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식목일에 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그거 쉬운 일 아니다. 처음엔 꿈에 부풀었다. " 요즘 최고의 나무래~" 하는 아로니아에서부터 손이 안가 정말 키우기 쉽다는 감나무에 사과, 복숭아, 두릅... 키워보고 싶은 건 모두 사다 심었다. 아무 나무 조각을 꼽아도 싹이 난다는 사월 초 식목일 즈음에.
종류대로 묘목을 심어놓고 '여기 원두막도 짓고 나무 그늘 아래서 감도 따먹고 복숭아 사과... 호호 너무 좋다.' 있는대로 상상하며 가슴이 부풀었다. 꼴랑 몇천원짜리 일년생 묘목 심어놓고.하하
처음엔 열심히 했다. 주말마다 와서 풀도 뽑고 물도 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시내에서 좀 떨어진 이 곳에 발길은 뜸해졌고 그렇게 나무들은 방치되었고 에잇 될 대로 돼라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시 금년 봄이 되었고 방치된 나무들은 처음 심은 오십여그루중에 한 열 그루 살았으려나? 그야말로 처참한 모습이다. 이대로 끝?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 밭에 나와 의논을 해보니 모두 갈아엎고 새로 제대로 해보라 한다. 그래서 포클레인이 동원되었고 '이제 제대로 된 나무 심고 그리고 부직포도 깔아 1개의 잡초도 자라지 않게 하리라.' 단단히 결심한다.
포클레인이 하는 동안 우린 할 일이 없다. "언니~ 쑥 캐자."
함께 온 후배가 말한다. "그래? 그거 좋지. 달래 냉이 씀바~귀 그야말로 우리 나물 캐는 봄처녀네~" 하면서 신나게 쑥을 캔다. 따스한 햇볕 아래.
그런데 이 쑥 캐는 것도 만만치 않다. 푹 쑥 밑에 칼을 넣어서 뿌리가 봉긋 올라오게 하라는데 꾸부린 다리는 아파오고 쑥인지 냉이인지 질경이인지 민들레인지 그것도 모르겠고 그래서 나는 차에 들어와 차라리 글을 쓰겠다 한다.
"아, 언니 이 재미있는 것을!" 사람마다 취향과 재미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언니 언니 하며 따르는 시골서 자란 후배는 열심히 쑥 캐고 있고 나는 차 안에서 열심히 손가락 두들기고 있다. 이 멋진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