 맑음


지금 동아방송의 '0시의 다이알'을 듣느라 아무 정신이 없다. 공부고 뭐고 되는 일이 없다. 지금쯤 모두 귀를 기울이고 듣고 있을 텐데 안 나오니 화만 난다. 공부할 것이 많다. 하지만 이 프로가 끝나는 1시나 돼야 시작할 수 있겠다. 밤을 새우든지 어떻게 하든지 해서라도 하려고 했던 공부는 끝을 마치겠다. 첫날 첫 수업이 많이 있었다. 새 선생님들 중 재봉 선생님이 은연히 내 맘을 끌었다. 혜경이와 같이 수업을 했지마는 내일은 그러진 않겠다. 체계를 세워하려던 공부는 꼭 하겠다. Health is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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