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캐디 중 빵!

코로나 골프

by 꽃뜰


노캐디 중 빵! 공을 맞았다. 어떻게 된 이야기냐.


코로나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이때 우리의 여자 서클 미소회는 노캐디! 노 샤워! 노 식사!로 당당히 코로나에 맞서 기막힌 계절 가을 라운딩을 감행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코로나 때문에 마지막 식사와 함께 하는 시상식도 할 수 없으니 첫찌 꼴찌 없이 모두에게 2만 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마스크 단디 쓰고 노캐디! 노 샤워! 노 식사! 코로나여 꼼짝 마라. 무려 네 팀이 줄줄이 서코스에서 출발한다.



먹거리 한 움큼. 서로 만나지를 못하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준비한 간식을 네 대의 카트에 나누느라 정신없다. 코로나 때문일까. 기다림도 별로 없다. 아, 가을이어라. 하늘에 둥둥 떠가는 하얀 구름이 마음도 두둥실 들뜨게 한다. 노캐디로 하다 보면 정말 캐디처럼 카트를 잘 운영하는 멤버가 꼭 있다. 우리 팀에선 J가 그렇다. 그 덕에 아주 편하게 노캐디 아닌 양 공을 친다. 포도에 사과 주스에 툭하면 그녀의 요술가방에선 맛난 것들이 튀어나온다. 특히 커피는 서방님께서 타 주신 거라는데 그 맛과 신선함이 기가 막히다. 직접 자기 취향의 커피를 찾아 주문하고 정성껏 갈아 커피를 내리는 남자. 얼마나 멋진가. 아무리 그쪽으로 맛을 들이게 하려 해도 꿈쩍 않는 믹스커피 사랑 울 남편과 자연스레 비교된다. 푸하하하



나이스 파~ H의 땡그랑으로 우리 팀 모두 파를 기록한다. 자신감 충만이다. 가을은 곳곳을 물들인다. 활짝 피어나는 봄 꽃에 휩싸여 바로 이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새 한 해가 지나가며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흘러간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 억울한 한 해가.



곳곳에 파란 잔디. 그러나 조만간 누렇게 변할 것이다. 절정의 순간은 잠깐이다. 모든 게 지나간다. 세월은 거침없이 흘러간다. 강아지마저도 크게 하품하는 평화로운 가을날이다. 갑자기 앞팀 H가 헐레벌떡 우리에게 달려온다. 물파스 있어요? 앗. 왜? 공에 맞았어요. 아파요. J의 요술가방에서 물파스가 나오고 진통제가 나오고 소염제가 나온다. 아니 어떻게? 모두 그린에 올라가는데 깜빡 퍼터를 안 가지고 와 혼자 카트로 되돌아 가는데 공이 와서 맞았어요. 아이고 어떡하냐. 살짝 부은 것도 같고 뼈가 부러졌으면 어떡하지? 병원에 가봐야겠다. 우리들 걱정이 태산이다.



정작 당사자는 깔깔 웃으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걱정하는 우리를 다독인다. 자, 여기서 교훈! 노캐디 때 가장 중요한 것. 함부로 채를 가지러 되돌아가면 안 된다. 뒷팀에선 모두들 그린으로 올라가니 안전하다 생각하고 샷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가다가 깜빡! 했다고 되돌아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뒷팀도 앞팀을 세세히 살피며 반드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쳐야 하지만 앞서 가는 팀도 섣불리 뒤로 백 하면 안 된다. 물파스를 손에 꼭 쥐고 자기 팀의 카트가 오기를 기다리는 H를 그린 근처에 놓아두고 떠난다. 조심해 조심. 무리하지 마. 온갖 염려의 말을 쏟아놓는다. 에구. 많이 아프면 어쩌나. (후에 들은 이야기는 더 이상 공을 못 치고 병원으로 간 H. 다행히 뼈가 다친 것은 아니라 물리치료받고 많이 나아졌다한다. 언제나 사고는 아차 하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 안전거리 확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다.)



해님마저 꼴딱 넘어가려 한다. 길고 긴 추석 연휴. 오늘 밤 저 태양만큼이나 둥근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겠지. 노 캐디! 노 샤워! 노 식사! 동코스 9번 홀이 끝나면 우리는 그대로 집으로 가야 한다. 마무리가 없는 정기 월례회는 얼마나 허망한가. 라운딩 중 무용담을 시끌뻑적 나누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항상 있을 줄 알았던 청춘이 가듯이 항상 할 줄 알았던 즐거운 식사와 수다도 때가 있었다. 그러니 그 무엇이 되었건 할 수 있을 때 맘껏 해야겠다. 지는 태양 아래 강아지 두 마리가 사랑의 데이트 중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