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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01. 2020

불효자는 '옵'니다

코로나 추석

불효자는 옵니다.


하하 정말 잘 만들지 않았어요? 불효자는 웁니다에서 나온 불효자는 옵니다. 이번 코로나 추석 캠페인 중 가장 히트 친 표어란다. 하하 푸하하하 정말 재밌어요. 그렇다. 불효자는 옵니다. 불효자만 고향에 오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안 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함께 공을 치는 엄마들 나를 뺀 모두가 애들이 온대~ 우리 애들도 온대.우리도. 애들이 온단다. 불효자는 옵니다~인데 불효자는 옵니다~ 인데. 나의 '불효자는 옵니다' 소리가 허망하다. 나에게만 콕 찍히는 말이었던 것이다. 모두들 자식들이 온다. 우리는 애들이 멀리 있다. 아무도 안 온다. 아니 아무도 못 온다.


명절이면 유난히 외로웠는데.


홀로 계신 친정엄마가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딱 삼 남매. 아빠 엄마 우리 삼 남매. 그렇게 오로지 다섯 명뿐이었다. "한 달만 꼭꼭 숨어있으렴." 해서 쌀 한말 지고 나온 게 아버지의 이북에 계신 부모님과의 마지막이었단다. 명절이면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단합대회 화투를 쳤다. 아주 어릴 땐 민화투, 조금 커선 고스톱. 설이면 세뱃돈 추석이면 추석용돈을 밑천으로 엄마, 아빠, 오빠, 남동생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그렇게 명절이면 아버지는 가끔 앞산을 보며 눈물 지으셨고 밤이 새도록 온 가족 고스톱을 치며 시끌벅적 함을 즐기셨다. 이렇게 나이 들어서까지 명절 하면 그때 그 깔깔대며 온 가족이 돈내기 고스톱 하던 때가 생각나는 것은 그때만큼은 온 식구가 하나 되어 정말 즐거웠기 때문인 듯싶다. 그러던 나는 그야말로 대가족 고향이 여전히 살아있는 곳으로 시집을 갔다.


우아 고속도로가 주차장이야.


시댁인 천안까지 9시간 정도 걸렸던 기억이다. 결혼 초반 명절에 시댁에 방문하려면 고속도로가 즉 주차장이었다. 많은 차들 어쩌다 휴게소에라도 들르면 그 엄청난 사람 물결. 거기서 다시 빠져나오려면 걸리는 어마어마한 시간 때문에 어차피 멈춰 있는 차. 그대로 화장실을 다녀와 쭈욱 빠진 차를 찾아 헤매기도 하고. 너무너무 차가 안 가고 기다리니까 아예 주차장처럼 차를 세워두고 그 밖으로 나와 돗자리 펴고 앉아 생일파티를 하던 사람들 하며 그래도 차는 꿈쩍 않고. 이것저것 펼쳐놓고 먹고 떠들고 왁자지껄. 그 난리 북새통이 난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신기할 뿐이었다. TV에서만 보던 명절의 복작대는 대열에 내가 직접 끼게 되었구나. 그 감동. 하하 고속도로가 아무리 막혀도 나에겐 즐거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제 다시 우리 둘 뿐이다. 애들은 너무 멀리 있고 시댁도 세월이 흘러 흘러 뿔뿔이 흩어져 옛날의 그 복작거림이 없다. 그나마 금년엔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꿈쩍도 않는다. 전화로 모든 인사를 대신한다. 파리에서 밴쿠버에서도 전화가 올뿐이다. 조심해라. 우리도 다시 세 자리되었다. 113명. 엄마 우린 만 오천 명이야. 게임이 안돼요. 컨트롤이 되는 나라. 우리나라를 부러워한다. 그래도 송편은 먹어야지? 시장 떡집에서 막 쪄서 나오는 송편을 한 팩 살뿐이다. 우리 둘이 저거면 충분하다. 명절 기분이 하나도 안 난다. 안 나면 어떠랴. 그냥 이렇게 같은 듯 같지 않은 하루가 흘러간다. 생각을 바꾸자. 추석이라 명하여진 그 멋진 날을 달님을 구경하며 또 좋아하는 것들 하며 그렇게 남편과 둘이 즐겁게 보내리라. 그립다 말을 하면 더욱 그립듯 외롭다 말을 하면 더욱 외로워 우린 그 말을 안 하기로 한다.


곁에 와준 보름달(사진:꽃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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