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Dec 20. 2020

파리 아들 대게찜 성공

엄마 드디어 대게찜 성공했어요. 엄청 맛있어요. 


파리에 사는 작은 아들이 신나서 단톡 방에 주르륵 사진을 올리며 설명한다. 1킬로 조금 넘는데 일만 원 정도 들었고 세 명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단다. 여자 친구가 왔고 그 여자 친구의 친구도 와서 자기가 만들어 대접했는데 모두들 꺅! 너무 맛있다고 난리가 났단다. 아무래도 전용 대게 찜솥을 사야겠는가 보다고 너스레를 떤다. 



왼쪽의 뚜껑이 맨질맨질한 거 말고 오른쪽의 우리나라 박달대게 모습의 게를 찾아 오돌토돌한 걸 골랐단다. 엄마~ 불어로 araignee de mer! Araignee가 거미고 mer가 바다라서 직역하면 바다거미네~그냥 봉지에 툭 넣어주길래 죽은 건가 보다 했는데 집에 와서 싱크대에 내려놓으니 이리 꿈틀 저리 꿈틀 살아있음을 과시하더란다. 으익 깜짝이야. 살아있네!



 인터넷을 뒤져보니 살아있는 걸 찔 경우 게 스스로 자기 다리를 다 잘라내므로 반드시 기절시켜야 한다기에 일단 싱크대에 놓고 기다렸단다. 제발 기절하셔~ 하면서. (앗 바짝 깎은 저 손가락은? 바로바로 전에 고등어 구울 때 봤던 공부 잘하게 생긴 손. 오호 또 그애구나~ 푸하하하)



물이 등딱지에 쏟아지니 꿈틀꿈틀 몸을 비틀고 난리가 나더란다. 기절을 시켜야 할 텐데.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그대로 싱크대에 방치해두었단다. 어서 기절하세요~ 



한참을 그대로 두니 드디어 기절하신 듯 이리 누르고 저리 눌러도 꼼짝 않아 작업 개시. 칫솔 쓰던 거 깨끗이 닦아놓은 거로 대게를 쓱쓱쓱쓱 문지르니 금방 칫솔이 새카매지던데 엄마. 그렇게 등을 빡빡 밀고 다리와 등딱지 사이를 빡빡 밀고 입 주변도 빡빡 닦아주고



기절시키느라 물속에 놓았을 때 삼킨 물을 토해내게 해야 한다 해서 입을 아래로 들고 등을 꽈악 눌러주나 너무 뾰족하고 딱딱해서 잘 눌러지지도 않고 손가락이 뾰족한데 닿으니 아파 휴지로 감싸고 쫘악쫘악 물을 빼내려 하나 유튜브에서는 물이 쫘악 쏟아지던데 전혀 나오지 않음. (그래서인지 나중에 게딱지에 물이 엄청 많았음)



잘 닦여진 게를 집에서 제일 커다란 냄비에 채반을 놓고 얌전히 안침. 등딱지를 밑으로 하고 입 부분을 위로 올려주어야 한다 해서 입을 높여주며 균형을 잡음. 그런데 자꾸 삐져나옴. 아무리 다리를 구부려 넣어도 안됨. 가위로 삐져나온 다리를 잘라주려 하나 너무 힘들어 포기. 억지로 꾸겨 넣으나 뚜껑이 안 닫힘. 뜨거운 김 새지 말라고 위에 타월을 덮어줌.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한 25분 팍팍 쪄주고 10분 정도 뜸 들이고 뚜껑을 여는 순간 으아아아 게 냄새 작렬~ 

맛있는 게 냄새가 쫘악~ 온 천지... 가 아니라 우리 집 온 곳을 덮음.  아~ 맛있는 냄새.



게를 접시에 담아 게 후비개로 열심히 파 먹음. 아, 너무너무 맛있어요. 그런데 왕집게가 달린 커다란 다리에는 살이 꽉꽉 차있는데 다른 다리는 살이 반만 차 있어요. 네가 물에 담가 두어 그 애들이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다이어트가 된 거다. 할머니가 조언하신다. 그런가? 기절시키는데 너무 오래 걸렸나? 아들이 갸우뚱한다. 남편과 아들과 나와 할머니 4자 통화다. 밴쿠버 큰아들네는 쿨쿨 자고 있을 새벽시간이라 빠졌다. 모두 함께 시차가 맞기는 참 힘들다. 



게 살을 다 발라먹고 이제 게딱지 차례. 아까 물을 뿜어내게 못해서인지 게딱지 안에 물이 한가득.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대파를 볶다 게딱지 안의 물을 몽땅 투하. 밥도 투하. 김가루도 투하. 달걀도 풀어서 넣고 소금 약간 넣어 달달달달 볶아 게딱지 안에 다시 쑤셔 넣어 셋이 퍼 먹으니 우아 얼마나 맛있는지 정말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아니 셋이 먹다 넷이 죽어도 모를 지경. 하하 엄마 대성공이에요. 너무너무 맛있어요. 커다란 찜솥을 사야겠어요. 대게 자주 해멱어야겠어요~ 작은 애의 감탄이 끝도 없다. 하하 코로나 재택근무로 아들의 음식 솜씨가 날로 발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원 전 코로나 검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