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작은 아들은 할머니 입원 전에 고기를 사드리라고 난리인데 그래서 오늘 입원하기 전 지리산 한우를 사서 구워드리려고 했는데 시간은 어찌나 휙휙 지나가는지 아침 먹고 조금 있으니 곧 점심이고 빨리 먹어야 2시에 맞춰 갈 수 있겠다. 그래서 고기를 사러 나가는 대신 냉동실을 뒤지니 포장된 고등어가 나온다. 엄마 이거 내가 맛있게 구워드릴게요. 일단 상온에 꺼내놓은 뒤 말랑말랑 녹은 고등어를 반으로 잘라 작은 프라이팬을 달구어 기름 두르지 않고 고등어를 얹고 뚜껑을 덮고 불을 아주 약하게 줄였다. 그렇게 세월아 네월아 구우니 고등어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뒤집어주니 우아 등 푸른 껍질 부분이 식당에 가면 주는 고등어구이랑 꼭 같이 생겼다. 너무 맛있게 지글 지글이다. 아들처럼 고생하지 않고 잘 마련된 고등어로 쉽게 구이를 한다. 한편에선 멸치와 가다랑어와 북어포를 넣고 다시를 낸 후 감자를 굵게 썰어 넣어 푹 고듯이 국을 끓인다. 해초소금으로 간하고 대파 땡고추 마늘을 넣으니 매콤하니 시원하게 맛있다. 김치랑 깍두기랑 해서 한 그릇 뚝딱 해치우신다. 난 국하나 끓이려면 꽤 큰 일인데 넌 어쩜 이렇게 뚝딱 맛있게 만드냐. 감탄사를 연발하시면서. 하하.
빨리요 빨리. 어느새 2시가 다 되었다. 오라는 시간에 늦으면 안 될 텐데 엄마의 행동은 늦다.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기는데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슬리퍼 하나 비누 하나에도 엄마의 의견이 또렷하다. 겨우겨우 의견을 맞춰 주일이라 응급실 원무과로 가니 대기실에 사람이 한가득이다. 일요일에도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모두 대충 젊은 분들인데 딱 한 분 늙은 분이 계셨다. 옆의 젊은이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기에 손주일까 했는데 우리도 대기하느라 앉아 들으니 손주는 아니고 그냥 대기실에 온 분이 할머니의 질문에 계속 응답해주고 있는 거였다. 왜 안 불러요? 언제 들어가요? 나이가 아흔둘인데 빨리 볼 수 없어요? 네. 기다려야만 한다네요. 그렇게 그 손주 같은 젊은이는 할머니에게 계속 응대를 해드리는데 전혀 줄지 않는 대기자가 할머니는 너무 답답한가 보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우리는 이름이 불려 네~ 하고 달려 나가니 나가는 중에 그 젊은이에게 묻는 할머니 말이 들린다. 왜 늦게 왔는데 일찍 불러요? 아, 난 엄마 이름이 불려 급히 나가면서도 할머니의 그 말에 뒤돌아 응답해드렸어야만 했다. 우리는 입원이라 그래요~ 입원이라 일찍 가는 거예요~ 그렇게 말해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야 한다 한다 하면서도 솔직히 내 코가 석자라 한쪽 팔 부러진 엄마를 챙기며 불려진 곳에 후다닥 뛰어가기 바빴다. 그 92세 할머니는 응급실에서 얼마나 더 기다리셨을까.
저녁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석고실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빨리 가란다. 후다닥 대충 마무리를 하고 네~ 크게 대답하며 의사 선생님을 찾아 복도 맨 끝 석고실로 간다. 어머니 연세 많으셔서 수술 못하는 줄 알았는데 하시네요. 아, 그때 응급처치해주신? 네 맞습니다. 아 교수님께서 응급처치가 아주 잘 되어 뼈가 잘 붙어있다고 칭찬 많이 하시던데요. 감사합니다. 그때 뼈를 맞출 때 너무 아파 응급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는 엄마. 네 연세 많으신 분이 보호자도 없이 홀로 오셔서 기억합니다. 하면서 시작된 엄마의 수술 준비. 일주일간 깁스를 하고 있었기에 혹시 팔에 물집이 생기지는 않았는가 보는 작업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다시 받침대를 대고 붕대를 감는데 곁에 있던 긴 머리의 예쁜 여의사가 엄마 손을 안정되게 붙들고 엄마를 응급 처치한 젊은 의사가 신중하게 붕대를 말아 올라간다. 젊은 청춘의 의사 둘이서 90이 낼모레인 할머니 팔을 붙들고 정성껏 붕대를 감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내 입이 가만있을 리 없다. 마치 의학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요. 너무 멋져요~ 하하 그렇게 엄마의 내일 수술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다.