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있는 아들이 일 년에 한 번 집에 오면 외치는 소리다. 코로나 때문에 금년엔 꼼짝도 못 해 일 년에 한 번도 못 본 채 세월만 흘러간다. 공항도 비행기도 위험하고 14일간의 자가격리로 휴가 일부를 써버리는 것도 아깝기 때문이다. 오늘 유난히 아들이 보고 싶다. 그럴 때 우린 치킨을 시킨다. 파리에도 피자 같은 게 배달이 오지만 우리나라처럼 바삭하고 뜨겁고 그런 거 아니란다. 그래서 한국에 오면 치맥이니 피자니 그런 거 시켜먹는 걸 즐긴다. 그뿐인가. 특히 짜장면. 하, 이렇게 싼 가격에 이토록 맛있는 짜장면을! 감탄하며 먹는다. 파리 음식값과 비교하면 먹는 게 남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 가보다. 하하
사실 남편과 나는 치킨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기름지고 속 안 좋고 튀김 기름도 깨끗한 걸 썼을까 의심이 가고 하하 게다가 둘이 한 마리를 시키면 한 번에 다 먹지도 못하고 식으면 맛도 없고 반마리는 주문도 안 받고. 하하 그래도 문득 아들이 그리우면 치킨을 시킨다. 오늘 그도 나도 아들이 그립다. 의견 일치다. 치킨!!! 그 애가 맛있게 먹던 그 치킨을 시키자. 오케이~
하루가 이렇게 짧았나? 퇴직 후 늦잠을 즐기는 그가 일어나서 아침 먹고 치우고 어쩌고 하다 점심 먹고 치우고 어쩌고 하면 어느새 오후 4시. 산책 갈 시간이다. 그 산책이 끝나면 하루도 끝이 난다. 김동길 교수는 40대만 되어도 사십하나 사십 둘셋넷다섯...그 정도로 가지만 오십 대가 되면 그나마도 없이 오십오 다음 육십이 되고 육십이 되면 그 중간도 없이 그대로 칠십이 되고 팔십이 되니 그냥 눈 깜빡 하니 구십이 되더라며 그렇게 나이가 구십이 되었다고 구수하게 말하던데 그의 말이 구구절절이 맞다. 정말 빠른 세월이다.
하루가 또 가네~ 산책길에 나서며 세월의 빠름에 한탄한다. 집에서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산으로 향하는 길. 작은 언덕 같은 그 산을 넘으면 아름다운 수변공원이 펼쳐진다. 커다란 저수지 주변에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다듬어져 있는. 옛날 이 곳은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철책이 마구 둘러쳐져 있고 낚시금지! 하는 험악한 말들만 간간이 쓰여있고 꽝꽝 쇠 철창과 누런 나무들로 둘러쳐져 있어 안에 무엇이 있을까 꽤 궁금하던 곳이다. 출입금지! 낚시금지!라는 팻말만이 무성하던 곳. 지저분하던 곳. 그런데 발상의 전환일까. 꽝꽝 막혀있던 그곳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으로 바꾸었다. 세상에 그 안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을 줄이야. 공업용수라 아주 깨끗한 물이라는데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 주변으로 산책로를 아름답개 꾸며놓았다.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던 폐허 같은 곳이 발상의 전환으로 모든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재밌는 TV 드라마들을 보면서 빠삭 닭튀김을 먹는 이 맛이라니. 여보~ 이럴 땐 맥주 한 잔. 오케이. 냉장고 한편에 꼭 자리 잡고 있는 맥주 한 캔을 가져다 놓고 대형 TV를 켠다. 넷플릭스로 청춘 기록을 본다. 하. 재밌다. 하하 좋다. 아들들 멀리 있어도 좋다. 우린 치킨을 먹으며 즐겁다. 전화? 밴쿠버는 지금 안되고 파리는 되겠네. 파리 일만 명씩 확진자 나오던데 어떡하냐 괜찮아? 스페인 친구들과 집 앞 공원에 나왔단다. 마스크 꼭 써라~ 네 쓰고 있어요. 조심해라. 제 걱정 말고 엄마 아빠 조심하세요. 한국은 그래도 괜찮아. 그래 조심조심. 우린 치맥을 하며 아들들을 생각한다.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