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컨트리클럽 울산 C.C.
코로나가 심해 짐에 따라 모든 일정이 취소되는 중에 노캐디 노 샤워 노 식사로 오랜만에 공을 치기로 했다. 서클이지만 전체 모이기도 하지 않고 모든 걸 네 명 한 팀이 알아서 하기. 그렇게 조심조심하며 오랜만에 멤버들이 만나 공을 쳤다. 정말 오랜만이다. 공이 제대로 될까?
마음을 내려놔서일까? 걱정했던 것보다는 아주 괜찮다. 아웃코스 7번 숏홀에서 나의 공은 그린 한가운데 딱 안착하더니 꽤 긴 퍼팅이었는데 땡그랑 홀 안에 쏙 들어간다. 우아아 아 나이스 버디~ 아 그 짜릿함은 기가 막히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점심 내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오지만 그냥 우리 모두 파로 해주는 걸로 만족한다며 멤버들이 인심을 쓴다. 좋아! 모두 파! 나는 버디! 나비가 팔랑팔랑 스마트 스코어에서 빛난다. 그래 우리 노 식사 노캐디 노 샤워니까 식사는 말고 대신 모두 파.
그런데 인코스 9번 홀. 파 4홀인데 나의 세컨드 샷이 어딘가에 딱! 맞는 소리가 난다. 그 근처에 있던 P의 말이 딱 소리가 나고 안 보이는 것 보아 아마도 나간 것 같다고 해 난 포기하고 새 공을 꺼내 샷을 한다. 그리고 그린을 향해 달려가던 중 앗. 이 공이 뭐지? 아니 이렇게 멀리 왔단 말이야? 하핫 나의 공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멀리멀리. 와우. 그렇다면 새로 친 공은 없는 걸로 하고 나 이걸로 칠래. 이거 그러니까 나의 써드 샷이다. 하며 빵! 샷을 날렸는데 보기 좋게 그린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오호.
모두 함께 그린으로 걸어가는데 그곳에 이미 안착한 나의 연두색 공이 보인다. 파는 무난히 하겠구나 룰루랄라 즐겁게 걸어가고 있는데 아, 나도 잘 맞았는데. 내 공은 어디 있을까? P가 공이 안 보인다고 난리다. 그래? 잘 맞았는데? 어디 찾아보자. 해서 함께 아무리 찾아도 P의 공은 없다. 새 공 놓고 다시 쳐라. 우린 무자비한 서클이 아니라 일종의 친목으로 스코어 기록도 없고 우등상이며 니어며 롱기스트 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종종 새 공을 그 자리에 놓고 다시 치곤 한다. 그렇게 한참 공을 찾느라 헤매다 P는 새 공을 치고 그린에 올라온다.
그런데 헉. 내 공인 줄만 알았던 그 연두 색공을 가까이 가서 보니 내 공이 아닌 것이다. 앗. 이거 내 공 아닌데. 그래? 어. 그거 내 공이야. P가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른다. 아, 그럼 내 공은 어디로 갔을까? 그린 위에 잘 떨어졌는데. 난 그린 주변을 돈다. 나의 공을 찾아서. 그린 위에 잘 갔다가 다시 튕겨나갔나? 어디 갔지? 서로 공을 찾고 어쩌고 난리 버거지 속에 L이 소리친다. 앗 홀 안에 이 공은 뭐야? 응? 홀 안에? 앗, 다가가서 보니 바로바로 나의 공. 아니 이럴 수가. 써드 샷을 115미터 정도에서 5번 아이언으로 했는데 아니 그게 그린으로 올라가는 것도 모자라 홀 속에 뿅~ 들어가 버린 것이다. 어마나. 어쩜 이런 일이.
아, 그 황홀한 장면을 우리 아무도 못 봤네. 포대그린으로 그린이 아주 높이 있어 아무도 볼 수도 없었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공을 찾느라 서로 헤매고 아우성대다 나의 공이 홀 안에 안착해 있는 것을 보고 모두 하이파이브를 외치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건 밥을 안 살 수가 없다. 밥 사! 버디 두 개. 그것도 홀인원 같은 버디! 밥 사야만 된다. 하하 해서 노캐디 노 샤워 노 식사를 무너뜨리고 우리 팀만 클럽하우스에 가서 식사를 했다. 쉿. 모두에게 들켜 모두에게 밥 사게 되면 그건 큰일이니까. 딱 우리 팀 네 명만.
땡그랑! 그 짜릿함을 두 번이나 느꼈다. 집중의 그 순간. 이 세상에 홀과 나의 공만 있는 듯 그렇게 완벽하게 집중할 땐 나의 몸에서 힘이 사르르 빠져나가며 귀신같이 홀에 빨려 들어가 땡그랑! 그 명쾌한 소리를 낸다. 아, 코로나 때문에 집콕만 하다 실로 오랜만에 행한 라운딩이다. 신난다. 이 힘으로 또 한 달을 열심히 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