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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07. 2020

경주 여행기 4

여고동창들과 2011년에

여고동창들과 2011년에

부처가 계시면 이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대신들 모두가 반대하는 불교 승인을 홀로 찬성하다 처형받게 된 이차돈이 죽기 바로 전 자신 있게 외친다. 부처가 계시면 이적이 일어날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그의 목이 베여 떨어지는 순간 붉은색이 아닌 흰색의 피가 한 길 넘게 솟구치고 하늘이 컴컴해지며 꽃비가 내린다. 헉. 부처가 정말 계신가 봐! 두려움에 대신들은 그 어떤 반대도 못하고 법흥왕은 불교를 승인한다. 



백률사. 이차돈이 순교한 절이다. 그의 목이 떨어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의 목을 자르니 목을 통해 하얀 피가 솟구치듯 나왔으며 머리는 바로 이곳에 떨어졌던 것이다. 그 목이 떨어진 곳. 모든 것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이곳엔 그 흔적만 있다.  




바로 이 종이 백률사의 종인데 표면을 잘 보면 피가 솟구치고 얼굴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차돈 순교하던 때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종이다. 떨어지는 목 하며 솟구치는 하얀 피 하며 으힛. 무시무시



수능이 10일. 우리가 간 날이 8일. 그야말로 엄마들의 기도가 절정을 이루는 때. 게다가 이 절이 꽤 효험이 있다 하여 기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거대한 체구의 스님이 목탁을 들고 방안 가득한 많은 신도들과 함께 수험생 위한 기도드리는 모습을 한참 구경한다.  



그러니까 불교가 신라에 정착하기까지. 그동안 우리 백성은 아무 종교나 믿었던 거지. 산신령을 믿는 다든가.

그들도 함께 절에 오게 하기 위하여 유명한 절 뒤편에는 꼭 이런 곳이 있는데 이곳은 부처님이 아니라 그 어떤 신이라도 모두 섬길 수 있는 곳이란다. 아. 정말 길쌤은 어찌 그리도 설명을 잘할까. 우리가 지금 신라시대에 와있는 것 같다.   



우리의 작가 미애. 오홋. 덜렁덜렁 룰루랄라 그저 즐겁다가 조금 힘든 길 나오면, 우리 돌아가자아아. 편한 길로 가자아아.. 왜? 왜냐면... 난 소중하니까아. 하면서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고 턱을 올리고 눈을 동그랗게 했다. 푸하하하 그래.. 맞아. 우린 소중해. 우리도 덩달아 같은 포즈를 취하며 깔깔 웃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곳곳에 예리한 순간포착이 있을 줄이야. 아닌 척하면서 별걸 다 찍는다. 절대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지 않는다. 



분황사.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옆으로 커다란 종이 있다. 그 앞에 대충 쭈그리고 앉은 우리에게 길쌤이 설명한다. 그런데 갑자기 콰앙~ 에구머니나 무슨 소리야? 깜짝 놀라 뒤를 본다. 젊은 남녀가 공을 막 치고 너무 큰 소리에 놀라 당황한다. 천 원을 내고 아무나 종을 칠 수 있는 것이다. 하하 이 종소리가 울리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진단다. 우린 천 원을 내고 마치 보신각종을 새해에 여러 유명인사가 치듯이 그렇게 이 빨간 망치 양쪽으로 멋지게 줄 섰다. 야.. 조심조심. 아주 예쁘게. 하나 두울 세엣 살살... 으아아 아 무거운데 막 딸려가는 것 같아. 살살. 디잉~ 아주 예쁘게 종을 울렸다. 하핫. 아까 그 종소리보다 아으 너무나 여운 있고 멋지다아. 역시 우린. 히히.  



길쌤. 요건 모야요? 아. 이것도 일종의 종인데 이건 나무로 두들기지. 아침이면 절에서 쇠로 된 종도 치고 나무로 된 이런 물고기 형상의 종도 치고 모든 걸 울려대지. 아항 그렇구나아아아  



종에 그려진 그림도 찬찬히 감상. 이건 선녀가 하늘나라에서 내려오는 중이야. 알겠지? 모든 날개가 위로 향하고 있잖아. 아하.. 그렇네요. 알았어요 쌤. 



쌤쌤~ 종각에 저거 모야요? 닭이어요. 닭. 세상에 종 위에 용 있는 건 봤어도 닭 있는 거 첨 봐요. 그러게. 닭. 바로 우리네. 우리가 닭띠인데. 닭이 아니라 봉황이야. 하핫. 자, 이쯤에서 봉황이란? 뒤적뒤적 


鳳 봉황새 봉

凰 봉황새 황


중국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 기린·거북·용과 함께 4령(四靈)의 하나. 수컷은 봉, 암컷은 황. 매우 아름답고 의미 있는 노래를 부른다. 가슴은 기러기, 후반부는 수사슴, 목은 뱀, 꼬리는 물고기, 이마는 새, 깃은 원앙새, 무늬는 용, 등은 거북, 얼굴은 제비, 부리는 수탉과 같이 생겼다 한다. 키는 2.7m 정도. 건축·공예와 여인들이 놓는 수(繡)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분황사가 얼마나 멋진 탑이냐 하면 네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동물들. 조각을 자세히 봐. 모두 특징이 있지. 여기서 쌤의 질문. 어디가 바다겠어? 우린 열심히 사자들의 특징을 찾는다. 바다라... 바다. 태선이가 여기! 한다.

아, 사자가 좀 틀리다. 그래. 맞았어. 이건 사자지만 마치 물개 모양이야. 바다를 상징하지. 그렇게 꼭 같을 줄 알았던 돌상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저 탑 안에 다시 불상이 있고 돌로 만든 문. 그 문마다 돌이지만 문쩌귀가 다 있고. 세상에 어떻게 그 옛날에 이런 걸 다 만들 수 있었을까. 여기서 또 잠깐! 문쩌귀란? 뒤적뒤적. 하하

문쩌귀란 문 돌쩌귀의 북한말이며 문 돌쩌귀는 돌쩌귀의 비슷한 말로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 암 짝은 문설주에, 수짝은 문짝에 박아 맞추어 꽂는다. 



낙엽과 역사와 신라와.... 여고 동창생. 분황사 앞에 있는 우물 주위를 만져본다. 천오백여 년 전부터 내려온 우물. 그 오랜 세월 때문일까. 돌은 너무너무 부드럽다. 우린 만지고 또 만진다.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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