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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08. 2020

경주 여행기 5

여고동창들과 2011년에

황룡사지. 바로 내가 맨 첨에 글을 썼던 바로 그 널따란 곳. 우리의 길쌤은 여전히 차근차근 그 많은 걸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느라 설명 또 설명.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길쌤 바로 곁을 사수하는 나. 헤헤.

정말 끝도 없이 넓다.

바로 우리가 보고자 여러 번 진입을 시도했던 금당 한가운데 있는 심지 돌. 여기서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았다. 기다리고 기다려 결국 보고야 만다. 그렇게 함부로 여행객을 막다니.


끝없이 발굴되는 돌들. 너무나 넓고도 넓은 터. 도대체 얼마나 큰 사원이 있었던 게야. 아. 힘들어. 걷기를 두려워 않는 자들. 담부터 길쌤과 함께 하는 여행엔 무조건 배낭과 운동화! 경주 제일 번화가에 있는 카페베네. 달콤한 휴식.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또 허니브레드를 시키고 그리고 황남빵. 너무 사람이 많아 40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일단 주문해놓고 미경이가 나중에 가져온다. 앗 뜨거워. 호호 호오호 달콤한 팥. 너무 맛있다. 음악이 흐르고 커피는 맛있고 황남빵은 뜨겁고 허니브레드는 달콤하고 여고시절 이야기는 무르익고. 하하 우리는 여고 동창생~



어마나 어떻게 무덤에 나무가 있지? 저 위에 올라가면 무덤이 너무너무 커서 경주시내가 다 보여. 그래? 옛날엔 우리 무슨 능으로 소풍 많이 갔지. 맞아. 서오릉. 헌인릉... 왜 그리 주로 무덤으로 소풍 갔을까? 하하. 그 위에서 우리 막 뛰놀고 뒹굴고 했잖아. 쭈르륵 굴러내려오기도 하고.


어서 가서 맘껏 뒹굴어보자고. 이런저런 추억을 이야기하며 봉항대에 가까이 간다. 그런데... 가까이 가니 또렷이 보이는 팻말의 글씨. “무덤에 올라가지 마시오.” 아. 전엔 올라갔었는데. 길쌤이 아쉬워한다. 옛날엔 팻말도 없고 아무나 올라가고 관리인도 없고 그저 방치되어있었는가 보다. 그러나 이젠 잘 관리되는 듯했다. 빤히 보이는 '올라가지 마시오' 앞에서 올라갈 수는 없지 않은가. 밤에 오면 올라갈 수 있는데. 사람들 없으니까. 떠나면서도 중얼중얼. 그 위에 올라가 경주시내 구경 못 시켜주는 것이 길쌤은 못내 아쉬운가 보다. 하하.



걷고 또 걸어서 대릉원. 우린 오늘 총!! 무덤을 모두 마스터하는 거야.



천마총. 누구 무덤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 나오면 천마총. 금관이 나오면 금관총. 모 그런 식으로 이름이 붙여졌단다. 그런데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무덤이 꽤 많단다. 와우. 



그 커다란 무덤들 마다 가장 아래쪽엔 관이 있고 그 관위에 또 관. 그 위에 무수한 돌.. 그리고 흙. 그래서 경주 무덤은 거의 도굴되지 않고 고대로 남아있단다. 그러나 백제는 너무나 도굴되기 쉽게 평지에 있어 거의 다 도굴되었단다. 에구.



금관.. 그 모양들 섬세한 설명. 옥... 구부러진 옥돌은 다복함을 뜻하는데. 자식이 많음을 뜻하는데 왜냐하면 바로 그 옥돌이 마치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무덤은 분(墳)·총(塚)·영(塋)·묘(墓)·능(陵)으로 나뉘는데 능은 임금의 무덤을 말하고 총은 흙으로 봉토를 쌓은 다음 나무를 심어놓은 무덤을 가리키며, 묘는 흙으로 봉토를 만드는 대신 구조물을 세워서 무덤을 보호하는 것이란다. 아하.


단풍은 무르익고 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서서히 발도 아파오고. 우린 해가 이미 많이 기울어 어두워지고 있는데 남산에 있는 불곡 마애여래좌상을 보러 간다. 낭산을 거의 다 돌아본 이번 여행. 다음 봄에는 경주의 매력 포인트 남산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 여행을 약속하는 뜻으로 이 여정의 마무리에 남산에 살짝 한 발이라도 들이밀기로 한 것이다.



달빛기행이 더욱 어울린다는 곳. 할머니 불상이라고도 하는 이곳.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정말 인자하고 다정하고 겸손한 모습의 불상이 지긋이 아래를 내려 다 보고 있다. 이곳은 달빛에 바라봐야 더욱 운치가 있다 한다. 이미 깜깜해졌지만 날이 흐린 지 아직 달님이 없다. 여기 앉아서 부처님을 봐봐. 서서 볼 때랑 또 달라. 마치 부처님이 포근히 나를 감싸는 듯 해. 모두들 부처님 눈과 마주친다는 그곳에 무릎 꿇고 앉아 부처님과 눈을 맞춰본다.


달빛기행. 깜깜한 어둠.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앞뒤 잡아주며 조심조심 내려간다. 다음 봄에... 경주 남산 여행을 약속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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