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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17. 2020

꽃게가 이상해 2

하하 난 이 글의 제목을 꽃게가 이상해 2라고 적는다. 왜냐하면 꽃게가 이상해를 우리 가족 단톡 방에 올렸더니 


앗 엄마 그걸 글로 쓰셨네요. 
그럼 제가 오늘 장 봐왔으니 저의 요리과정을
실시간 보도해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작은 아들이 요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의 꽃게가 이상해는 바로 요것. 


https://brunch.co.kr/@heayoungchoi/1978#comment


자, 이제 요리는커녕 부엌 근처도 안 가보던 개구쟁이 작은 아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생존하려니 어쩔 수 없었을까 이렇게 요리하게 됨에 감탄하며 그 애의 올려준 걸 함께 한다. 하하

 


일단 무부터 여기 거는 다르게 생겨먹어서 요렇게 생긴 걸 샀으
게랑 조개는 어제 갔더니 없어서 못 사고 생태를 샀음 불어로 Merlu


하하 프랑스 파리라고 모든 게 세련되고 예쁜 건 아닌가 보다. 무는 정말 우리나라 토종무가 훨씬 예쁘게 생겼다. 정말 무가 우리랑 다르게 생겼네. 게를 쪄먹을까 탕을 끓일까 난리 치던 우리의 고민은 아랑곳없이 그거 자체가 없었나 보다. 하하 장에 가기 전에 우리끼리 열변만 토한 꼴이다. 그래도 조개는 다 같은 거 아니냐며 꼬막을 사다가 이런저런 걸 해 먹었다는 이야기에 꼬막은 무쳐먹어야 할 걸. 그 정도밖에 말해줄 수 없었던 요리 젬병 엄마. 흐흐. 그러면 또 어떠랴. 엄마가 모르니 아들 본인이 인터넷을 뒤져 요케 요리에 입문하게 되지 않는가. 푸하하하 모든 건 다 길이 있다. 못한 다고 기죽을 일도 실망할 일도 없다. 파이팅!



무를 잘 잘라줬고 


캬~ 개구쟁이 작은아들이 이렇게 도마까지 펼쳐놓고 무를 한가득 썰어놓다니. 푸하하하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막내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무가 꼭 사과처럼 붉은색도 도네. 어쨌든 프랑스 파리에서 나의 아들은 제대로 장을 봐서 음식을 해 먹는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하



생태 어제 산거는 요런 포장지에 600그람 산 게 요렇게 생걌습니다


앗, 저 손가락 모습은? 남편과 나의 예리한 눈길은 생선이 든 봉투는 몰라라하고 한쪽 구퉁이 봉투를 잡고 있는 가녀린 손가락에 꽂힌다. 저거 여자 손가락 아냐? 그치? 여자 친구? 여자 친구 불러서 함께 요리하나? 저건 분명 여학생 손가락이지? 그런가 보네. 여자 친구를 불렀나 보네. 그치. 함께 해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하하 남편이 기분 좋게 웃으며 한 마디 더 붙인다. 손톱을 아주 바짝 깎았네. 공부 잘하겠다. 



어제 이거 사니까 수프에 넣을 거지???
하고 물어보더라구요 다른 용도로는 못 먹는 듯


오호 이런 생태 조각이 그런 은박지 봉투 안에 들어가 있다니. 우린 널려있는 여러 마리 생태들 중에서 통통하고 잘 생긴 놈을 골라 이거 주세요 하고 정리해주세요 하면 그때 착착 저렇게 조각을 내주는데. 아무래도 우리 꺼가 훨씬 싱싱할 것 같다. 어쨌든 파리의 생태라~ 하하




다 때려 넣었으


하하 야채도 푸짐히 넣고 무언가 영양적으로는 꽤 괜찮을 것 같다. 가족 단톡 방에 계속 올라오니 멀리 밴쿠버의 큰아들 내외도 실시간으로 보는가 보다. 즉시 큰 애 답이 온다. 


멋지네




며느리는 한 술 더 떠 그림까지 그려 걱정하며 조언한다. 


요기 위에 거품처럼 뜬 불순물들 걷어내면
더 맑고 시원한 국물 되욤


하하 보고 있는 우리는 신난다. 주거니 받거니 개구쟁이들이 다 커서 제대로 먹을 걸 해 먹는 모습이 그냥 막 신기하고 기특하다. 푸하하하 여보 이제 우린 아무 걱정할 거 없다. 애들 다 컸어. 




유튜브 김수미 선생이 
걷어내라고 해서 걷어 냈습니다 ㅎㅎㅎㅎ


오호. 이미 유튜브로 모든 요리법을 완수했는가 보다. 


아하 역쉬이
오 비주얼 굿 맛있겠네욤


형수와 나누는 대화를 보는 우리는 그저 즐겁다. 하하



 마지막으로 올린 사진에서 우린 그치!그치! 우리가 맞았어. 여자 친구를 부른 거야. 둘이 먹네. 좋아 좋아. 혼자 먹으면 얼마나 쓸쓸하겠어. 맛있겠네. 아, 그런데 김치도 없나? 그냥 저렇게 찌개 하나만 해서 먹나? 어쨌든 둘이 맛있게 먹으니 다행이다. 요리도 하고 우리 아들 대단해. 


하하 그렇게 꽃게는 이상해 2는 생태탕으로 마무리됐다. 아, 멀리 있지만 애들 모두 이렇게 잘해 먹고 많이 웃으니 다행이다. 이 코로나 위기를 끝까지 잘 견뎌내면 좋겠다. 힘내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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