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이지 싸움할 건도 안된다. 어떻게 이런 걸 가지고 싸울까? 그런데 우리는 싸웠다. 아니, 대놓고 싸웠다기보다는 찬바람 쌩쌩 부는 냉전이랄까. 그것 좀 양보하면 안 되나? 남자가 뭐 그래? 속 좁은 남자. 너무 실망이다. 흥!
요즘 대청소를 하고 있는 나는 한꺼번에 몰아서 하지 않고 하루 한 코너씩 하고 있다. 우리 집 거실 한 구퉁이에는 두꺼운 유리의 귀엽고 예쁜 탁자가 있는 데 남편은 항상 그 아래 신문을 가득 쌓아놓는다. 요즘 신문을 돈 내고 보는 집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돈 내고 보는 우리 집에 서비스로 많은 신문을 준다. 그래서 아침마다 현관문 열고 들여오는 신문은 그야말로 한 묶음이다. 즉 신문이 금방금방 쌓여간다는 것이다. 그의 역할은 그 신문이 탁자 아래 가득 차 더 이상 넣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모두 꺼내 노끈으로 묶어 분리수거 날 1층에 내려다 놓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그 예쁜 탁자 아래 가득 쌓여있는 신문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지저분하다. 그렇지. 저기를 깔끔하게.
그곳에 쌓여있는 신문들을 다 꺼내 뒷베란다 재활용품 모아 두는 곳으로 간다. 오늘 신문만 빼고. 코스트코 커다란 쇼핑백을 분리수거통들 사이에 놓고 신문을 넣는다. 그렇지. 이대로 모아가다 분리수거 날 쇼핑백 그대로 들고나가면 되겠군. 더 이상 남편이 그 모든 걸 노끈으로 묶느라 낑낑대지 않아도 되겠어. 캬~ 얼마나 기막힌 아이디어냐. 거실로 와보니 오늘 신문만 남겨진 탁자는 깨끗해 뒤적일 필요도 없이 탁 꺼내면 오늘 신문. 흠흠흠. 아무리 봐도 너무 괜찮다. 역시 난 정리의 달인. 하하 안 해서 그렇지 일단 발동 걸리면 요렇게 잘한답니다. 엣 헴.
아니 신문들이 어디로?
저기 뒷베란다에. 그리고 여긴 깔끔하게 오늘 꺼만.
짜잔. 그런데 그가 일어났다. 감탄할 줄 알았던 그가 헉. 감탄은커녕! 세상에 타박을 한다. 이럴 수가! 왜 그리 불편하게 하느냐. 여기 쌓아가다 분리수거하는 날 노끈으로 묶어 나가면 되는데 왜 굳이 뒷 베란다냐 그게 더 불편하다. 세상에. 아니 저 깔끔한 게 안 보인단 말인가? 무엇이 불편하지? 아, 수북이 쌓인 신문더미는 얼마나 지저분했는데. 아. 이거 아니잖아.
그 후 뒷베란다만 나갔다 오면 투덜 투덜이다. 괜히 신문을 놓아 지저분하다. 무얼 꺼내려도 불편하고 이것도 저것도 불편하다. 내참 불편할 거 하나 없는데. 내가 볼 때는 쇼핑백에 모아놓았다가 분리수거 날 노끈으로 묶는 수고도 없이 그대로 들고나가면 얼마나 편한가? 코스트코 백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신문 무게를 견딜 수 없다며 이건 아니라고 잔소리가 이어진다. 아니 무어 그렇게 오래 가나? 일주일마다 돌아오는 분리수거 날 그대로 들고나가면 무거울 것도 없는데. 내가 볼 때는 지극히 합당한 거 같은데 그는 영 못마땅해한다. 왜? 왜 그럴까? 저 깔끔한 게 안 보이는가? 하이고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